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th prescription_너무나 사랑받았는데 그는 금방 지쳐 떠났고, 저는 아직도 그를 그리워합니다.

B님 :

이별한 지 벌써 몇달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사람을 생각나고 힘듭니다. 얼마 사귀지도 않았고 지금 사귀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에요. 

저는 그 사람이 매우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사귀기 시작했죠. 그는 늘 저에게 애정표현과 찬사, 스킨십을 퍼부었고, 항상 저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저를 애기처럼 공주처럼 떠받들고 보살펴주었어요. 저는 사랑받는 게 너무 좋아서, 그를 늘 졸라대기만 했습니다. 그는 소소한 선물과  편지를 챙겨주고 데이트 비용도 모두 부담했습니다. 늘 제가 우선인 사람이었죠.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짧았어요. 

어느날부터인가 그는 자신의 일상을 먼저 챙기기 시작했죠. 그가 바빠지는 사이, 우리는 소원해졌고 그의 마음은 점점 멀어졌고 그의 마음을 확인한 저는 헤어지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연애가 빠지니까 자신의 삶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그래서 다시 연애하며 힘든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대요. 
 
전 이제 그의 온라인 흔적을 뒤지며 그를 그리워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충고에 인간관계를 넓게 펼치고 자신을 바쁘게 만들어보았는데도, 그 사람만 생각납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헌신적이었을 때, 저는 짜증내기 일쑤였던 게 후회됩니다. 마지막으로 안부인사라도 전하고 싶은데, 그것마저 거절당할까봐 연락할 용기도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고통을 참는 게 맞는 걸까요. 제가 잘못한 것들 때문에 더 힘듭니다. 
  
    








 
 
 
B님, 엘입니다.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금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헌신적인 사랑을 받았던 과거의 영광을 놓칠 수 없어서이고, 그리고, 그에게 애정을 되갚지 못해 이별이라는 죄과를 받았다는 부채감 때문이겠지요. 부수적으로는 자신의 의지로 이별을 결론내린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성대했던 처음과 비교하여 너무나 초라한 끝이니까 믿고 싶지 않을 거에요. 처음에 B님은 여왕님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B님은 평범한 여자가 되었고 마지막엔 유리구두를 잃어버린 맨발의 소녀가 되었어요.    

이별에 대해서도 공부가 필요해요. 모든 인간관계가 맺고 끊어지는 과정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지요. 상실과 상처가 마음에 어떤 착각 필터를 씌우는지도 알아야 하지요. 그러면, 자신의 마음을 좀더 담담히 들여다보는 게 가능해지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견디는 힘도 늘어나요.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실감은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별을 해도 죽지 않고 세상이 여전히 잘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하면 더 잘 견딜 수 있게 되지요. 연인이 아닌 친구, 가족, 동료, 지인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의미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면, 이별 후를 감당하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거에요.

B님의 글에서는 과거에 대한 후회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B님의 이별은 무엇인가를 잘못해서 그것의 처벌로 다가온 게 아닙니다. 사람마다 연애에서 기대하는 것이 다릅니다. 의미와 목적도 다르죠. 스타일도 다르죠. 소비 패턴도 다릅니다. 데이트의 양상도 달라요. 연락 빈도나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달라요. 하물며, 애칭도 다르고 둘만의 비밀 암호도 다릅니다. 스킨십의 정책도 달라요. 연애할 때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공개하느냐 하는 것도 다르고, 자신의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에게 연인을 어떻게 얼마나 보여주는지도 다르죠. 두 분은 연애에서 기대하는 게 달랐어요. 그래서, 달콤한 연애의 처음에서 한쪽은 지쳐갔고, 한쪽은 점점 애정에 목말라갔죠. 이렇게 한번의 관계를 경험하고 나면, B님은 다음 연애에서 다른 행동방침을 선택할 수 있죠. 그 사람도 그럴 거에요. 그런데, 같은 연애 안에서 그걸 시도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많은 남자들이 연애관계가 시작되고도 애정을 증명하는 무리한 구애 활동을 계속해요. 연인에게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는 하지 않는 과한 친절과 애정표현을 하죠. 밥도 떠먹여주고, 업고 다니고, 감동적인 사랑의 시를 읊어요. 분명히 B님은 혼자서도 잘 살아온 성인인데, 아기처럼 애지중지하고 돌보는 거죠. 이 달콤한 대접에 중독되면, 여자들은 이것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심지어 이런 대접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래요. 하지만, 인간의 신경과 돈과 시간은 한정적입니다. 균열은 연애의 처음에서부터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죠.
 
