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th prescription_저는 트랜스섹슈얼인 것 같습니다.

S님 :

저는 너무나 여성스러운 외형을 가진 여성이지만 성격은 남성스럽죠.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스러워지는 제 몸이 싫었어요.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그 이유는 그들이 멋지고 건장한 남자라는 것이 부러워서였습니다. 제 남자친구들은 능력있고 여자들에게 매너가 좋고 얼굴도 남자답게 잘 생겼었죠. 제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가진 것들 때문에 화가 났었죠. 

남자 연예인들을 봐도 이상형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들처럼 내가 멋있고 잘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여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엘님도 그럴 때가 있나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걸까요? 제가 트랜스섹슈얼이 아닌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S님, 엘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성별에 의문을 가집니다. 내가 여자인 게 맞는 건지, 남자인 게 맞는 건지, 남자다운 게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여자다운 게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학습하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습니다. 문화권마다 남자와 여자를 특징짓는 부분은 조금씩 다릅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외형이나 목소리, 피부, 체모, 근력, 모성애, 성격적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성별에 따라 '비교적' 어떠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어떠하다고 한정할 수는 없죠. 

생물학적으로도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IS(인터섹슈얼)도 있습니다. 남자답다 여자답다의 정의는 분명히 세대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죠. 일본과 한국 문화권의 여자들이 내는 애기같은 애교애교 목소리에 경악하는 서양권 친구들도 있습니다.

타고난 성별이 맘에 드는 사람도 있고, 끔찍하게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기 때문에, 좋았던 성이 싫어지기도 하고 싫었던 성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수가 있는 반면,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어색해하고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소수도 있죠. 사람들마다 사춘기가 다르듯, 생물학적, 사회적인 성을 옷입는 것도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성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은 자아정체성을 이루는 큰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본질은 아니거든요. '나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이다' 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그 위에 "나는 부모님의 자녀이다." "나는 한국어 문화권에서 성장하고 있다." "나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나는 소비자이다." ""나는 나의 몸을 포함한다." 라는 것이 덧붙는 거죠.

"나의 몸은 여성이다." 와 "나는 여성의 삶을 살겠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타고난 성을 그대로 강화하여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고, 남성적, 여성적인 한쪽의 특징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수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물론,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을 다르게 선택하는 방법도 있어요. 사회적 성을 옷입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부모님이나 또래문화, 매스미디어가 특정 성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것은 시스템의 편이를 위한 목적이지 개인을 위한 건 아니거든요.

S님은 자신의 몸이 남성이었으면 하고 바라죠. 그것에 그치지 않고, 남성성이 가지는 멋진 부분을 동경합니다. 특히 매스컴에서 보여지는 '멋진 남자'의 이미지를 동경하죠. 여성보다 더욱 아름다운 선, 깨끗한 피부, 잘 가꾼 헤어스타일과 패션, 슬림한 팔다리와 불필요한 지방 따위 없는 근육질의 몸. 네, 이것이 바로 요즘의 '멋진 남자'인 것 같습니다. 차도남, 까도남의 사고방식와 행동, 그들이 가진 소비 습관과 패션. 이것이 바로 요즘의 젊은이들이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모습이죠. 그런데, 이것은 남성성의 아주 일부의 특징일 뿐이에요. 많은 남성들이 속절없이 늙어, 대머리 되고 배나온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죠. 여자도 마찬가지죠. 출산을 경험하고 배나오고 머리숱 없어지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죠. 죽도록 다이어트하고 온갖 첨단 과학기술의 화장품과 성형, 시술, 옷과 구두와 핸드백에 돈을 써야 해요. 남자도 자신의 외모와 사회적 능력이 늙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건 마찬가지죠.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진짜 모습이에요. 눈을 돌릴 수 없는 현실이지요. 

