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st prescription_저는 왜 연애를 오래 할 수 없을까요

Y님 :

저는 연애하면 반년을 못 넘깁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제가 연애하며 상대에게 의존적으로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상대는 저에게 온갖 노력을 쏟다가 저의 애정을 못 느끼고 답답하다 떠나죠.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는 그걸 모릅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Y님, 엘입니다.

저도 20대 내내 한달도 못 넘기는 연애를 했어요. 나에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무슨 저주에 걸린 건지, 하필이면 내가 만나는 연애 상대들이 몽땅 문제였던 건지 몰라 방황했죠. 결국엔 연애라는 것이 아예 의미없는 것이 아닌가 연애 회의론에 빠지기도 했고요. 이유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내 연애관이 모호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거창한 인간관계의 기준이나 가치관  따위 없어도 가족, 가족의 지인, 같은 동네 친구, 같은 학교 친구라는 식으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인간관계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요. 하지만,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미있는 인간관계는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할 때에야 비로소 탄생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연애인들이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연애를 시작하게 되어요. 자신이 연애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남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연애하는지, 연애할 때는 뭘 해야 하는지, 내 연애의 목적과 의미와 스타일을 모르면서도 상대에게는 답이 있기를 막연히 바라게 되죠. 분명히 연애 중인데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요. 사실 연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관계의 일종인데 뭔가 스페셜한 규칙이 따로 있다고 오해하는 거에요. 그러니, 답없는 데서 답이 안나온다고 허둥대다 어느새 게임오버되기 일쑤죠.

연애할 때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가, 내 연인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가. 이제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어보아요. 사랑해 안 사랑해 이걸 물어보지 말아요. 너의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아요. 나의 사랑은 이것이다 하고 먼저 말을 해요. 그리고, 데이트를 할 때도 무엇을 나눌 것인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부담할 것인지 대화해서 결정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해요. 니가 먼저 나 만나자고 했잖아, 하고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리 내 얼굴만 봐도 좋다던 사람이지만, 결국에는 지치고 말아요. 왜 자신이 봉사하고 있는지 피곤해지면 아무 생각도 안나거든요.

연애할 때는 내가 지금 얘와 있어서 즐거운가 재밌나 행복한가 생각하세요. 그리고, 상대도 그런가 잘 관찰하고 물어보고 배려해주어요. 연애하며 우리가 연애를 누리고 있나 늘 생각해야 해요. 어제보다 오늘 이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었나 고민해야 해요. 내가 이 사람과 같이 있어서 빛나고 있나 돌아보아야 해요.

연애할 때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아요. 애정 표현의 문제도,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표현하는 일을 계속해서 연습해야 자연스러워지죠. 내가 충분히 나를 보여주고 있는지, 내가 상대를 충분히 보려하고 있는지 늘 확인하세요. 그저 관성적인 데이트만 반복하다가는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니까요.

물론, Y님은 이미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었죠. 모든 연애는 교훈을 남깁니다. 그러니, 헤어진 관계들이 남겨준 교훈들을 잘 곱씹고, 다음 연애를 더욱 훌륭하게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거랍니다. 인간관계를 더욱 아름답고 튼튼하게 꾸려가는 일을 얼마나 잘 해나갈 것인가를 연습하는 게 바로 연애의 진짜 의미일 지도 몰라요. 그러니, 두려워말고, 다음 연애를 향해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연애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인연을 귀하게 만나 내가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랍니다. 장기연애불능의 저주 따윈 없어요. 힘냅시다.















덧글

  • ranigud 2011/08/29 13:46 #

    그냥 우스개소리(?)로 하자면... 사주에서 여자에게 '관'은 남자이거나 직장이라는데 관이 깨지면 남자가 깨지거나 직장이 깨진답니다. 그래서 전 직장을 1년 이상 못다니.......OTL
  • 태영 2011/08/29 17:34 #

    어라 저 사주에서 저보고 관운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던데 이거 좋은거인가봐요??_?
  • ranigud 2011/08/29 17:57 #

    저도 들은거라서 ㅋㅋㅋㅋ
  • 2011/08/31 09:22 #

    저는 사주 보면 다 좋다 하던데. -ㅅ- 근데 내 통장은 왜 이렇게 얄팍한 것인가.

    직장 문제는... 애초에 잘 고르는 게 중요한 듯. 저는 20대 내내 불안정한 고용상태였어요. 노동법을 어기는 회사들이 많기도 했고, 망하는 회사, 신생 회사만 골라 가다보니 그렇더군요. 뭐 지금도 오래 다닐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상태지만.

    설립한 지 오래 된 회사, 사규 명확한 회사, 4대 보험 다 주는 회사, 근속년수 오래된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 회사 다니며 다닐만 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회사... 를 찾아가야 해요. 아님 돈 많이 주는 큰 회사. -ㅅ- 근데 애낳고도 다닐 수 있는 회사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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