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3rd prescription_어렵게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했는데, 아직도 저를 그렇게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워요

E님 :

저는 어렸을때부터 내성적인 아이었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살며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요. 학교를 다니면서는 열심히 공부만 했고, 친한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대학을 와서도 선후배 관계나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버거웠어요. 하지만, 배낭여행도 가고 모임도 많이 참석하면서, 무척 노력했죠. 

저는 이제 연애도 하고, 절친도 대여섯명이나 있습니다.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는 선후배들도 있어요. 이제 저는 알면 알수록 재밌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죠. 

그런데, 가끔 "넌 참 조용한 아이구나" 라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습니다. 전 낯선 사람과 처음 만나면 정말 한마디도 안하거든요. 그게 편하기도 하고 일부러 먼저 말을 해서 애쓰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저를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그런 말을 하면, 저는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고 남들이 나를 외톨이로 생각할까 걱정됩니다. 

내성적인 성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제 사고방식이 틀린 걸까요? 












E님, 엘입니다.

타인의 평가를 위해 사는 삶은 피곤합니다. 남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든, 그것을 나 자신에 대한 거절이나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세요. 칭찬이 상이고, 지적이나 비판이 징벌인 것도 아닙니다. 호감과 무관심, 미움, 이유없는 거부는 인간관계에서 매우 랜덤하게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타인과의 긍정적인 화학작용만이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람은 모두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 상황의 이익관계로 타인을 평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비판과 비평을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 하지는 않아요. 남을 욕하거나 비판할 수도 있고 칭찬하거나 추천하거나 호감을 표현할 수 있죠. 생각이나 취향, 토론, 주장은 누구라도 목소리 낼 수 있는 거랍니다. 하지만, 나의 외부에서 생긴 나에 대한 담론은 나의 본질을 흔들지는 못해요. 내가 생각하는 자신이 진짜입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도요.

자신을 향한 비판이나 비난을 마음에 담지 마세요. 괜한 오해를 사거나 욕을 듣는다면, 그것을 해명해야 할 필요도 있죠. 그것이 나의 삶을 나쁘게 만든다면. 그러나, 대부분의 뒷이야기는 남 이야기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심풀이일 뿐이에요. 그다지 의미있지 않아요. 내가 내 삶을 꿋꿋하게 꾸려나가면, 그것이 진짜 내 모습인 거에요. 겉만 보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진실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랍니다. 어차피 스쳐지나갈 인연들이니까요. 하물며 나를 처음 본 사람이 하는 내 첫인상 말인가요. 그 사람이 나와 얼마나 인연을 맺고 오래 갈 지 모르지만, 내 성격이 내성적이라 해서 그것이 타인을 해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보셨나요, 하고 그냥 지나가면 될 일입니다. 조금 더 대범해지도록 하자고요.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부족한 정보로 얼마나 평가하고 재단하며 사는지 안다면 말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남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오직 내가 내리는 나의 평가만이 의미가 있는 거랍니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말도 참고 자료는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평가로 인해 내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내가 나를 믿지 않아서에요. 믿어도 되는 거에요. 아니, 믿으세요. 더 굳세게 믿으세요. 어떤 인간도 완벽하지 않아요. 그러나, 내가 나이기 때문에, E님은 자신을 더 믿어도 되고 좋아해도 되고 지지해도 되고 인정해도 되는 거랍니다. 끝까지, 언제나, 한결같이,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믿고 지지하고 인정하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사람들의 말에 덜 흔들리는 날도 옵니다. 
 
그리고, E님은 아주 놀라운 성취를 해내셨지요.

타고난 성정을 바꾸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 바로 자신다운 일이죠. 하지만, E님은 혼자 하는 것이 좋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필요하면 관계를 가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죠. 양쪽을 다 균형있게 가꾸어가는 사람들은 흔치 않아요. 그러나, E님은 그렇게 하고 있죠. 혼자의 시간도 잘 꾸려나가고, 여럿이 있는 관계도 잘 맞추어가요. 타고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새롭게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저는 잘 알아요. 저 역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인연을 오래 가져가는 것도 사람을 믿는 것도 갈등을 감당하는 것도 무척이나 어려워하는 내성적인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생존과 생활을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꾸려나가는 수고가 필요하죠. 만약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 타고난 성격이 지향하는 것과 반대되는 활동을 노력해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훌륭한 거랍니다.

