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7th prescription_구남친이 새 연애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 다시 욕심이 났어요.

C님 :

구남친은 가난한데다 서로 자주 싸워서 헤어졌죠. 현남친은 전남친이 못가진 것을 달래주는 사람이라 만났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구남친과 마주친 적이 있죠. 우린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못본 척 지나쳤습니다.  

전 현남친과 만나며 제가 과거에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반성하고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구남친에게 더 잘해줄 수 있었다는 후회가 들면서, 현남친에게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남친은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뜨겁지 않아 저는 다른 남자를 만날 여유까지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현남친은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큰 장점이 있죠. 우리는 이런저런 위기를 넘기며 몇년째 잘 지내고 있지만 가끔 외롭긴 합니다.

최근, 우연히 구남친의 연애를 알게 되었는데, 그가 연애하며 행복한 걸 보니 다시 미련이 생기더라고요. 구남친은 정말 알콩달콩한 타잎이었거든요. 질투가 났어요. 전 늘 사랑받기를 원하니까요.

물론 100%의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렵겠죠. 전 요즘 구남친과의 재회와 현남친과의 관계를 이리저리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픕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C님, 엘입니다.


연애은 여러가지 목적과 의미로 지속됩니다. 온통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본능일 것입니다. 하물며 고양이도 밥과 물과 햇볕 외에 쓰다듬과 뽀뽀가 필요하죠. 인간은 언제나 그 이상을 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본능적인 욕망에 더해서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욕망까지. 인간이 애정을 갈구하는 욕망이 줄어드는 건 아마도 불가능하겠죠. 나이가 든다고, 젊음이 쇠한다고, 상처가 깊다고, 어른이 된다고 줄어들지는 않을 거예요. 하물며 연애 중이라고 해도 말이죠.


누구나 이상적인 사랑이 마음 속에 있어요. 타인의 연애는 언제나 더욱 화려해보이죠. 내가 알고 있는 내 일상이 꿈꾸던 미래이기는 쉽지 않아요. 그것이 연애든 일이든 가족이든 우정이든 말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합리화 능력이 갈수록 늘어가게 되지요. 포기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도 오고요. 가지 않은 길이 멋져보이는 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일 거예요. 여기가 아닌 저기에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인간은 신과 종교를 만들어냈고요.
 
C님의 고민은 가지 않은 길 증후군에 속한다 생각됩니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은 내가 상상하는 만큼 행복해보여요. 특히, 내가 현실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어떤 선택도 외부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온 것은 없어요. C님의 현실은 모두 C님의 선택이었어요. 거절할 수도 거부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C님은 그저 받아들였죠.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는 걸, C님도 알고 있잖아요.


지금 당장 나의 현실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죠. 내 현실을 긍정하는 일. 그리고, 나의 선택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일. 내가 지금 누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보는 일. 그 정도 뿐이에요. 어떤 조건이나 상황이나 기준 때문에 내 행복이 좌우되는 건 아니죠. 행복 또한 행복의 기준을 찾아내는 능력에 좌우되니까요. 그저 지금 내가 행복해지겠다고 결정하면, 행복의 이유를 찾아내세요. C님은 지금 행복한가요? 불행한가요?


C님. 하나씩 정리해보아요. 현남친에게 더 많이 사랑받으면 행복할 수 있나요? 사랑의 깊이와 표현이 동시에 필요한가요? 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주었으면 하나요? 표현은 타고난 기제가 아니라 훈련이고 연습이고 학습이죠. 그 사람에게 원하는 애정표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연습하고 학습할 기회를 주어보았나요? 먼저 솔선수범해보았나요? 그 사람이 C님의 애정표현에 흠뻑 녹아들 때까지 사랑을 표현하여 보았나요? 그 사람과 더 많이 사랑해서 행복해지자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나요?


