831st prescription_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입니다(18가지 결혼동기)

T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입니다. 한 사람은 저보다 연배가 한참 위이고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 결혼하고 나면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점 때문에 마음에 걸려요.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은 좋지만, 그가 많이 연상이라 먼저 경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점, 나이가 들어 보이는 점도 문제죠.

또 한 남자는 신앙이 같은 점, 술담배를 안하는 점, 화목하고 넉넉한 가정환경이 마음에 쏙 듭니다. 저와 나이 차이가 많지 않고 적극적인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잘 만나보라고 성화죠. 하지만, 저는 아직 이 사람에게는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중절수술 경험이 있는데 그것을 말하지 않고 평생 살아갈 생각을 하니 괴롭기도 합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알려지면, 저를 순수하고 순진하게만 보는 그 사람은 저와 맺어질 수 없겠죠.

하지만, 아직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이 어느 쪽이 진짜인지 저도 잘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내년에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아직 혼자 자유로운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T님, 닥터엘입니다.

연애와 결혼은 다른 문제입니다. 자신이 연애를 원하는지 결혼을 원하는지 양단 간에 결정을 내리세요. 물론 알콩달콩한 사랑도, 조건 좋은 결혼도 둘 다 쟁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T님은 아직 사랑에 대해서도 잘 모르시죠. 상대의 구애를 받는 것에 익숙할 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난 뒤에 시작되는 진짜 관계에서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십니다. 연애관계를 처음 구축할 때 남자들이 하는 말은 그냥 선거 공약 같은 것입니다. 당선이 된다면 그 공약의 일부분은 지켜지죠. 그러나, 대부분의 선거 공약이 그렇듯, 선거 공약의 모든 것이 다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 아무리 좋아한다, 사랑한다, 행복하게 해주겠다 약속한다 해도, 결국 연애 관계가 안정되기 시작하면 그 사람과 T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것이 사랑이 됩니다. 무엇을 조건에 따라 베풀고 약속하고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T님은 아직 두 사람을 관망하고 있죠.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고 때문에 그 사람들의 실체를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정말로 연애상대로 좋은지, 결혼상대로 좋은지는 데이트하고 데이트하고 또 데이트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예언한들, 그 사람의 직업, 배경, 조건을 시시콜콜 따져보아도, 그 사람의 연애관, 사랑관, 결혼관, 인생관에 따라 T님과의 실제적인 연애가 바뀌는 거죠. T님은 연애하며 결혼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완벽하게 쓰려고 하시지만, 내일 일은 내일이 되어보아야 아는 거랍니다. 만약, 조건 좋은 결혼에 대한 목적이 강력한 것이 아니라면, 일단 사랑부터 해보고, 그 다음에 결혼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것이 인간 성장에 있어 좀더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닌가 합니다만.

물론, T님이 조건 좋은 결혼에 대한 목적이 강력하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더 조건 좋은 남자와 연애하고 그와의 결혼을 도모하는 것이 맞죠. 현대 사회의 결혼에서는 대략 18가지의 결혼동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경제적 안정
2. 대중 매체의 영향 : 모두 결혼한다! 결혼은 좋은 것이다! 결혼하지 않으면 너는 루져다!
3. 부모의 압력
4. 부모로부터의 독립욕구
5. 독신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6. 외로움
7. 딱히 대안이 없음
8. 사회화의 결과
9. 규칙적인 성관계
10. 가족구성에 대한 욕망
11. 또래 집단 동질욕구
12. 결혼에 대한 판타지
13. 사랑
14. 정서적인 애착 관계 형성
15. 사회적 지위 안정
16. 효도 대행
17. 대를 잇기 위해
18. 노동력의 확보

사랑은 그저 수많은 결혼 동기 중 하나일 뿐입니다. 위에 열거한 이외에도 결혼 동기는 사람들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자신이 결혼에 있어 무엇을 추구하는지 결정해야 결혼을 할 수 있죠. 물론, 정말로 모르겠다면 뭐니 뭐니 해도 조건 좋은 결혼인 것입니다. 조건 좋은 결혼은 사회적으로 ‘결혼적령기’라고 인정되는 나이대에서 할 확률이 높죠. 그 나이대를 벗어나면, 조건 좋은 결혼을 할 확률은 현실적으로 대폭 떨어집니다. 일단 조건 좋은 결혼을 한 다음, 그 다음에 삶에 대한 고민을 하셔도 딱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최악의 조건인데도 사랑만 믿고 결혼하여, 성장과 발전은커녕 한 끼 입에 풀칠에만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일이죠.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어놓으면, 철학은 조금 나중에 하여도 됩니다.