S님이 자신에게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보세요. S님이 여자가 되거나 남자가 된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은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아요. 내 삶은, 나의 성별보다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어떤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지에 의해서 달라지죠. 내가 자신을 얼마나 인정하고 좋아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죠. 다른 사람들이 내가 여자라서 좋아하고 싫어한다면 어떻겠어요? 내가 흑인라거나 내가 일본 사람이라서 좋아하고 싫어한다면? 내가 여자나 남자라서 나의 가치가 달라져서는 안되겠죠. (물론, 우리 사회는 아직 양성평등 사회는 아니에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이분함으로써 개인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감당해야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죠.) 내가 부자거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싫어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좋아하는 건 상관없지만, 싫어하고 차별한다면?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면?  

S님은 자신의 성별 말고도 온갖 사회적 차별과 차등과 싸워야 해요. 그러니, 내적 갈등은 빨리 정리정돈하는 편이 좋죠. S님은 '멋진 남성'의 이미지가 자신의 몸에서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남자로 태어난다 해도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니, 내 몸을 불평하기 전에 내 몸을 갖고 이루어낼 수 있는 다양한 신체적 표현들을 공부하고 연습해보세요. 보이시하면서도 여성스런 매력을 돋보이도록 하는 유니섹스 패션 코드를 선택하는 소극적인 방법부터 나의 성기를 남성성기로 대체하는 적극적인 방법까지. S님이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의 이미지는 아직도 많아요. 물론, 방법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다르겠지만.

저는 어렸을 때 아무 이유없이 아들이 딸보다 더욱 대접받는 분위기나 가정 내에서 펼쳐지던 가부장적 구도가 납득되지 않았어요. 커서는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해야 하는 내 몸이 싫어졌죠. 어려야 하고 날씬해야 하고 꾸며야 하는 의무가 과도하게 부여되는 게 싫었고요.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가 되어 얍얍얍 날아다니며 무술을 하고 나쁜 놈들을 물리치면 좋겠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죠. 아직도 가끔 꿈에서는 남성적인 히어로가 되죠. 

그런데, 어떤 시점에서부터인가. 여성성을 추구하는 삶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을 찾아냈어요. 이상향으로서의 남성성을 질투하지 않고 대리만족하는 방법도 찾아냈고요. 내가 늙어가고 살이 붙고 성적 매력이 줄어들어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믿게 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남자답다, 여자답다, 하는 특징이 뒤섞여 나타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는 걸 인정하면서부터는 결국 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패션과 다이어트, 복근, 내 눈엔 다 똑같아 보이는 헤어스타일에 죽도록 신경쓰는 요즘의 젊은아이들을 보면, 어차피 인간들은 유행하는 사회적 기표를 따라 흔들흔들 부유할 뿐이라 생각해요. 저는 나답게 사는 것,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 않는 것,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만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라거든요. 세상의 부당함에 화를 내고 분노하는 것만 해도 바쁘거든요.

그러니까, S님도 얼른 자신의 결론을 내리세요. 오래 고민하면 청춘이 속절없이 가니까요.

그리고, "나는 동성(혹은 이성)에게 끌린다." 는 건 다른 문제지요. 내 몸의 성별과 같은 성의 상대에게 끌리면 동성애고, 다른 성의 상대에게 끌리면 이성애고, 성에 상관없이 끌리면 박애주의자죠. 아닌가 양성애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끌리는 것을 굳이 카테고리화해야 하는 것도 참 의미없지만. (분류해야겠다는 의지에는 차별해주겠다는 의도가 있어서, 저는 반대합니다. 널 더욱 배려해주고 싶어 분류해주신다면 고맙겠지만. 그럴 리가.)

그리고, 내 몸이 갖고 있는 성과 내가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인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기억해둡시다. 내가 몇살이든 어린 시절에 정리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도 계속 튀어나오는 문제니 자신이 이상하단 생각은 하지 마세요. 결론이 나오시면 저에게도 슬쩍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잘 생각해봅시다. 








 

덧글

  • 2011/08/07 20: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8/07 21:49 #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계속되는 이성애에서 실패를 하고 상처입은 나머지, 동성애를 선택하면 좀 나을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ㅅ= 허허허허허.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