내성적인 성격은 아무래도 인간관계를 감당하는 일을 어려워하거나 귀찮아하거나 덜 필요로 하기 쉽죠.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인간관계를 아예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지요. 다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인간관계의 질과 양이,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덜한 것뿐이에요. 하지만, 사회적 성공이 양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기준한다면, 아무래도 내성적인 성격은 불리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내성적인 성격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성격적 경향성에도 장단점은 있죠. 또한, 어떤 성격적 경향성도 복합적입니다. 또한, 성격은 변화하죠. 노력에 의해 나의 본래의 성격이 아닌 것이 새롭게 생기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내성적'이라는 단어에서 어서 자유로워지세요! 그것은 E님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니까요.

저는 타고난 부끄럽쟁이에 개미목소리에 남들이 나를 쳐다보기만 해도 주늑드는 어린이였죠. 그런데, 살다보니 저를 정반대로의 성격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생기더라고요. 생존하기 위해서는 없던 것도 생기는 것이 삶이죠. 그래도 나에게 정말 편안한 것은 정말 나를 잘 아는 사람하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부끄럼쟁이 어린이도 저고,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하는 것도 저죠. 그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랍니다. 살다보면 이것저것 더해지는 것이 삶이니까요.

E님. 사실 저는 크게 걱정은 안해요. 왜냐하면, 나이를 먹다보면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체득하게 되니까요. 설사 나만 쳐다봐도, 왜 그러시나요, 하고 물을 수 있는 관록이 생기니까요.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떨어질 남들의 평판에 전전긍긍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누구나 두려운 거에요. 남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거죠. 그러니까, 정답은 그저 BE MYSELF!

E님. 더 자유로워지시기 바랍니다. 










덧글

  • ranigud 2011/12/25 22:46 #

    내성적인 성격이 나쁜건 아닌데요. 게다가 일단 낯선사람은 일단 경계하고 보는 게 당연한거 아닌감요...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같은 책도 있구요.. ㅎㅎ
  • 2011/12/25 23:31 #

    오오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합니까. 성공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거겠지요. 사실 성격이야 뭐든. ^ㅅ^
  • 2011/12/25 23:2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린쿠 2011/12/25 23:22 #

    오타를 실수로 안 고쳤지만 그래도 뇌내 보정으로 봐주세요.^^
  • 2011/12/25 23:34 #

    글 잘 쓰는 거요? 저도 글을 잘 쓰는 건 아닌데. ^ㅅ^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자기 검열이 없어야 해요. 오타도 수정하지 말고, 문장을 계속해서 쓰는 연습을 해보세요. 시간을 딱 정해서,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 더 적응되면 30분이나 1시간. 잘 쓰겠다 걱정 마시고, 내 생각을 풀어내겠다, 라고 생각하고 쓰세요. 매일 쓰시고, 자주 쓰시고. 그러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특별한 방법
  • 2011/12/25 23:38 #

    이 없고요. 최근에는 창작은 하지 않고 있으니까. 상담소 일 뿐이고. ㅠㅅㅠ 일기도 안 쓰고 있고요. 트위터만 하고 있고. 흐규흐규.

    그리고, 글쓰기도 목적에 따라 방법이 다르죠. 글쓰기에 대한 책은 아주아주아주 많이 나와있어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보세요. 어휘를 늘리기 위해서는 독서도 좋고, 외국어 공부도 좋고요, 다양한 외국 번역 소설도 읽어보시고, 인문학 책도 많이 보시고, 기사나 칼럼도 많이 보세요. 많이 보는 게 젤 좋죠.

    자기치유적 글쓰기도 있고, 기사나 칼럼 같은 생각이나 의견, 객관적 사실 전달을 위한 글도 있고,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적 글쓰기도 있고, 낙서 같은 유희적 글쓰기, 자기 기록을 위한 일기 쓰기... 고민이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쓰기도 있고요.

    여튼. 글쓰기는 좋은 겁니다!!!!!! 생각이 자라면 나도 쑥쑥 자라니까요. ^ㅅ^/////
  • 2012/01/05 18:10 #

    내성적인게 잘못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 말들의 저의가 '넌 왜 이렇게 사회성이 없냐'를 대놓고 말하기 미안해서 그런 것이든 진짜 그 말 뜻 그대로이든 간에 저렇게 돌려서 얘기할 수위면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지 싶군요. 안그래도 신경쓸 거 많은 세상에 대놓고 말도 못하는 걸 뭘 신경쓰나요? 그리고 외톨이에게도 모두를 내가 따돌린다는 긍지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정신승리일지언정...
  • 2012/01/06 09:56 #

    각자 편한 만큼만 세상과 관계 맺고 사는 게 좋은 거 같아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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