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9th prescription_내가 더 사랑하지만 저는 참고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어요

E님 :

우리는 인종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데다 롱디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학기 시작 전에는 롱디여도 매일 연락하고 애틋했어요.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는 일주일에 한번 문자도 보내지 않더군요. 서운한 맘을 길게 전했는데도, 그는 답이 없었고, 결국 나를 챙기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만나게 되면 그 때 다시 사랑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외로움을 참아보겠다고 하고 붙잡았죠. 롱디니까 바라는 것 없도록 살겠다 다짐했고, 그에게도 그렇게 전했어요. 그가 이해한다는 말을 해서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와는 여전히 연락이 뜸하지만 믿기로 했으니까 저는 이제 연연하지 않아요. 

제가 어떻게 하면 그가 더 저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나는 어디까지 바랄 수 있고, 그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요? 저는 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맘을 전하는 게 나을까요? 분명 저는 지금 내가 더 사랑하는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제 지난 연애도 늘 퍼주다 헤어졌었죠. 이젠 그런 실수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가 살아오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다 보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E님, 엘입니다.

연애라는 인간관계는 사실 생산보다 지출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입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분명히 비용이 들어요. 구체적으로 시간과 비용과 신경과 노력과 내적 갈등과 감정을 소비해야 하죠. 이 모든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해서 '세월'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은 흔히들, 세월을 낭비하다, 허송세월하다, 라는 말로 인생의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는 일을 경계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시간은 앞으로만 갈 뿐 뒤로는 가지 않고 모든 시간은 일회적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죠. 그래서 우리의 매순간은 항상 한번뿐인 유일하고 특별한 가치입니다.  

연애는 찰나로 이어지는 일회적인 내 삶을 누리는 하나의 방법론이죠. 단 한번 뿐인 내 시간을 연애에 녹여넣는 만큼, 그 연애가 E님에게 충분히 의미 있어야 합니다. 

삶이 고통이나 후회, 상처로 가득차길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배고프지 않길, 사랑받고 사랑하길, 인정받길, 고통받지 않길, 행복해지길 원하죠. 연애인은 그런 소중한 가치들을 위해 연애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합니다.  

E님은 연애하며 행복해지기를 원하나요?

연애의 목적과 의미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외로워서, 심심해서, 남들이 다 하니까,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하기 위해서, 연애가결혼의 전초전이라 예상해서, 상대가 제안해서, 재밌을 것 같아서, 놀기 위해서, 상대를 더 알고 싶어서, 타인의 체온을 원해서, 인기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보통스럽게 보이기 위해 연애할 수 있죠. 

다시 말해, 연애하기 위해서 삶을 사는 건 아니랍니다. 연애는 그저 삶의 일부분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연애를 시작한 이상은 두 사람의 연애 목적이 통해야 합니다. 내 연애는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서인데, 그의 연애는 다른 목적이라면 결국 어느 쪽도 행복할 수는 없답니다.

외롭지만 차가운 도시남녀들은 연애를 통해 삶의 결핍을 보상받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랑만큼 완벽한 것은 없다고 어릴 때부터 세뇌받고 자라니까요. 하지만, 사랑만큼 삶의 보통스러움을 닮은 것은 없답니다. 지구가 완벽한 구체가 아닌 것처럼, 삶도, 사람도, 사랑도, 연애도 보통스런 온갖 것들을 다 포함하죠.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과 내가 인정하기 싫고 마주치기 싫은 인간 밑바닥의 검은 공동까지 다 갖고 있지요. 삶의 파노라마를 짧게 압축한다면 연애라는 시스템이 되겠죠. 자라면서 학습한 대로 연애하며 꿈꾸던 것을 추구하려다 보면, 나라는 인간의 실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연애하며 누가 누군가를 구원한다고요? 그것은 매우 찰나거나 착각입니다. 그 구원의 순간이 되도록 오래기를 바라는 게 연애하는 인간의 소망이 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죠. 

연애는 구원의 유일한 통로가 아니지요. 아니아니. 연애와 구원은 별개입니다.  

E님. E님은 연애에서 무엇을 추구하나요. 연애를 지속하면서 E님이 잃어버리고 부정하는 자신의 부분을 잊지 마세요. 연애는 어떤 정해진 규칙이 있어서,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 규범이 아닙니다. 연애는 내가 원해서 하는 사회활동이고 내가 행복한 선까지만 참여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조직이죠.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지요. E님의 답은 E님의 안에, 그 사람의 답은 그 사람의 안에 있어요. 내 연애상대를 향한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자신의 마음과 대화하는 법을 연습하세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그것을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니까요. 

