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th prescription_거절하거나 정색하기 힘든 스킨십을 하는 사람이 사귀자고 합니다.

T님 : 

소셜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호감가는 이성을 만나서 첫 데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처음 만난 날부터 이 사람 은근한 스킨십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손대지 말라고 거절하기도 애매하지만, 딱히 유쾌하지도 않은 스킨십이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1. 길거리를 걷는데 차도에서 멀어지란 의미로 허리나 어깨를 잡는다. 
2. 별 맥락없이 양손으로 어깨를 슬쩍 잡았다 놓는다. 
3. 은근슬쩍 손을 잡았다 놓는다. 

그리고 몇번 보지도 않았는데, 만날 때마다 술이고 엉덩이로 가슴 가까이로 어깨며 쇄골이며 허벅지며 손이 마구마구 오더라고요. 계속 오늘부터 1일이라며 키스하려고 하고요. 저는 점차 이 사람의 스킨십에 긴장하고 거절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는 일단 키스하고 나면 서로가 친해질 거고 어색하지 않을 거라네요. 지금 당장이라도 데리고 가서 자고 싶은데 참고 있다면서 사귀는 사이인데 스킨십을 거절하지 말래요. 원래 남자들은 다 그런 걸 원한대요. 그래도 자기는 술집에서 2차는 안나간다며, 사귀는 여자랑 섹스하는 게 무슨 문제냐며 당당합니다. 

이 사람과 계속 만나도 될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T님, 엘입니다. 

소셜 데이팅이든 채팅이든 소개팅이든 미팅이든 소셜 파티든 뭐든지 간에,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서비스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IT 서비스든 처음에는 베타 서비스하며 개발자들, 기획자들, 마케팅 관련 인력들이 모여서 좋은 풀을 만들어놓죠. 하지만, 브랜드가 알려지고 이용자가 늘어 서비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곧 익명성의 폐해가 시작됩니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익명으로 하룻밤 섹스 상대를 찾을 목적으로 접속하는 아이디들이 늘어나게 되죠. 풀이 커질수록 불량 이용자들이 섞이는 건 당연한 귀결이죠. 온라인으로 사람을 찾는다는 아이디어는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만남이 쉬운 만큼 리스크도 안아야 된다는 걸 잊지마셔야 해요.   

특히 T님이 이용한 사이트에서 만나 섹스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만나서 낭패였다는 제보가 몇 건이나 있었어요. 이 시점에서 저는 확신합니다. 좋은 인연은 모니터 안에 있지 않아요.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각종 유명 게시판 서비스, 미니홈피에서 어떤 계기를 발견하는 건 좋아요. 그러나, 그 사람의 일상과 네트워크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온라인이나 카톡으로 아무리 친한들 그는 '위험할 지도 모르는 타인'인 겁니다. 

물론, 온라인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나 좋은 인연 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신원 보장이 안된다는 지점에서 좋은 인연 만날 확률은 매우 희박할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T님. 그 사람이 뭐라고 씨부리든, 그냥 연락하지 마세요. 만나지 마세요. 오늘부터 1일이니까 스킨십 시작하자는 남자라면 연애의 목적이 그보다 더 뚜렷할 수는 없습니다. 몇번의 데이트와 몇번의 음주, 그 다음에는 그냥 모텔행입니다. 섹스 후 연락두절은 옵션이죠. 아닐 것 같아요? 궁금하시면 좀더 만나보시던가요. 

지금 T님이 겪으신 건 전부 심플하게 그냥 성추행이에요. 당시에 폭력성이 없었다고요? 그의 손길이 그렇게 불쾌하지는 않았다고요? 절대로 강제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요? 내가 너무나 섹시해서 그도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거니 남자들을 이해해주자고요? 내가 성추행을 당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요?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거니 그 정도의 애정표현은 괜찮은 거라고요? 성인이면 이 정도의 스킨십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대부분의 성추행은 안면을 아는 사이에서, 친밀한 대화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조명, 괜찮은 술이 곁들여지기도 하죠. 첫눈에 반했다느니, 좋아한다느니, 사랑한다느니 온갖 애정표현은 필수입니다. 나의 외모와 섹시함에 대한 칭찬도 당연히 따라오죠. 내가 방어를 할 수 없도록, 아주 미묘하고 단계적이고 은밀하게 자꾸만 빈틈을 노리며 거리를 좁히죠. 나의 순수함과 순결함을 존중하는 듯 말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눈물로 호소하기도 해요. 불쾌하다는 거절의 표현을 하기가 애매한 선을 자꾸만 넘나들다가, 어느 순간 균형이 확 깨지죠. 어디까지가 정말로 날 좋아하는 표현이고, 어디부터가 나를 그저 여성 성기를 가진 몸으로 취급하는 표현인지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해요. 기분 좋아해야 하는지, 정색하고 일어서야 하는지 정말로 고민되고 막막하고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럴 때 제가 드리는 말씀은. 

긴가민가 애매할 때는, 그냥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시면 틀리지 않습니다. 

한달쯤 지나서 다시 이 날을 생각해보세요. 미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며, 이불 속에서 하이킥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어리둥절하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몰라도, 불쾌함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심지어 저는 15년 전 지인과 있었던 스킨십이 성추행이라는 걸 최근에 깨닫기도 했어요. 저는 너무 어려 어른들은 애정표현을 그렇게 하는 줄 알았죠. 남자들은 원래 뭔가 비밀스런 성적인 행위들을 알고 있는 줄 알았죠. 연애라는 건 그런 스킨십으로 시작된다고 알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내 몸에 내 허락없이 손대는 건 그냥 심플하게 범죄입니다. 복잡할 것도 없답니다. 

T님. 

