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8th prescription_남자친구는 저를 더 빨리 만나서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슬프다고 합니다

P님 :

저는 노래방이나 공공화장실에서 요구하는 남자와 만났었죠. 이제 저는 남자들이 진심이 아닌데도 저를 달래기 위해 하는 말들을 어렴풋이 구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의 연인은 절 정말 좋아해요. 저의 과거 상처를 다 알면서도 사랑하니까요.

그런데, 그가 말했어요. 저의 과거에 그렇게 슬프고 아팠던 일이 있었다는 일이 자꾸 생각나고 마음이 아프대요. 나를 더 빨리 만나 지켜주지 못한 게 안타깝대요.

저는 그 말을 들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점이 미안하고 죄책감들고 순진했던 내가 다 잘못한 것 같다 생각이 들어요. 역시 혼전순결을 지키지 못한 여자를 대하는 건 힘든 건가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P님, 엘입니다.

어디에서도 구원이 없다 느껴질 때, 남자의 달콤한 말은 다시 나를 살게 하죠. 그런데, 숨 좀 쉬게 되셨다면, 냉정해지기 바래요. 그는 아직 어린아이에요. P님도 마찬가지죠. 그가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 때, P님에게 사랑한다 그러면 그 말에 조금은 기대도 됩니다. 그런데, 두 분은 아직 내년에 자신이 어디에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어디로 가야할 지 정하지도 않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안심이 되는지 몰라요. 두 어린아이가 손을 잡고 '사랑'이나 '연애'라는 말 뒤로 숨는다고 해도, 결코 안전하지 않아요.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미성년을 벗어날 테고, 아직 어떤 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사람들은 스스로를 책임지라고 몰아세울 거에요. 어른들도 결국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으면서도, 어린아이들에게 벌을 내릴 때는 너무나 당당한 법이죠.

P님. 당분간은 연애를 할 때마다 P님은 삶의 큰 교훈을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줄줄이 상처입을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순수한 악의로 P님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드물어요. 그러나, 어려서, 몰라서, 실수로, 그게 맞는 줄 알아서, 그것이 그 순간의 정답이었기 때문에, P님을 상처주는 사람들은 계속 나타날 거에요. 연애 관계에서 순수하게 행복만 맛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이란 게 그리 호락호락 하던가요.

P님. P님은 아직 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요. 겪었다고 해서, 그것이 P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내가 한 행동과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확신이 있을 때 섹스할 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나의 섹스를 결정할 지 모른다면, 그 선택은 뒤로 미루어도 되어요. 대학생 언니들이 십대 청소년들과 똑같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이용당하고 우는 이유는, 성에 대해서 자기 기준을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P님이 지금 그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한다면, 적어도 P님은 미성년을 벗어나서는 덜 아플 수 있고 덜 다칠 수 있어요. 

닥쳐야 보이고, 넘어져 보아야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성이죠. 내 몸에 직접 닥치기 전에는 막연할 뿐이니까요. 그러나, 어디서 나의 기준을 찾아야 할 지는 참 애매합니다. 

P님. 이미 한번은 겪었잖아요. 노래방이나 디비디방, 공중 화장실에서 손쉽게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는 100% 꽝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성에 대한 태도가 진지하지 않은 것이고, 그 때에 하는 달콤한 말은 그저 남자들의 임기응변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나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섹스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지 않아요.

지금의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에요. 그 역시 아직은 성에 대한 기준이 없죠. 연애 상대의 과거 성경험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그 부분은 서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거고, P님도 새로운 연애상대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상받으려는 일은 관두세요. 물론, 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어도 자신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궁금할 거에요. 하지만,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위대한 사랑은 무척 드문 거에요. 어려운 일이에요.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든 걸요. 하물며,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연애상대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하고 배려하겠나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자신의 상처를 모두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치유하면서, 연애 상대와 충분히 신뢰를 쌓고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 그 때에 조금씩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나도 그도 어른이 아니라면, 각자의 몫만 감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성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P님을 지속적으로 아프게 하거나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겁니다. 원치 않은 성은 죄책감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겪는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어딘가에서 다치거나 넘어지는 것과 똑같은 거에요. 그러니까, 두 사람 모두 지나버린 일을 두고 전전긍긍하면서 아프다 슬프다 울지 마세요. 앞으로 더욱 아끼고 사랑하면 되는 거에요. 

P님.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일 수는 없죠. 그러니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과거의 상처를 헤집는 일은 아닐 거에요. 다들 목표를 갖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죠.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 할 수 있는 몫을 하세요. 나를 고민하지 않게 붙잡아주는 좋은 어른이 없다고 세상을 원망하지 마세요. 그 시간에 스스로를 다잡고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하는 게 현명한 거에요. P님보다 먼저 어른이 된 사람들도, 부족하고 척박한 땅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 뒤로 숨지 마세요. 그것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하는 일이니까요. 

연애는 P님은 구원하지 않아요. 스스로 당당하게 서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더 고민해야 해요. 그러니까, 남자친구의 고민 앞에 무기력하게 서있지 말고, 나는 괜찮다고 앞으로 '우리'를 더 많이 고민하자고 해요. 다들 그렇게 앞으로 나가니까요.
 
수험에서도 지지 마시기 바래요. 힘냅시다. 








 


덧글

  • 2011/10/19 11:24 #

    지나간 성관계는 후회한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게 아니죠. 그렇다면 그걸 붙들고 후회만 하기보다 지난 경험에 비추어서 이제부턴 연인과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하고 행동하시는 게 더 가치있는 일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의 남자친구가 처녀성에 집착하는 속물이 아니잖습니까? 그렇다면 '먼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란 말을 해주었을 때 느낄 감정은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보단 고마워하는 마음인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 2011/10/21 12:49 #

    그럼요.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우고 당당해져야겠죠.
  • 2011/10/22 03:4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10/25 09:07 #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요. 마음 강하게 먹으세요. 서서히 좋아질 거에요.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니까, 의연하게 이겨내요.
  • 2011/10/29 04: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10/30 20:41 #

    ^-^;;; 흐규흐규
  • 2011/10/30 21: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10/30 22:42 #

    ^ㅅ^ 그러게 말입니다. 어릴 때는 "널 지켜줄게." 라는 말 참 낭만적이지 않아요? 어릴 때 본 드라마나 로설에서는 다 그러더라고요. 참 밑도끝도 없는 말인데. 그래도, 들을 때는 참으로 달달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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