내가 무엇을 참고 인내하여서, 그것이 상대의 사랑으로 되돌아온다는 룰은 고진감래, 권선징악의 세계에서나 통합니다. 참고 참으면 참나무가 될 뿐. 전략전술을 이용하여 상대를 조종하려 하면, 결국 나 자신을 잃고 연애가 노동이 될 뿐. 그러니까,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상대와 삶을 나눌 수 있나 연습하세요. 

E님. 더 사랑한다거나 더 사랑받는다거나 정도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연애관계는 처음부터 불공정 거래로 출발합니다. 연애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그저 기브 앤 기브로만 이어져야 해요. 주고 받는 균형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 연애는 피곤해질 뿐이랍니다. 갈수록 부족한 애정표현을 갈구하게 되는 연애라면, E님은 멈추어서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죠. 

행복하다가 지루하다가 고통스럽다가 다시 즐겁다가. 인간관계의 파도를 하나하나 넘고 넘어요. 새로운 파도가 닥칠 때마다 손을 잡고 함께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 연애는 바람직합니다. 혼자 전전긍긍하고 연애관계의 근본을 고민해야 한다면, 즐거운 연애가 아니죠. 

지금 잡은 손이 너무나 소중하겠죠. 하지만, 꼭 그 사람의 손이 아니어도, E님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지도 몰라요. 모든 인연은 어렵게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스치는 인연도 있고, 내가 다치는 인연도 있고, 상처주고 상처받는 인연도 있지요.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나 뒤늦게 답이 떠오르는 인연도 있고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도록 하세요. 연애를 통해서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모든 것이 E님의 선택이죠. 어떤 선택이라도 자신이 납득해서 골랐다면, 정답이랍니다. 

5월에는 모든 것이 더 명확해지는 달이 되길 빌게요. 










덧글

  • 2012/05/04 16: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5/04 23:21 #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한쪽 발을 슬쩍 빼놓고서 관계를 지속하는 건 반칙인 것 같기도 하죠. 하지만,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지 않기는 힘든 일이고. 저도 그 딜레마 때문에 이별이 늘 두렵더라고요.
  • 2012/05/08 22: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5/08 23:59 #

    제 마음이 통한 것 같아 기쁘네요 ^ㅅ^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것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 중이신 거죠? 저 역시 연애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였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랑'만큼 훌륭하고 아름답고 멋지고 이유나 근거없이 좋은 것이 또 있겠나 싶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학습하여 온 세상은 온통 사랑만 얘기하니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것이 연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려니 했었더랍니다.

    하지만, 구원은 연애에 있지 않더라고요. 구원은 언제나 느리고 천천히 오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나는 이제 불행하지 않으리라 처연해지지만, 때로는 이게 사는 건가 머리를 쥐어뜯고. 구불구불 울렁울렁 하나씩 고개를 넘어가는 게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연애도 사랑도... 생각하면 그것만큼 달콤한 게 없습니다. 가슴이 찢겨도 또 다시 기대하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ㅅ^ 인간의 가장 기본은 자기애인데, 그걸 연습하면서 5월을 꽉 채워나가봅시다!!!
  • 2012/05/14 01: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5/14 19:43 #

    당연히 더 좋은 사람 만나는 겁니다!!! 그건 세상의 이치가 그래... 서는 아니고,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라 그래요. ^ㅅ^ 분명히 비공개님은 좀더 예민한 기준이 생길테고, 조심스러워질 테고, 용기내야 할 타이밍을 알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다음 연애는 더 어른스럽고 더 많이 누리게 되고, 자신을 더 위하는 방법으로 사랑할 수 있을 거에요. ^ㅅ^

    원래 이별 후 일주일, 한달, 두달, 석달... 문득문득 못견디게 후회되고 고통스럽고 그런 날이 와요. 하지만, 헤어질만 해서 헤어졌다는 걸 결코 잊으면 안됩니다. 애초에 연애하며 행복했다면 이런 비극도 안 왔겠죠!

    마음이 약해질 때라도 뒤돌아보지 않게, 용기를 냅시다. 얍얍얍!!!!!!!!
  • 2012/07/18 11:2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18 14: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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