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th prescription_술주정뱅이라도 기본적인 책임의식은 있는 줄 알았어요

G님 :

제 연락처를 알게 된 그는 술을 마시면 시간 불문하고 보고싶다며 전화를 하는 주사를 부리더라고요. 막연한 호감이 있었던 터라 그의 무매너를 자꾸만 봐줬죠. 그는 술을 마시면 술집에서 잠들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스킨십도 많아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는 맨정신일 때는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결코 거론하지 않았죠. 

저는 그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렵게 만난 것이 또 만취한 상태였고 그가 온갖 핑계를 대어서 순진하게도 모텔로 들어갔죠. 전 성경험이 없어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몰랐죠. 어리광을 부리며 침대로 유혹하고 슬금슬금 달콤한 말과 스킨십을 하더니 결국 반항해보려는 시도는 저지당했고, 저는 경황없이 첫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결국 원나잇스탠드 후에 수습한다는 그의 말이 우리가 무슨 일 있었냐며 얼렁뚱땅이더라고요. 물론, 이것도 술을 마시고 한 말이었죠. 저는 상처입은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대범한 척 했어요. 그는 분명히 좋은 남자는 아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보고 싶어요. 















 
 


G님, 닥터엘입니다.

스탠다드형 먹튀라고 생각되네요. 지인이고 친구이고 심지어 중간에 아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그는 잘도 사고를 저질렀죠. 왜냐. 그는 술주정뱅이거든요. 술주정뱅이에게 양심과 논리와 맥락을 물을 수는 없죠. 뭔가 말을 하긴 할 거에요. 그런데, 의미가 없었을 거에요. 그는 술주정뱅이니까요. 그는 주장하겠죠. 폭력은 아니었다고. 혹은 자신이 당한 거라고. 혹은 너무나 좋아서 그랬다고. 혹은 책임지려 했다고. 혹은 너도 좋았을 거라고. 혹은 잘 기억이 안난다고. 혹은 미안하다고. 혹은 고맙다고. 혹은 사람 사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혹은 아직은 연애할 자신이 없다고. 혹은 실수는 결코 아니라고. 혹은 정말로 좋아하는 여자 아니면 자신은 발기조차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혹은 네가 너무나 아파해서 제대로 한 것도 아니라고. 혹은 별일 없을 거야, 나만 믿어.

그리고, 이건 옵션이죠. 너 정말 처음이야? 정말? 진짜? 진정코? 그리고 이것도 빠지면 섭섭하죠. 안에다 해도 돼? 간혹 미쳐서 이것도. 사랑해.

물론, 섹스 후 발견되는 연애감정들도 아주 드물게는 있어요. 하지만, 연애의 꼬꼬마들은 이런 러시안 룰렛 게임 같은 건 결코 하면 안되는 거에요. 인생이 지루해서 미칠 것 같다 해도 말이에요! 왜냐하면 정식으로 연애 관계를 시작해서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 신뢰와 의미와 목적의식을 충분히 확인한 뒤에 비로소 몸의 소통을 시작하고 행복해지는 정규코스가 있으니까요. 위험한 건 위험한 거라고요.

젊은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우리 오늘부터 1일!" 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에로에로하게 꼬이는 경우가 있죠. 정말로 사랑해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술자리에서 시작되는 연애를 가장 경계해야 해요. 만약 본인이 여가 시간에 술 마시는 일 외에 무엇을 해야 하냐 갈피를 못잡는 형편이라면, 연애보다는 인생을 누리는 방법을 처음부터 점검해보아야 할 타이밍이죠. 술을 마시면 왜 안되는지 구체적인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면, 제 블로그에서 여러 다양한 음주 후 사건사고 사례들을 찾아보세요. 그저 밑줄 쫙 치고 외우는 겁니다. 술을 끊자!

정말로 내 삶의 균형을 찾으면, 내 사랑을 찾으면, 내 인생이 내 손에 만져지면, 그 때는 얼마든지 술마셔도 좋아요. 하지만, 전혀 감이 안온다면 술은 마시지 마세요. 아이들의 음주를 금지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에요. 나이가 어른이 아니라 속이 어른이 되면, 그 때는 술을 마셔도 된다는 뜻이랍니다.

