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th prescription_오빠와 동거 중인 걸 들킨 것 같아요.

O님 :

우리는 부모님 몰래 잠시동안 동거 중입니다. 그런데, 오빠의 부모님이 제가 오빠와 동거 중인 것을 알아채신 것 같아요. 우리는 둘다 패닉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방 잡아서 나갈 돈이 없어요. 어떡하죠?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O님, 엘입니다.

요즘 지방에서 학교 다니는 대학생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들 동거를 합니다. 그런데, 동거를 하면서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지요. 이유가 뭘까요? 잘 생각을 해보세요.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개인의 삶은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지요. 사람들마다 부모님, 형제, 친구, 연인에게 허용하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다릅니다. 보편적으로 이성 간에 동거를 한다면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하고 깊은 것으로 생각하죠. 여기에서 발생하는 궁극적인 문제는,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 성적 친밀도도 함께 높아진다는 데 있습니다.

개인의 섹스 라이프가 왜 문제가 되나요, 하고 물을 수 있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서적, 경제적, 물리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개인의 섹스 라이프는 보호자의 가치관에 종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아직도 자녀의 성경험이 결혼 시장에서의 가치를 결정한다 생각하시죠.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것은 언제나 개인의 선택이에요. 그러나, 성은 (그 분들의 기준이 유통되는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면) 다릅니다.

결론적으로는, 본인이 책임지지 못하는 성은 경험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죠. (혹은 나의 섹스라이프를 나와 그 사람 외에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한다든지.)  보호자가 당신들의 가치관을 근거로 나의 성을 통제하려 할 때, "나도 어른이니 내 인생에 더이상 관여하지 마세요."라는 항변에 "너는 내 자식 아니니 나가라."라는 답을 들을 게 뻔하다면. 

O님은 어디라도 갈 데가 있나요? 그렇다면, 얼마든지 동거해도 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나의 성을 통제하려 할 때 당당하게 내버려두라고 선언하고 나갈 데가 없다면, 되도록 독립 이전까지는 그분들의 기준을 따르세요. 그것이 편리합니다. 저는 개인의 성경험이 윤리도덕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건 아니랍니다. 

다시 한번 연인과 함께 동거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여 보세요. 동거가 양가 부모님에게 문제가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동거를 선택한 연인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라고 선언하고 양가의 동의를 구하는 방법도 있고, "우편물만 받은 것 뿐이라니까요." 라고 죽을 때까지 잡아떼는 수도 있습니다. 잠시 친구집으로 피신하고 그 사이 독립하여 나갈 방을 구하는 방법도 있죠. 아니면, 난 아직 동거를 책임질 능력이 없구나 인정하고 아예 낙향하는 방법도 있고요. 그 외에도 두 분이 아이디어를 내기 나름이겠죠. 포인트는 두 사람이 함께 논의하여 책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 지인들도 참 동거들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다른 사람들과 결혼했죠. 한때 누군가를 사랑하여 같이 살았던 게 왜 숨겨야 할 일이 되는지 참 아이러니합니다만. 저는 제 지인들의 동거를 알면서도 기억상실인 척 아예 없었던 일인 척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거든요. 개인의 과거 연애사로 그 사람의 인격을 쉽게 깎아내리고 욕하는 사회니까요. 한쪽 성은 미경험일수록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다른쪽 성은 반대의 기준을 적용하는 곳이니까요. 

앞으로는 더욱 신중해지도록 해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니 내가 어디서 먹고 잘 수 있을 지를 부모님과 상의하여 잘 골라보도록 합시다.










덧글

  • 2011/07/24 20: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7/24 21:59 #

    ㅠㅅㅠ 남자와 여자 이전에 인간을 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ㅠㅠ
  • 유 리 2011/07/25 09:56 #

    전적으로 동감이에요.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간섭과 가치관의 강요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아무튼 상담자 분이 책임감 있게 잘 해결하시길 바라요;;;
  • 2011/07/26 09:09 #

    차근차근 해결해야겠지요. >ㅅ<
  • Chameleon 2011/08/23 11:52 #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서울에서는 집 구하기가 쉽지 않은지라
    십 수년도 더 된 이성친구에게 방 하나 내어주면 어떻겠느냐라고 했더니
    부모님께서는 바로 반대를 하시더군요.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음에도
    많이 갈등되고 있습니다. 답답하기만 하네요.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 2011/08/23 12:59 #

    저는 뭐... 도리가 없어서. 보증금 100에 월세 10짜리 단칸방(공동화장실도 밖에 따로 있고 샤워도 부엌에서 해야 함)에서 시작했어요. 처절하게 꼬질꼬질한 삶이었죠. 20대시라면, 시나 구에서 지원하는 독신자 임대 아파트도 함 알아보시고요. 하숙집을 알아보셔야 할 수도 있고요. 불편함은 감수해야죠. -ㅅ- 맘맞는 친구와 돈 합쳐서 자취방 알아보실 수도 있고요. 궁리를 많이 해보세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
  • Chameleon 2011/08/23 13:23 #

    점심먹고 돌아왔더니 이런 초스피드 답글이 ^^;; 감사드립니다 ㅎㅎ

    제 전세집에 방 한칸 내어줄 뿐인데 오직 성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서울에 아무 연고도 없는 친구를 내버려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입니다.
    더구나 소싯적 제가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준 친구 중 하나라 더 미안하네요.
    그래서 부모님의 반대에 갈등하는 중이었답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과연 '이성'친구라는게 존재할 수 있느냐가 되겠네요.

    가을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하루네요. 즐거운 오후 되세요~
  • 2011/08/24 09:25 #

    앗 그런 것이었군요. =ㅅ=;;;;

    저는 이런저런 케이스를 많이 본 탓에. 성이 다르다면, 친구라도 아무래도 좀 힘들지 않을까 해요. 우리나라가 남자/여자 편가르는 걸 참 많이 따지는 문화잖아요. 극단적으로 남성성, 여성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문화권에서는, 두 친구끼리는 큰 문제 없을 수 있어도, 외부에 드러날 때는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물론, 나의 사생활인데, 남들이 무슨 상관! 이랄 수도 있지만.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보장된다면, 서로 간 신뢰에 따라 가능하기도 할텐데.

    하숙인데, 공동생활공간이 있고, 각자 개인 공간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는 남자여자 상관없이 사는 경우는 봤어요. 그래도 왠만하면 돈이 좀 더 들어도 여성전용, 남성전용에서 생활하죠.

    서로 간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말씀드리고 인사도 드리고, 설득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에휴, 저 어렸을 때 누가 방 하나 내준다 했으면, 저는 진짜 고마웠을 거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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