결혼 후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결혼에 대한 판타지와 현실과의 괴리
2. 역할 기대의 차이
3. 일과 경력
4. 경제문제
5. 부적합한 의사소통
6. 효도 의무
7. 고부 갈등
8. 부모 과잉 의존
9. 섹스
10. 개인 성장의 차이
11.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노동력 분배

자신이 어떤 결혼을 추구하는지 위의 항목들을 놓고 곰곰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상대는 어떤 결혼을 추구하는지 대화해보세요. 짐작만으로 결혼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프로필 속여가며 사기 결혼도 하는 시대입니다.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관찰하고 심사숙고 해야 합니다. 내 기준이 없으면, 연애도 결혼도 그저 표류하게 됩니다. 자신은 어떤 결혼을 추구하나요? 지금이 좋은 결혼을 위한 베스트 타이밍인가요? 그렇다면, 결혼 시장으로 용감하게 뛰어드세요. 망설이다 때를 놓치면,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게 되니까요. 내년이다 싶다면, 올해부터 준비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요.

그리고, 다시 연애로 돌아옵시다.

대부분의 연애인들이 최초의 프로포즈 이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비젼이 없습니다. 받아달라 사랑해달라 밀고 당기다가 구애가 받아들여지는 순간, 연애의 하이라이트가 끝나 버리는 격이죠. 행복한 연애를 위해서는, 내 연애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또한, 상대의 연애의 목적도 알아야 하죠. 서로가 추구하는 바가 많이 일치한다면, 그것은 사랑을 꽃피우기에 좋은 시스템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길을 선택할 여지가 생기는 거죠.

그러나, 연애라고 해서 반드시 사랑을 꽃피우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결혼으로 이르는 것도 아닙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동인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랍니다. 어떤 사람은 단지 호기심이나 외로움만으로도 쉽게 여자친구 남자친구, 이런 이름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단지 독점욕 때문에 갖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영원한 사랑’을 팔아 연애 관계를 구축하죠. 어떤 사람은 운명의 예감을 느끼고 연애 관계로 풍덩 빠져듭니다. 긴가민가 하면서 나 좋다는 사람에게 끌려가듯 시작하는 연애 관계도 아주 흔하죠. 연애도 사랑도 잘 모른다면, 상대의 구애에 의존할 수 밖에 없거든요. 정작 구애하는 사람은 나중에 가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 지도 기억 못하기 일쑤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T님은 왜 연애하나요? 그 사람이 궁금해서? 편해서? 데이트가 즐거워서? 결혼하고 싶어서? 내 남자로 만들려고?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조건을 갖고 있어서? 노후 대비? 멋진 2세를 기대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젼을 찾아서? 운명이니까?

정답은 T님만이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100%의 연애도, 100%의 결혼도 없답니다. 하나 얻으면 하나 잃고, 이것을 선택하면 저것은 버릴 수 밖에 없죠. 꼼꼼하게 대차대조표 만들어, 자신이 만족하는 최대공약수만큼 행복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막연한 방황보다는, 이렇게 요모조모 따져보는 태도가 백번 훌륭하다고 박수쳐 드릴게요.






덧1. 중절수술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 일을 자신의 결혼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하지 마세요. 또한, 반드시 배우자와 과거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상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덧2. 위의 결혼동기와 잠재적 문제들에 대한 항목은 <심리학>(김시엽 역, 문음사)에 나오는 내용과 제가 경험한 주변 케이스들을 토대로 덧붙인 내용입니다. 용어도 이해하기 쉽게 제가 다 바꾸었으니,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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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솔직녀 2010/09/29 04:05 #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상태라면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 2010/09/29 19:43 #

    ^ㅅ^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 간지나나 2010/09/29 04:10 #

    엘님 안녕하세요~
    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0/09/29 19:43 #

    덧글 고맙습니다!!!!!!!!!!!!!!!!! ^^
  • 맑음뒤흐림 2010/09/29 10:37 #

    저는 결혼동기 중 4개만 해당되는군요 ;; 그래도 문제는 없어서 다행..
  • 2010/09/29 19:44 #

    ^ㅅ^ 당신은 행복한 사람!
  • 2010/09/29 12: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9/29 19:44 #

    오오 오랜만입니다! ^^
  • sui_ 2010/09/30 14:06 #

    사랑하는 연애도 하고싶고 그렇게 사랑 가득한 결혼도 하고싶은 전 욕심쟁이인걸까, 새삼 고민해봅니다 (...)
  • 2010/09/30 16:51 #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게 가장 이상적이죠. 어느 한쪽을 포기하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욕심낼 수 있는 데까지 욕심을 내보고, 적당한 선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 같아요.
  • 2010/09/30 21: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9/30 22:52 #

    상대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죠. 사랑하는 사이라고 모든 비밀을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어요. 난 다 괜찮으니까 말해 봐, 라고 한다고 순진하게 그 말을 다 믿으시면 골룸.
  • 2010/10/01 11:0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10/01 14:11 #

    다정한 덧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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