그와 함께 있지 않은 빈 시간에 연애활동이 아닌 무엇으로 삶을 채울 지 고민해보았나요? 연애도 결혼도 삶을 살아가는 일부의 방법이죠. 연애인이면서 동시에 C님은 자연인이지요. 자신이 선택한 연애로 채우는 애정욕을 제외하고도, C님의 삶에는 다른 욕망들이 많이 있어야 해요. C님은 무엇을 욕망하는 사람인가요? C님에게 여러 상대에게서 조금씩 채우는 애정이 정말로 C님에게 정말로 필요한 욕망인가요? 연애하지 않을 때 C님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가요?


연애는 삶의 일부일 뿐 C님을 구원하지 않죠.


C님의 구남친은 알콩달콩하는 표현은 좋았지만 어른스럽게 C님을 포용하는 성격은 아니었죠. 두 사람은 사랑하는데 헤어진 게 아니라 헤어질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졌습니다. 구남친이 다시 C님의 현실이 된다고 해도, C님은 다시 한번 같은 문제와 마주쳐야 하죠. 물론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성장하여 드디어 그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생겼다면 몰라도.


구남친의 새로운 연애에 발끈하는 건, 한 때 내것이었던 사람에 대한 미련이 맞아요. 저 역시도 구남친이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다지 쿨할진 못할 걸요. 연애에는 시작과 끝이 있어요. 제대로 시작하고 제대로 끝내는 일이 바로 어른의 기본자세죠. 양측이 충분한 시간과 대화를 통해 이별을 도출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감정과 생각과 미련이 남지요. 하지만, 어떻게 끝내었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그 연애까지도 권태롭다는 걸 발견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면, C님이 미련가지는 그 남자는 과거의 남자가 명백해요.


문제 해결의 순서는 언제나 현재에서 시작하죠.


현남친과 대화 시간을 늘리세요. C님의 욕구불만을 구체화해서, 현남친에 제대로 전달하세요. 그리고, 지금의 연애가 알콩달콩해질 수 있는 현실적인 실천사항들을 만드세요. 그리고, 시간과 비용과 신경을 써서 노력하세요. 관계를 내버려두면 익숙해져서 그저 낡아질 뿐이에요. 연애가 행복하려면 자신 몫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해요. 사랑은 가꾸어야 꽃핍니다. 지금이 화양연화가 아니라 생각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야 해요. 그것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이지요.


구남친에 대한 미련은 전화 한통이면 정리됩니다. 현남친과의 알콩달콩 지수를 높여도, 여전히 한눈이 팔아진다면 C님은 그 남자와 맞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어서 헤어지고, 구남친에게 다시 프로포즈해보세요. 내 현재의 연애를 정리하고 구남친에게 다시 프로포즈를 감행할만큼 자신이 구남친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만약, 현재의 연애를 보험으로 두고 구남친에게 은밀한 재회를 제안하려는 생각이라면 당장 그만 둬요. 그것은 구남친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구남친의 새여친을 모욕하는 행동이니까요.
 
C님. 마음은 금방 어지러워져요. 내가 다스리지 않으면 저절로 평화로워지지 않아요. 자신과 대화하며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시기 바래요.


봄이잖아요. 흔들릴 수는 있어요. 잘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 나이스샷 2012/05/03 17:27 #

    c님은 남친들(구/현)이 뭔가 자신에게 해주기를 바라는것 같네요.
    자신이 먼저 현남친에게 알콩달콩하게 군다면...그렇게 되는게 아닐까요?
  • 2012/05/03 22:59 #

    저도 연애를 잘 모를 때는 상대에게 바라기만 했던 것 같아요. 상대의 말과 행동을 평가하기만 했죠. 내 연애인데 내가 참여하고 내가 누려야 하는데, 그걸 잘 몰랐어요. C님도 자신이 주체가 되는 연애에 대해서 곧 알게 되시겠죠 ^ㅅ^
  • Nina 2012/05/03 19:41 #

    얼마 전에 읽은 책에 나왔던 문장 한 마디가 생각나네요. "사랑을 구걸하지 말고, 사랑을 하세요."
  • 2012/05/03 23:00 #

    사랑받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내가 하면 되는 일이지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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