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8th prescription_지나간 인연인데도 새삼 저를 욕하는 글을 발견하고 화가 났습니다

N님 :

저는 첫사랑이라 제가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고, 이별 후에도 괴로워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등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그러다 그녀가 저에게 보란듯이 써놓은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아주 심한 말들이었죠.

저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고 폄훼한 적도 없었죠. 오히려 그녀를 빨리 잊지 못하는 자신이 미안할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그녀의 글은 저를 화나게 하고 상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끝는 사이니, 저는 그저 못 본 척 지나가야 할까요?













(위 내용은 요약내용입니다.)





N님, 엘입니다. 

저 역시 지인이 저에 대해서 기분 나쁜 말을 써놓은 것을 그 사람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적이 있답니다. 저는 그에게 비밀덧글로 제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렸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 요청했죠. 물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공개된 블로그에 쓸 자유가 있지요. 표현의 자유지요.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요.

블로그가 광장이냐 그저 내 집이냐 하는 논란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지요. 엄밀히 말하면, 블로그는 광장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가진 내 집이기도 하죠. 하지만, 노출되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만약 블로그 안의 내용이 법정까지 가야할 중대한 사안이라면 아마도 블로그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경고를 주거나 삭제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죠. 또는 당사자들끼리 논의하여 해결해야 하는 일도 생겨요. 인적사항을 드러내며 특정인을 지목하여 언급하는 일은 삼가해야 하지만, 그 글에 언급된 당사자가 미리 알아서 강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글로 쓴 모욕이나 욕설도 물리적인 폭력과 똑같은 폭력이며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그 사람도 알아야 하죠. 욕할 만 해서 욕했다, 는 건 논리가 아니죠. 복수하고 싶어서 복수했다, 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폭력은 단지 폭력일 뿐이에요.

아마도 두 사람은 글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기간을 오래 가진 것 같아요. 말도 오해를 부르지만 글도 완벽한 이해에 이르기에는 부족하죠. 마음과 마음이 오고가야 하는데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공격받았다고 생각한 만큼 쉽게 공격하기도 해요. 한번 인간관계를 맺었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존중하며 시간을 보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요. 존중받으며 자라지 못하면, 타인을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원칙을 알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큰소리로 외치거나 여럿이 어울리거나 욕설을 쓰지 않으면 당당한 하나의 목소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기를 겪었다면 어떨까요. 비난하고 비방하고 표현이 극단적으로 가지 않으면,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상처받은 만큼 상처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상대를 욕할 수 있는 기본자세는 갖춘 셈이죠. 

소통은 참 쉽지 않지요. 아무리 삼가하고 조심해도, 오해는 생겨요. 그래서 더욱 예의와 존중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구요. 서로가 상대에게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신뢰만 있다면, 설사 실수로 생긴 오해도 '무슨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려니' 포용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생기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아요. 친구라도 가족이라도 연인이라도 비지니스 파트너라도, 상대가 나를 해칠 의도가 없다는 걸 파악하기까지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서로가 제대로 된 신뢰도 쌓기 전에 헤어진 연인이라면, 헤어진 이후에 상대의 말과 글 하나하나가 신경쓰이고 예민하게 들릴 수 있죠. 그것이 간접적인 방식일 지라도 자신을 언급하는 일이라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상대에게 자신에 대해서 계속해서 언급하는 일을 멈추어달라 요청하는 일이 맞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기회를 놓쳤다면, 막상 과거를 되짚는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

말로 글로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나는 일은, 결국 말과 글로 풀어야 하지요. 그런데, 상대가 지뢰를 밟았다고 나까지 지뢰를 설치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만약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그 글을 거두어달라 요청할 수 있다면 N님은 예의와 존중을 지킨 일이지요. 가능하다면, 그렇게 부탁하고 난 뒤에는 그 블로그로 넘어가는 일을 멈추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요. 또 나에 대해서 나쁜 말을 쓰지 않나 신경이 쓰이고 생각하면 새삼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몇달만 꾹 참으면 그 사람과의 관계 또한 내가 관계맺을 수 있는 수많은 가닥 중 하나일 뿐이었구나 마음을 내려놓게도 될 거에요.

