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4th prescription_털털한 여자라 말하고 시작한 연애인데, 갈수록 알콩달콩이 아쉽습니다.

T님 :

2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저는 털털한 성격이라 기념일 안 챙기기로 했어요. 커플링도 안 했죠. 연인들의 기념일에 다른 커플들이 알콩달콩 한 걸 보면 부럽지만 내색을 못했어요. 

저는 연상을 만날  때보다 제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고 응석도 못 부리고 힘든 내색도 못해서 연하가 싫어요. 결혼 얘기도 못 꺼내고 힘들 때 기대고 내가 원하는 걸 먼저 못 챙겨주는 연하가 싫습니다. 하지만, 그는 연하남의 문제점들을 다 이해하고 그걸 극복할 수 있다 했죠. 

그러나 달콤한 연애 초기가 지나자 그는 그냥 무심한 남자가 되어갔어요. 아플 때 챙겨주거나 아주 가끔은 기념일에 날 깜짝 놀라게 해주면 좋겠어요. 저는 화나거나 실망하는 일이 있어도 표현을 못해요. 왜냐면 그는 평소에는 아주 착하고 배려가 넘치거든요. 다만 알콩달콩이 없죠. 역시 연하남이라 표현이 힘든 걸까요? 저와의 결혼까지 생각하는 좋은 남자에게 제가 욕심이 과한 걸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T님, 엘입니다.

아시다시피 이건 연상연하 커플이어서 생긴 고민은 아니지요. T님이 자기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연상연하라도 한두 살 차이면 거의 세대차이도 없고 주변에서도 나이 차이가 난다고는 알아보기 힘들죠. 물론, 6개월이라도 어린 것으로 어떻게든 이득을 보고자 하는 철없는 아이들도 있습니다만.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연상연하라서 생기는 불편함은 모두 T님의 마음 속에서 만든 벽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자는 한 살 한 살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여자가 나이가 많아지는 게 범죄라도 되는 듯 취급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죠. 그러나, 세상의 편견에 지면 안되지요.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양성평등/ 인권 개념도 수백년이나 되는 시간이 걸려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어린아이들/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른들/ 노인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을 욕할 때 저는 머리속이 아득해집니다. 나이가 안드는 사람이 없건만, 너도 예외가 아니건만. 어떻게 지금의 젊음이 영원한 것처럼 자신의 미래를 욕할 수 있을까요. 젊음을 찬양하고 나이듦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은 어디에서나 울려퍼져서, T님의 마음 속에서도 자동재생되고 있을 테죠.  

연상연하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에요. 데이트 비용 부담은 나이와 비례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능력과 성의, 데이트의 계획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응석과 투정은 친밀도와 자기표현 능력에 좌우됩니다. 자기표현, 애정표현에 나이 상한선은 없어요. 


힘들 때 기대고 싶나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래요. 내가 힘들어도 내색할 수 없는 상대라면 친구라도 그게 진짜 친구겠나요. 결혼은 스무살에도 하고 서른에도 하고 마흔에도 해요. 결혼 얘기를 할 수 없나요. 그것 또한 나이 탓이 아니지요. 내가 원하는 걸 먼저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저절로 그런 배려를 장착한 게 아니라, 관심, 애정, 부지런함으로 그렇게 하는 겁니다.

연상녀가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이, 역으로 연하남은 연상녀의 고민을 역이용해서 다가오기도 하죠.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고 먼저 배려하고 챙겨주고 자연스럽게 어리광과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잔뜩 표현해주고 얼른 결혼하자며 진지해지고 말이에요. 연상녀의 연상연하 연애 고민을 커버하는 영리한 전략이라면, 연하남도 연상남에 모자랄 게 하나도 없죠. 연상남도 연하남도 그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T님. 


달콤한 연애 초기를 막 지나보낸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얼른 정리정돈하고,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도록 합시다. 이제 강한 척 누나인 척 하지 말아요. 앞으로의 연애도 길고 길어요. 결혼 운운할 정도라면 앞으로도 일정 기간은 더욱 진지하게 만나겠다는 말인데, 정말로 결혼하면 이 밍숭맹숭하고 미적지근한 게 더욱 증폭됩니다. 지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당신은 외로운 유부녀 당첨. 아, 상상만 해도 슬프네요. 