G님은 어찌 되었든 수습은 내 손으로 직접 현명하게 잘 하셨죠. 흔하디 흔한 술주정뱅이 남자들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나 마치셨고요. 결코 연애해서는 안될 남자들의 조건이 무엇인지 손에 꼽게 되셨을 거에요. 몸에서 생긴 잠시의 혼란은 아마도 지금쯤은 제 자리를 찾아가고 계실테고, 운이 좋다면 별다른 일 없이 상처도 아물었을 거에요. 하지만, 나의 동의 없이 내 몸을 무단 사용한 그 남자에 대한 감정이 의아하실 테죠. 그 남자가 정말로 진절머리나게 싫고 어처구니 없이 화가 나고 꼴보기가 싫어져야 마땅한데, 오히려 막연한 그리움이 생겨버렸다는 사실 말이에요.

G님, 너무 당황하지는 마세요. 이러한 감정은 마음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몸에서 생긴 거니까요. 오랫동안 성적 경험이 없이 잠들어 있었던 몸은 외부에서 오는 강렬한 자극에 깨어나게 되거든요. 몸은 그 사건의 의미나 맥락, 상대를 따지지는 못하죠. 그저 자극을 기억할 뿐이에요. 몸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본능들이 있죠.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몰랐던 것들을 대접하는 것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이지요. 자신에게도 타인과 나누는 소통에 대한 강렬한 지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누구라도 그 경이로운 발견을 재증명하고 싶어지는 거에요. 그렇다면, 일단 술은 끊고요. 몸에 대해서 성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건설적인 계획들을 세워 보아야 하는 거지요.

G님. 상처는 얼른 싹싹 잊어버리시고, 기억해야 할 교훈만 쏙쏙 기억하시기를 빕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HOW2SEXPART1>

<HOW2SEXPART2>




덧글

  • sui_ 2011/01/23 00:35 #

    뭐랄까, 이런 이야기는 잡지에나 가끔 나오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 없겠지 싶어서 덥썩덥썩 믿고 그랬는데. 그러다가 몇 번 나뒹굴고(...) 보니 남자라면 일단 경계하고, 드라마에나 나오던 '세상이 제가 알던 세상이 아니더이다'라는 말을 되뇌이게 되더라구요 (...) 뭐 어쩌겠어요. 그냥 좋은 것을 배웠다-라고 생각할밖엔 ( ..); G님도 잘 잊어버리시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실 수 있으시길!
  • 2011/01/24 09:23 #

    다음 장으로 다같이 gogo!
  • 2011/01/24 20:2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1/25 09:12 #

    많은 여성들이 상황이 '폭력'으로 간주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격렬히 저항하고 상대가 그것을 완력으로만 제지하면 피해-가해의 강간 사건이 되죠. 그래서 보통은 어느 정도의 저항 후 포기하게 됩니다. "그도 진심일 거야. 이것이 폭력은 아닐 거야. 일단은 지나가게 하자." 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안심시키죠. 여자가 혼란스러운 동안 남자는 말로는 설득을 하고 행동은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요. 정신 차리면 상황은 종료죠.

    그리고, 처음 닥치는 일일 경우에 어디까지 허용하고 거절해야 할 지, 어떻게 상대에게 NO라고 말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보통은 기준이 없습니다. 정신도 없고 경황도 없죠.

    어른이 되면 이런 일도 생겨, 이렇게 다들 진지한 관계로 시작하는 걸까, 못 참을 정도로 이 사람이 정말로 나에게 깊이 빠진 걸까... 기타 등등등

    대부분의 이러한 사건은 몸의 폭력이라기보다 마음의 폭력인 것 같아요. 여성 분이 마음이 있다없다의 문제는 아니고, 대답할 상황이 아닌데 상대가 대답을 종용하는 상황이라 보면 되겠죠. 답 없으면 YES라고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거죠.
  • 2011/03/18 23:2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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