모든 인연이 좋은 결말을 가지지는 않죠. 척을 짓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죠. 좋은 마음이 나쁜 마음으로 바뀌기도 하고, 집착했던 마음이 덤덤하게 희미해지기도 하고요. 모든 이별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건 아니지요. 모든 연애가 예쁘기만 한 건 아닌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별 후에 아픈 것도 자유고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자유지요. 상처받은 만큼 소리치는 것도 발버둥치는 것도 자유지요. 하지만, 내가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진다는 것을 안다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이에요. 인터넷 상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직접 만나 지켜야 할 예의와 존중을 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모두가 쉽게 행동한다고, 나까지 지켜야 할 것을 내려놓으면 안되겠지요. 

N님. 아마도 시간이 지나 드리는 답변이라 제가 큰 도움은 못 될 지 모르겠어요.

가능하다면 그녀에게 그 말과 글을 거두어달라 요청을 하고, 그럴 수 없다면 그 블로그로 가는 신경을 끄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말과 글로 자신을 채워나가시기 바래요. 시간이 쌓이면 말과 글도 쌓이지요. 지나온 기록들이 새롭게 달라지는 N님을 만들어나가지요. N님이 과거에 무엇이었든 어떤 상처를 받았든, 모든 지난 시간과 결별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옮겨도 괜찮답니다. 누구나 매일 아침 새롭게 태어날 권리가 있는 걸요.

그리고, 누군가 나를 화나게 한다면 지뢰가 터지는 시간을 일단 넘긴 뒤,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여 그 사람과 다시 소통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요. 그래도, 내 성장과 발전을 생각한다면, 노력하여 볼 가치는 충분하겠지요.









덧글

  • 발라 2011/03/30 11:35 #

    그 사람 인격이 그정도밖에 안된거지요. 그럼 뭐 잘 헤어진 것일지도!
  • 2011/03/30 21:10 #

    두 사람 다 멀리 보고 크게 보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아요.
  • 유 리 2011/03/30 19:20 #

    음 그 이전에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의 블로그를 아직도 들락거린다는 점에서 이미................란 느낌이지만요.........
    좋은 말을 썼던 욕을 썼던 혹은 자신에 대해서 깨끗이 잊었다는 듯 어떤 말도 써놓지 않더라도, 결국 상처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두 분의 일은 두 분 밖에 모르는거니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애초에 헤어진 연인의 일기장이나 다름없는 블로그에 드나들지 말고 헤어진 연인이 자신과 두 분의 연애에 대해 내린 가혹한 평가는 마음에서 깨끗이 지우고 잊어버리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좋게 헤어져도 좋은 말하기 어려운데 (아마 매우 안 좋게 헤어진 듯한...?) 전애인이 자기 욕 하는 것까지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요;;;

    지인이 자기 뒷말을 해서 그 글을 내려달라고 하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새삼 헤어진 연인의 블로그에 덧글 달아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지워달라고 하는 것도.............덧글 다는 순간 아마 여자분 지인 사이에서 "헤어진 여친의 블로그를 스토킹하는" 남자로 낙인 찍힐 게 분명함................................(진실이야 어떻든요)...
  • 2011/03/30 21:14 #

    몰래 갈 수는 있지요. 저도 호기심에 옛날 남친 미니홈피 찾아보기, 같은 것은 해 본 적이 있는 걸요. 그런데, 이별 후에 미련이 남아서 찾아가는 일은, 되도록 참아야 할 것 같아요. 유리님 말대로 어떤 흔적도 상처가 될 테니 말입니다.

    지금의 문제는 (전)연인이기도 하고 지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 같아요. 나에 대한 언급을 못 본 척 하고, 그저 무반응으로 참는 게 차라리 나을까요? 쿨하게 못 본 척 넘어가는 게 오히려 홧병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이 처방전을 제가 하두 늦게 만들어서 N님이 어찌 대처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 2011/04/01 01: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4/01 10:12 #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ㅅ^ 친구랑 싸우거나 회사에서 대박 깨져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랬는데 나는 너무 힘들어, 라고 쓰게 되지요.
  • 미자씨 2011/04/13 12:12 #

    그 여자분도 그만큼 상처받았던 거 아닐까요. 상처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거니까. 애초에 그렇게 중요한 인연이 아니었다면 굳이 시간들여 그런 글 쓰지도 않죠. 서로에게 잘 잊혀지지 않는, 괴로울 정도로 큰 감정이었나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듯.
  • 2011/04/13 20:56 #

    같은 시간을 보내도 남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헤어진 인연이라면 되도록 좋았던 것만 기억하는 게 좋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담대해지지는 않더라고요.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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