자, 그 사람과 다시 데이트 약속을 잡아보세요. 솔직하게 말하세요. 사실 나는 엄청 사랑받고 싶고 알콩달콩 하고 싶고 기념일에는 달콤한 이벤트를 잔뜩 했으면 좋겠고 커플링은 물론이고 커플 악세사리도 이것저것 다 하고 싶다고요. 오글토글한 것 정도는 가뿐하게 감당할 수 있는 맷집을 키우시고요, 애교애교 레벨은 올라갈수록 더욱 애정을 유발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 매우매우매우 구체적으로 남친에게 표현하세요. 알아서 해달라는 주문은 3년 단골 백반집에서나 통합니다. 아플 때는 이르케이르케 해달라, 기념일에는 요르케요르케 해달라 말을 하세요.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해요! 말 해도 그가 T님을 싫어하지 않아요. 


지난 번에 한번 잘 해주었다고 이번에는 참아야지, 라고 미리 계산하지 마세요. 애정표현은 할수록 늘고, 할수록 재밌어요. 애정표현도 연습이고 학습이에요. 노력이고 비용이고 예의고 투자죠. 알콩달콩한 애정표현이 완전히 체득되면, 그 때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깜짝 이벤트도 생기고 감동적인 눈물을 흘리는 날도 나와요. 하지만, 알콩달콩이 없다가 그것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 

연애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무심해지는 남자. 모든 남자가 그렇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T님이 그 편견을 선택하면 앞으로는 무심하고 시들시들하고 바람필까 전전긍긍하는 날 밖에 남지 않아요. 갈수록 애정이 쌓이고 표현이 꽃피고 눈빛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오는 커플들도 많고 많아요. 


그런 남자는 누가 만드나요. 엄마가 만들고 연인이 만들고 딸이 만들죠. 세상이 그에게 다정한 남자를 가르쳐주지 못했다면, 내가 조금의 수고는 해야 해요. 물론, 당사자가 거부하면 할 수 없고요.  

내 연애에 생기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심호흡하고 카운트 세고 인공호흡 들어가세요. 부디 성과를 거두시기 바랍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2/06/06 14:54 #

    저는 3살차이 연상연하 커플인데요 ㅋ_ㅋ
    저는 누나임에도불구하고 남친에게 응석이라던지 애교를 더 많이 부려요..
    내가 하고픈데 참는건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부분도 있기도 하구요
    남친도 지금도 누가더 애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제 애교에 좀 당황하다가도 나중엔 다 받아주더라구요 ㅎ
    그리고 가끔은 남친이 애교피울때두 있구요..
    주위사람들은 그런거 부러워하더라구요...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해요 ^^ 가끔은 어른스럽게 가르치다가도 제가 애교피우고 싶을땐 마음껏 해요 ㅎㅎ

    서로 감정을 속이지 않는게 좋을것 같애요 ㅎ
  • 2012/06/06 15:07 #

    앗. 라비안로즈님이닷! ㅎㅎㅎㅎㅎㅎㅎ 연애는 알콩달콩한 게 좋아요. 제 취향이죠. ^ㅅ^ 사실 알콩달콩이 어디 딴 데 쓸 데 있는 건 아니니까.
  • 라비안로즈 2012/06/06 15:09 #

    저도 시작할땐 털털한 여자다..라고 시작했긴 한데..ㅋ
    그게 시간이 지나니 저도 응석 부리고 싶고.. 애교 부리고 싶을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부려요 ㅋㅋㅋㅋㅋ 그러니 한결 편해진...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는게 답...이긴해요 ㅎ
  • 2012/06/06 15:25 #

    정답 주셔서 감샤~~~ ^ㅁ^
  • 2012/06/07 14: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6/08 22:01 #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ㅅ^/////
  • Sita 2012/06/08 07:39 #

    닥터 엘님! 언제나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아니 근데 말씀하신거 남친은 삼년된 백반집이 아니라는말 ㅋㅋ 그래서 말했지요.
    나도 너 애정표현도 좀 자주하고 사랑한다는 말좀 표현좀 자주자주 해줬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남친이랑 어제 대판 싸웠습니다.... 아 정말 연애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습니다.
    " 야 너는 왜 내 성격을 바꾸려고 하니? 너는 왜 내 행동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를 바꾸려고만 하니? 받아들여. 나이런 성격이고 이런남자야."

