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4th prescription_친구가 유부남의 유혹에 흔들리는 것을 그냥 볼 수가 없어요.

X님 :

제 친구는 외롭게 어렵게 타지 생활을 하는 중이죠. 가족이 오히려 아이의 앞길을 막는 상황이라, 그녀는 정말로 힘들게 버티고 있어요. 어느날 그녀에게 결혼을 한 남자가 관계를 제안했고, 그녀는 당연히 거절했죠. 그런데 그 남자는 끈질기게 그녀를 유혹하나봐요. 계속 이혼할 거라 말하며 말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라, 흔들리는 그녀를 말리고 싶어요. 하지만, 그녀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죠. 그래서 제가 그녀를 말리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 내용은 요약내용입니다.)


X님, 엘입니다.

바람핀 남자가 또 바람필 확률이 크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일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혼을 담보로 사귀자고 하는 남자는 최악이죠. 그러니까, 상식적인 선에서 그 사람을 피하라 조언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게다가 결혼한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히 남자와 여자, 둘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부가 있고, 그들의 부모님이 있고, 아이들도 있을 수 있죠. 유부남과의 연애는 함부로 뛰어들 연애가 아닙니다. 일단 합법적이지도 않고요.  

그런데, 가족이 말리든 선생님이 말리든 친구가 말리든, 선택과 책임은 자신의 몫이죠. 나중에 친구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마음껏 말리세요.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옆에서 지켜봐주세요. 책임은 결국 그녀가 질 테니까, X님은 X님이 할 수 있는 몫만 하면 되죠.

그런 때도 있더라고요. 정말로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는 독약이라도 마실 수 있어요. 그것이 독약이라는 것은 그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죽을 만큼 목이 마르다면, 차라리 그걸 마시는 게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어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말이죠. 삶이 나를 짓누를려고 할 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때, 혼자서 버텨야 할 때, 나에게 내미는 손이 누구의 손인지 알고 싶어지지도 않죠. 일단은 그곳에서 도망치는 게 중요하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야, 다음 선택을 위한 시간까지 버티죠. 그러니까,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녀가 불행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에요. 그녀는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선택할 테죠. 한 선택이 모든 관점에서 옳을 수는 없어요. 그 때에만 정답인 선택도 있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우리는 자신 앞에 닥친 거대한 벽을 지나가기 전에는 결코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틀려도 잘못해도, 그래도 괜찮아요. 살아남기만 한다면.

그녀는 천만다행으로 X님 같은 친구가 있죠. 생각과 가치관과 사는 곳이 달라도,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기적이고 축복이죠. 삶에 지치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있어주는 친구라는 건... 

X님. 

그녀에게 끝까지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세요.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쓴소리도 하세요. 그녀가 듣기 싫어해도, 때로는 악역도 맡아주세요. 그리고,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곁에 있어주세요. 혼자 있는 그녀에게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 괜찮을 거라 말해주세요.

저는 두 분의 우정이 오래 가기를, 진심이 전해지기를 빌겠습니다.

















덧글

  • 체리달링 2011/06/20 00:40 #

    틀려도 잘못해도, 그래도 괜찮아요. 살아남기만 한다면.

    이말이 저에게도 와닿네요 ㅎㅎ

    후회되더라도 나중엔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그덕에 목숨유지는 했잖아"

    그것 만으로도 나중엔 위안이 되더라구요
  • 2011/06/21 09:15 #

    우리는 괜찮은 거에요 살아있으니까.
  • 니케 2011/06/20 10:50 #

    저런 미친새끼;;; 죄송해요 좋은 말이 나오질 않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런 미친놈은 니 마눌이랑 이혼하고 와서 사귀자는 말 하라고 해야 합니다. 이혼 할 '예정'이니 먼저 사귀자고??? 염치없는 새끼같으니;;; 미친놈;;;;;;;
    진짜 연락처 알면 제가 대신 그 마눌한테 연락해서 니 남편이 이러고 다닌다고 일러주고 싶네요.
    마눌한테 머리털 다 뜯겨도 정신 못차릴 놈 같으니;;;;;;;;;;;;;;;;;;;;;;;;;
    상담 의뢰한 분이 저런 X같은 놈의 말같지도 않은 소리에 제발 넘어가시지 않기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11/06/21 09:15 #

    나쁜 남자고 불쌍한 남자죠. 같은 지옥으로 끌어들이지 말아야지. ㅠㅠ
  • 2011/06/20 13: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6/21 09:15 #

    두 분 우정 아름답게 오래 가기를 빕니다. ^ㅅ^
  • nenne 2011/06/20 23:54 #

    저도 몇 년 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쓴소리를 하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조금만 그 유부남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면
    그 다음부터는 친구들한테 마음을 닫고 말도 안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그 남자와의 관계가 폐쇄적이 되면서 더 큰 사고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왜 말리면 더 불붙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속으로는 그 남자한테 쌍욕 퍼부으면서 내색하기도 그렇고.
    이럴 때 친구 노릇하기 참 힘들어요~
  • 2011/06/21 09:16 #

    그래도 쓴소리는 하는 게 좋아요. 물론, 정말로 가깝지 않으면 말 못하죠. 너무 가까워도 말하기 힘들고. 그래도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좋겠지요.
  • 2011/06/21 14:03 #

    이혼남이 된 다음이라 해도 고운 시선 받기 힘들텐데 '현재'유부남이라... 가정파탄범이니 하는 삿대질 받을 각오부터 해야 될 일이군요?
  • 2011/06/22 10:57 #

    현재 유부남인 분과 연애하면 안되지요.
  • 2011/06/21 14:06 #

    설령 순순히 이혼 위자료까지 물어가면서 사연의 당사자 분이랑 결혼을 하겠다 치죠. 그 이후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는단 보장이 어디 있죠? 이혼까지야 안 가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여기저기 바람피우고 다닌다거나요.
  • 2011/06/22 10:58 #

    재혼은 윤리적,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지요. 이후에 잘 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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