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7th prescription_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고민입니다.

G님 :

고민을 나누는 일이 상대에게 민폐일 것 같아, 혼자서 외롭고 우울한 마음을 꽁꽁 숨기고 있습니다. 나만의 시간에 충실하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지요. 잘 먹고 잘 웃고 운동도 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남자친구와는 여전히 헤어지지 못하고 있죠. 저는 남자친구만 해바라기처럼 기다려야 하죠. 주위에서는 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냐고 다그치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저는 그와 지내는 일상이 좋아요.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저는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고, 부모님도 저를 더이상 괴롭히지 않게 되면 좋겠어요. 감정에 충실하면 지금의 연애만 열심히 하면 되죠. 그런데 저는 결혼적령기를 지나고 있어요. 더 나이가 먹으면 그 사람과는 결국 헤어질 지도 몰라요. 뒤늦게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지금이라도 꾹 참고 헤어져서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G님, 엘입니다.

자신의 인생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다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대신 책임질 수 없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기준, 나를 둘러싼 수많은 선택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일은 G님이 평생 하여야 할 일이죠. 가족이 아닌 타인과 깊은 관계를 이루고, 나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나로부터 시작되는 가계를 이루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단지 부모 세대나 또래 집단이 밟는 평균을 허겁지겁 쫒아가는 것 뿐이라면, G님이 태어난 이유가 단지 남들처럼 살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다 세상 이치고 모든 사람들의 의무라고 정해져 있는 거라면. G님은 납득하시겠습니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서민들 삶이 비슷비슷하지. 여자는 결혼하면 다 안정되는 거야. 결혼하고 애 낳고, 그게 사람사는 거지. 다들 고생하면서 살지, 너만 그러는 거 아니야. 나도 어렸을 때는 꿈이 있었지. 자기 꿈 이루며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노후 대비나 철저하게 해야지. 나이들면 다 똑같애. 너도 별 수 없구나. 내가 그렇지 뭐. 너는 뭐 다르니? 평균만 따라가도 훌륭한 거야. 더 뒤쳐져서는 안돼.

우리를 가두기 위한 말은 많고 많아요. 세상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나를 세상의 틀에 맞추려고 하죠. 나와 가깝고 나를 알고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를 자신의 생각대로 바꾸려고 한답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를 맞추더라도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서는 안된답니다. 정말로 내가 납득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항상 생각해야 하지요. 그래야 나중에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덜 할 수 있거든요.

G님에게는 다행히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시간도 고민거리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음껏 고민하세요.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답니다. G님이 무엇을 선택하든 G님은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선택에 실패 따위는 없답니다. 다 다른 선택과 그에 따른 다른 결과가 있을 뿐이니까요.

G님. G님의 주변에는 수많은 인간관계들이 있을 겁니다. 직장 동료나 선후배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지인들도 있겠죠. 가족도 있고, 친척들도 있을 거에요.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느슨한 관계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그들은 G님과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G님과 가깝거나 멀거나, G님에 대한 판단도 얼마든지 내릴 수 있죠. 하지만, 관계에서 생기는 이러한 영향력들에 휘둘리면 안된답니다. G님은 다만 좋은 것만 주고 받고, 좋은 말만 듣고, 크고 작은 폭력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고, 나쁜 말이나 나쁜 것들은 적당히 무시하고 잊으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우울하고 외로운가요? 만약 상대가 우울하고 외로울 때 G님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드나요? 만약 내가 안아줄 수 있는 상대라면, 그 사람도 G님이 어떻든 안아줄 거에요. 그러니까, 용기를 내서 자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려는 시도를 해보세요. 물론, 내가 오픈마인드로 다가간다고 상대가 항상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죠. 그래도, 내가 먼저 마음을 닫으면 누구의 마음도 열 수 없답니다.

관계라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지요. 연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결혼도 마찬가지지요. 누군가가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걱정한다면, 고민하는 중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하세요. 고민하는 것도 결론나오지 않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G님의 선택이죠.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자신이 가정을 꾸리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일이, 그 사람과 할 수 있는 일인지 더욱 적극적으로 그 사람과 의논하세요.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결혼에 다다를 수 없어요. 연애도 하고 연애하며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생각하면, 결혼에 대해서도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걱정하고 결론을 내려야 해요. 일년 앞, 오년 앞의 삶도 꿈꿀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결혼은 물론 무엇도 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지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G님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어디까지가 일치하고 무엇이 다른가요? 결혼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이 관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저 현재의 감각?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상대나 외부의 결정으로 인해 깨어지는 순간? 약속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책임 회피? 불확실한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담대함?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질문하고 대답해보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길을 어떤 이유로 걸어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요. 진실과 마주하는 것도 뜻하지 않는 이별을 맞이하는 것도 어떤 것도 두려운 일이에요. 그러나, G님은 그 사람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더 많이 준비하고 생각해야 하지요. 그것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일상을 꾸려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금방 지치고 피곤해져요. 그래도, 삶의 고민들은 해야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지요. 매번 굳이 시간을 내서 대화하는 일을 멈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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