    남친은 굉장히 방어적으로 제 말을 받아들이더군요.
    이런거 어찌해야 됩니까? 저한테는 남친의 애정표현이 부족한데 남친은 받아 들이라. 말합디다..

    엘님말씀대로 부탁해도 안되는거 같아요. 에휴ㅠ
    이거 정말 엘님에게 따로 상담요청해야되나요? 댓글로 쓰기에 기네요....
  • 2012/06/08 22:09 #

    못 듣는 사람이 있어요. 방어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상대의 목소리를 못 듣는 사람은 자신이 쌓아온 자아가 너무나 연약해서 아주 작은 지적이나 부정만으로도 와르르 무너져버려서 그런 거거든요. 이럴 때는 그 사람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듣지 않도록 여러 장치들을 사용해야 해요. 먼저 그의 좋은 점 9가지를 칭찬한 뒤, 1가지 내가 원하는 것을 매우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전달하는 거죠. 예를 들자면, "전화 끊기 전에 자기가 먼저 뽀뽀 3번 해주면 엄청엄청 좋을 것 같은뎅 (하트)(하트)" 이런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포괄적으로 표현하면, "넌 내가 그냥 다 싫은 거 아냐? 왜 날 바꾸려고 해?" 라고 반발할 수 밖에 없어요. 99퍼센트가 다 좋은데, 1퍼센트 딱 요것만 해주면 내가 완전 행복할 것 같다는 식으로 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무한 칭찬과 보상. 그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부탁하고 그가 체화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번 학습 시켜야 해요. 그런 다음에 또 다음 것을 새롭게 시작. 엄청 귀찮고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죠. 정말 이 사람 사랑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피곤하면 못하죠.

    아아아아. 과거를 떠올리니 저의 노동이 생각나 아득해지네요. 사랑하면 한번 해보세요. 만약 그가 아무리 신경써서 좋게 전달해도 버럭대며 싫다 싫다 귀찮다 귀찮다 니가 애정표현이 고프든말든 내 알바 아니다, 라는 식이면. 그런 남자 오래 사귀어보았자, 평생 외롭습니다잉. ㅠㅠ
  • Sita 2012/06/09 04:40 #

    하하하..... 과거의 노동이 떠올려 지신다니.. (눈물한번 머금고.)
    무진장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이건 내 성격이야. 방어적이고 고집스럽습니다. 아.........................
    보모노릇.... 에잇 이런 보모노릇..

    정말 정말 인내 가지고... 엘 님이 말씀하신대로 9가지를 칭찬하고 1가지를 말해보도록 하겠어용.. 근데 참 이거 고행길이라는거..
    저도 몇번 방어적인사람 만나 봐서 알지만 참 힘들지요.. 으헝헝헝.. 못먹어도 고냐 스톱이냐는 연애하면서 계속 하는 질문인거 같아요.
  • 2012/06/10 22:41 #

    과거형이라 다행. ^ㅅ^ 나 원래 이래! 라고 말하면 문제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에요. 나랑 만나면 넌 평생 멘붕인데 내 알 바 아니야, 라는 거잖아요. 상대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미안해하고 얘기를 들으려고 할 때에만, 나의 노동이 의미 있어요. 상대가 전혀 의지가 없는데 혼자 노력해보았자.... ㅠㅅㅠ

    저도 그랬지만 당장 내 곁에 누가 있다는 게 감사해서 함께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건데, 그게 내 자존감이 높을 때는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낮을 때는 한없는 관대함이 샘솟는 듯. 낮은 자존감으로 알아서 가시밭길을 가는 거죠.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뭐든지 좋게 보는 게 좋은 일이기도 한데, 사랑에 빠져서 좋아보이는 건지 내가 냉정하게 봤을 때 아닌 걸 사랑이 고파서 좋아보이는 건지 고민은 해보아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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