연애에 대한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은 이러한 노선을 선택합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애정표현을 하자." 그래서, 무리하지 않죠. 그러나, 무리하고 싶지 않은데 자신도 모르게 무리하는 때도 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에 취해서, 미쳐서, 겨워서 그렇게 합니다. 불타오르는 연애의 초기에서 피곤을 느끼는 순간! 남자도 여자도 이건 사랑이 아닌가봐, 제정신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진짜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거에요. 달콤한 시작은 미리 당겨 쓰는 보너스 같은 거랍니다. 달콤한 건 달콤할 때까지 즐기고, 시금털털하고 맵고 짜고 밍밍하고 무슨 맛인지 모를 연애의 참맛을 두 사람이 동시에 맛있다고 느끼는 요리로 만들어가는 것이 연애를 운용하는 진짜 방법이지요. 

연애상대로서의 호감, 성적인 매력, 미지의 성역으로서의 상대를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그 때가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B님. 그는 분명히 B님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연애의 앞부분만을 맛보고는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그 뒤부터가 진짜인데 그걸 알아볼 깜냥은 안 되었던 거죠. B님도 그 사람의 방식에 적응하며, 연애의 앞부분에서 얻어지는 달콤함과 권력을 한껏 누렸죠. 사랑의 관건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에 있다는 걸 망각한 동안, 이별은 급박하게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에게 사랑받았던 B님은 그 사람에게 B님의 본질은 아니었을 지도 모릅니다. 모셔야만 하는 공주님이 아닌 나와 같이 삶을 공유할 사람으로 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과 통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직 그걸 몰랐던 거랍니다. 

사랑은 동사라고 하지요. 관계의 시작은 번쩍 번개 맞고도 시작하고, 계약처럼도 시작하고, 서서히 물드면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사랑은 내가 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두 사람만의 룰을 만들고 관계를 가꾸고 누리는 일이지요. 그러니까, 지나간 사랑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사랑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B님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몰라요. 현실을 인정하고 이 과정을 넘어서기 위한 각오를 하세요. 시간이 지나면 이 고통도 일상이 되고 무뎌집니다. 마음이 정말로 편안해지면, 어딘가에서 잘 지내시길 바란다고, 안부인사 정도는 보낼 수 있겠죠. 정말로 전하지 못한 말이 무엇이든간에, 두 사람이 인간적인 이해를 나눌만큼 성숙한 사람이라면 그런 인사까지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B님. 이별 이후는 온전히 B님의 몫이랍니다. 이별 때문에 반드시 어떻게 아프고 어떻게 상처받아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건 아니니, 마음을 쉬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덧글

  • 2011/12/17 20: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12/17 20:14 #

    모가 죄송합니까! 공감을 표현해주어서 고맙습니다. ^ㅅ^ 오타쿠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는 거죠. 좋은 겁니다. 오타쿠 라는 말에 있는 부정적인 것을 상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결코 나쁜 의미만은 아니지요.

    아직 10대라고 하시니. 그 젊음이 무한 부럽네요. 가족과 주변 사람들 보면서, 사랑이 무엇인가, 관계가 무엇인가 고민 많이 하시고, 멋진 사랑을 하는 어른이 되시기 바랍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관계에 대한 기준이 갑자기 뿅 하고 생기는 건 아니니, 나이 들어도 내내 어린아이같은 애정결핍 속에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앞으로 진짜 사랑이 몇번이라도 시작될 수 있답니다. 한껏 두근두근 하면서 살아가세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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