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6th prescription_제 앞가림도 못하는 연하남과 연애 중입니다.

V :

 

살아오며 죽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이 없다가 드디어 우연찮게 한 연하남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술을 마시다 사귀었고, 술을 마시며 죽도록 싸웠고, 몇번이나 죽네사네 하며 헤어질 뻔 했지만, 결국 술에 취해 이별을 되돌렸죠. 그는 주사가 있고, 여자관계가 정리가 도무지 안 되고, 거짓말을 하며, 경제력도 없고, 부모로부터 독립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그를 사랑해서 헤어질 수 없어요.

 

그의 거짓말에 지쳐 저도 한 때 양다리를 걸친 적도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리한 상태입니다만, 다시는 되겪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집에서는 선보라는 압박이 심하고, 남친은 제 앞가림도 못하고, 이별은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V님, 엘입니다.

모든 것은 V님의 손에 달려있는 상황이지요.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은 술을 끊는 일입니다. V님이 거절 못하고 우유부단하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사랑이라는 단어에 금방 허물어지고 다정한 손길을 내치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아시죠?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철저한 금주'죠.

맥주 한 캔, 소주 한 잔, 그런 거 안됩니다. 그냥 술을 완전히 끊으세요. 칵테일도 마시지 마세요. 와인 한 잔도 마시지 마세요. 아무리 술에 강하고 인간관계가 술자리 밖에 없고 술 때문에 살며 실수한 적 없다 해도, 그냥 술을 끊으세요. 

그리고, 그렇게 각오한 다음 저에게 보내주신 이메일을 다시 한번 읽으며, 지난 날을 리플레이해보세요. 길고 긴 스토리에서 '술'만 빼면 V님은 그런 인간관계를 시작할 이유도 없었고, 실수로 연애를 시작했다 해도 그 사람들의 주사에 휘둘릴 필요도 없었고, 온갖 감정과잉과 폭발도 없었고, 삼류 드라마도 없었어요.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헤어져도 진작에 헤어졌을 관계예요. V님이 겪은 그 사람들은 모두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죠. 물론 V님 본인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밤늦게 나오라며 혹은 보고싶었다며 전화하는 일, 술마시며 취중진담이라며 고백하는 일, 술마시다 스킨십 하는 일, 술 마신 다음에 섹스하러 모텔을 찾는 일, 술마시다 쓰러져 자고, 술마시다 엎혀가고, 술마시다 싸우고, 숙취로 시간을 낭비하고 우울해지고, 술마시고 문자와 카톡에 열중하고, 술마시며 울고, 술마시며 사랑한다 말하고, 술마시며 죽겠다 살겠다 드라마를 만들고, 좋아도 술, 나빠도 술, 결국 이별도 술과 함께일 것이 너무나 자명하게 보이지 않습니까?

만약 술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V님은 그와 헤어지기 힘들어요. V님이 만난 그 친구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지도 못한 어린아이들이에요. 나이가 스물이든 서른이든 마흔이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어른들은 자유의지로 연애상대와 섹스는 하지만 혼자 결정으로 결혼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죠.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거창한 미래를 얘기하고, 허망한 약속들을 몇번이고 하겠지만, 그 말의 신뢰도는 한없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 V님도 이제는 인정하셔야죠. 

내가 빛나고 성장하고 아름다워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연애가 아니에요. 산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 말하면서, 당장은 바닷물에 둥실둥실 떠있는 게 재밌다고 바다를 떠나지 못하면 어떡하나요. V님은 그냥 (부모님 몰래) 바다에서 노는 사람입니다. 결코 산꼭대기로 올라갈 수 없다고요. 

V님도 그도 거짓말을 하고, 우유부단하고, 관계의존적이고,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갈구하고, 술을 마신다는 점에서는 똑같아요. 하지만, V님은 적어도 이게 잘못됐다 아는 사람이잖아요. 그렇다면, 자신을 죽이는 연애가 아니라 살리는 이별을 택하는 게 백 번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가 연하남이라서 문제인가요. 그 또래 아이들도 얼마든지 제 앞가림하고, 타인을 포용하고, 정직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한 사람들 많아요. V님 눈에만 연하남이라서 어쩔 수 없다 예쁘게 보이겠지만, V님의 남친은 사실 연애할 자격도 없습니다. 

어서 정신을 차리고 관계를 정리하세요. 사랑이 도대체 뭔데요? 돈 벌어서 결혼할 거라는 말이 달콤하다고 언제까지나 그 말이 V님을 감동시킬 거라 생각하나요. V님이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사업을 하든, V님이 인연 맺어야 할 사람은 V님이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V님이 자신의 외로움과 연애욕구를 잘 다스리면서, 좋은 사람과 인연 맺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그 때 정말로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고 그 때부터 그 사람과 진짜 사랑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일, 그 자체를 말해요. 지금 두 사람은 함께 걷고 있지도 않고 손을 잡고 있지도 않아요. 그저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서 비슷한 얼굴을 한 서로를 의심하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죠. '사랑'이라는 단어가 뭔가 알 수 없는 구원을 주지 않을까 막연히 바라면서. 

아마도 지난 번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처방전 드렸죠? 이제는 시행착오 충분히 했고, 좋은 교훈도 많이 얻었잖아요.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번에는 우유부단하지 마세요.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걸어가야 할 좋은 길을 새롭게 선택하세요. 그때야말로, V님은 연애할 준비가 끝납니다. 당장의 달콤함에 중독되지 말고, 용기 내서 일어서요. 

행운을 빕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덧글

  • 제트 리 2012/06/14 23:22 #

    그냥 정리가 답이네요.... 그리고 그 남자와는 원수가 되세요 ㅡㅡ
  • 2012/06/15 00:21 #

    레드썬! 하고 딜리트! 나를 더 빛나게 하지 못하는 연애상대는 아웃!
  • 발라 2012/06/14 23:42 #

    뭐랄까... 없으면 죽고 못살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더이다.
  • 2012/06/15 00:22 #

    안 죽으면 살아지는 거죠, 뭐. 인생이랄 게 별거 있나요. ㅠㅅㅠ
  • 라비안로즈 2012/06/15 00:05 #

    끊는게 어려워 보이는데 그냥 눈 감고 끊어버리세요.
    힘내세용~~
  • 2012/06/15 00:22 #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을 지 모르는데, 그쵸. 지금 이것 하나에 벌벌 떨면 안되는 거니까, 용기내서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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