자신이 피해자인가 깜짝 놀라셨나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다른 모든 언니들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낯선 사람과 만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할 지 배워나갑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엄마도 아빠도 언니들도 못 알려줘요. 

박장대소하며 허벅지나 어깨를 팡팡 때리는 행동, 차도에서 보호하려 허리를 끌어당기는 행동, 머리카락에 뭔가 묻었다며 이마나 귓볼을 만지는 행동, 뭔가 운동하냐며 팔뒷쪽이나 종아리를 만지는 행동, 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매어주며 근접하는 행동, 우산을 씌워주며 어깨를 감싸안는 행동, 어서 가자며 팔짱을 끼는 행동, 귀엽다며 볼을 꼬집는 행동, 머리를 쓰담쓰담 하는 행동, 헤드락을 하는 행동, 걸어가며 어깨동무를 하는 행동, 술자리에서 맞은 편에 있다가 어느 순간 내 옆으로 앉는 행동, 비밀 얘기라며 얼굴을 들이대는 행동, 동의를 구한다는 듯 팔꿈치로 내 팔뚝을 툭툭 치는 행동... 나열하자면 끝이 없네요. 이러한 구체적인 케이스들을 잘 살펴보세요. 때로는 성추행이고 때로는 친구들이나 지인 사이에서 친근하게 하는 행동이죠. 

그 사람과의 안전거리는 내가 정하세요. 내가 정한 선을 넘어오면 "야, 하지마!"라고 외쳐야 하죠. 상대가 정한 선을 의도치 않게 넘었을 때는 "앗, 죄송합니다."라고 즉시 사과할 수도 있어야 해요. 나에게는 좋은 의도였지만, 상대에게는 불쾌한 표현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남자라서 항상 가해자고, 여자라서 더 보호받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남자고 여자고, 타인과의 안전거리는 항상 조심해야 해요. 스킨십은 물론 좋은 의도의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만 좋아서는 안되죠. 상대만 좋아서도 안되고요. 스킨십은 강요될 수 없고, 어른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은 부위가 타인에게 스킨십이 허락되는 것도 아니에요. 친밀함을 쌓는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신뢰가 생기려면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내가 신뢰할 수 있고 충분히 친한 사이라면, 장난으로 뽀뽀를 한들 무슨 문제겠어요. 

T님. 

자신만의 기준을 정할 때까지는 안전거리를 철저하게 챙기는 보수적인 라이프를 지향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익명으로 만나는 곳 말고 오프라인 모임이 탄탄한, 더 좋은 커뮤니티 찾아보도록 해보세요.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덧글

  • 발라 2012/09/01 20:12 #

    연애는 모르겠고 목적이 뚜렷한 짐승이 여기 한마리...
  • 2012/09/02 01:46 #

    ㅠㅅㅠ
  • yoii 2012/09/01 20:39 #

    T님 = 저
    요즘 만나는 분이 딱 저 남자분이에요. 고민해결하고갑니다. 엘님 감사합니다.
  • 2012/09/02 01:47 #

    ㅠㅅㅠ
  • 라비안로즈 2012/09/01 21:26 #

    처음부터 자자고 말하고 여기저기 만지는 남자는 정말 한가지 목적 딱 한가지만 쟁취하고나면 먹튀일 가능성이 90% ...
    조심하세용....
  • 2012/09/02 01:47 #

    먹튀하겠다, 라고 광고하는 남자인 듯 해요.
  • 꿈꾸라 2012/09/01 23:09 #

    정말 공감되는 처방전이네요.
    내가 선을 정확히 정하고 그 선을 넘어설때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듯이 주장하는 것이 중요한것 알게 됩니다.^^
    엘님의 처방전은 정말 대단합니다. 시원하고요.. 보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나 자신을 위해 정하고 지켜나가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2/09/02 01:48 #

    저는 어릴 때 '쿨하게' 가 정답인 줄 알았어요. "야, 하지마!" 라고 불같이 화내야 한다는 걸 몰랐죠. 뭣도 모르면서 속으로는 덜덜 떨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게 어른인 줄 알았죠. 아, 지금 생각하면 정말 슬프네요.
  • 꿈꾸라 2012/09/03 09:12 #

    맞아요..쿨하게가 저도 정답인줄 알았는데 엘님덕분에 알게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더욱더 사랑하시길요~~^^
  • 2012/09/02 02: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02 16:22 #

    아무도 안 가르쳐주더라고요. 어떻게 하라고. ㅠㅅㅠ
  • 사랑하고싶어 2012/09/03 21:01 #

    시대가 변하고 기기가 발달할수록 사람을 믿을수가 없게 되는 것 같네요.. 연인이란 관계는 서로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분은 남자분이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불안함을 계속 가지고 계실듯..ㅠㅠ
  • 2012/09/03 22:14 #

    너랑 당장 자고 싶은데 참는 거라며 으스대는 남자. 악악악. 넘 싫어요.
  • peter 2012/09/03 21:51 #

    전 남자인데 이번 글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_-; 성적인 의도 없는 스킨쉽도 성추행으로 느낄 수 있다는게 솔직히 충격.... 힉..
  • 2012/09/03 22:13 #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죠. ^ㅅ^ 사람마다 안전거리는 다르니까요. 상대의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친구끼리의 친근한 표현일지라도 상대가 정색하면 일단 사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얼마 전 길가다 어떤 어르신이 귀엽다고 조카의 머리를 쓰담쓰담 했는데 조카는 만지지 말라며 화를 냈죠. 하지만 이모인 제가 조카의 머리를 쓰담쓰담 했을 때는 조카는 화내지 않았어요. 조카는 자기 엄마하고는 허그를 하지만, 이모인 저와는 허그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기준은 매우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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