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th prescription_남친은 종교의 차이를 이유로 멀어져갔습니다

Z님 :

남친과 저는 무교에요. 하지만, 제 부모님이 통일교의 축복 결혼으로 저를 낳으셨죠. 저는 통일교의 축복 결혼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몇년 뒤 꼭 통일교를 나올 생각입니다. 남친은 제 가정환경을 알고 저와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를 생각하니 역시 힘들 것 같다며 이별을 선언했어요. 

그는 평생 고민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저를 만나서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해본 거죠. 저는 진정한 사랑은 어떤 역경도 뛰어넘으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있는 일인가봐요. 그는 제가 이별 후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미안하고 죄책감 들고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그는 저에게 어른이 되면 많은 연애를 해보라고 했죠. 하지만, 저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가 전부인 걸요. 이런 문제를 감당하기에는 저는 너무나 어려요. 운명은 너무나 가혹한 것 같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Z님, 엘입니다.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하고 그것을 감당하는 일은 어른들도 못하는 일이죠. 삶에는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것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언젠가는 감당해야 하는 것도 있고, 지금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들도 있지요. 일들의 우선순위를 알지 못하면, 내내 당황하고 방황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물론, 어떤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습니다. 그러나, 평생 청춘일 수 없다면 되도록 합리적인 타이밍에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좋지요. 예를 들어 수험생에게 중요한 것은 수험이죠. 가족과의 관계나 우정, 취미생활, 연애활동, 종교생활은 그 다음 우선순위일 것입니다. Z님은 모든 질문들을 한꺼번에 늘어놓고 고민하죠. 그것은 지금의 Z님이 아니라 서른살의 Z님이라도 해결하기 벅찬 것들이랍니다.

태어나보니 자신의 종교가 결정되어 있더라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선택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종교는 운명이 아니라 문화죠. 하지만, 종교가 운명인 문화에서 자라면, 종교는 운명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종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그것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것이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과 대립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죠.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Z님은 안정된 양육환경이 필요합니다. 마음 속의 생각을 때로는 깊은 어딘가에 묻어둘 필요도 있지요. 준비가 될 때까지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Z님은 어린 나이의 연애이니만큼 순정을 바쳤지요. 사랑은 상대를 향한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이해가 아니라는 생각을 아직 버리지 못했습니다. 사랑은 이상적이고 완벽한 어떤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저 상대와 이어가는 관계의 과정 그 자체죠. Z님이 생각하는 사랑과 연애와 결혼은 어떤 의미인가요. 각각이 매우 다른 범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나요?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지 않습니다. 사랑에는 인구수만큼의 다른 의미가 있죠. 연애한다고 반드시 결혼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연애를 시작하며 결혼할 것까지 각오하는 것도 아니고요. 결혼이 반드시 사랑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연애한다고 반드시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결혼한다는 신화가 Z님에게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그런 거에요. 또한, Z님 뿐 아니라 상대가 그러한 가치관을 갖고 있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여러가지 조건과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이루어지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랍니다. 사랑이니 연애는 그저 인간관계를 이루어가는 여러 갈래 중 하나일 뿐이죠.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지는 전적으로 Z님과 상대에게 달렸죠. 아직 어리다면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이유는 없는 겁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과 일상과 생각만 지배할 수 있어도, Z님은 너무나 잘 하고 있는 것이고 훌륭한 것이랍니다.

Z님. 그는 너무 앞선 생각으로 Z님을 떠나갔습니다. 착한 아이이기 때문에 솔직하고 정직하게 Z님에게 모든 마음을 털어놓았죠. 고민도 부담도 싫은 것은 나약한 인간들의 인지상정이죠. Z님은 운명과 맞서리라 각오했지만, 단지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그것까지 감당할 의무가 그에게 자동 생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Z님과 그의 생각은 명백하게 다르죠. 그는 서로 좋아하고 지향하는 마음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하는 것도 많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였습니다. 결혼이나 집안의 반대 같은 것은 백년이나 이른 고민이지만, 그는 진지하였죠. 부정적인 미래를 앞서 고민하는 것처럼 시간낭비도 없건만, 그 아이에게는 작은 구름도 커다란 폭풍의 전조처럼 느껴졌던 거에요. 그것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작은 바람소리에도 심장이 내려앉는 사람이 있죠. 아직 어리고 여리고 두렵다면, 어쩌겠습니까. 스스로 그것을 헤쳐나가고자 각오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삶이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말해줄 사람이 없다면, 두 사람은 그저 맨발의 어린아이들일 뿐이죠.

Z님. 연애보다 더 중요한 것이 Z님의 삶입니다. Z님의 삶 안에는 여러가지 것들이 잔뜩 있답니다. 남자친구에게 사랑받는 것은 Z님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에 아주아주아주 일부일 뿐입니다. 이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삶을 구깃구깃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Z님은 지금 더 큰 행복과 가치과 아름다움을 향해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시간은 단지 하루 24시간일 뿐이에요. Z님의 십대 시절도 그리 긴 것은 아니랍니다.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지요. 자신을 구원하는 것은 연애나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를 책임지겠다고 각오하는 Z님의 생각이랍니다.

Z님. 인연은 얼마든지 옵니다. 이 연애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농밀한 사건사고도 많이 겪게 될 거에요. 그러니까, 크게 생각하고 대범하게 움직이세요. Z님이 상상하는 만큼 Z님의 우주는 커진답니다. 성큼 발걸음을 떼시기 바랍니다.














덧글

  • 2011/05/02 14: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5/03 08:52 #

    저는 종교가 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모태 신앙인 사람들은 세계 그 자체더라고요.
  • 2011/05/07 20: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5/08 09:47 #

    섹스 후 갑자기 미래를 설계하는 언사를 일삼는 것은 그냥 본능적인 습과이라 생각하셔야 합니다. 두 분은 그냥 데이트만 하는 사이죠. 결혼은 안된다고 선을 그으셨잖아요. 그는 비공개님과 데이트를 하든 섹스를 하든 결혼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서로가 합의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의견은...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는 책임감이 희박하신 분 같아요. 괜한 편리한 데이트 상대 되지 마시고. 진지한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사람 만나시길 바랍니다. 계속 만나면 비공개님이 더 상처받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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