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th prescription_상체가 남들보다 길어서 너무나 불편하고 우울합니다.

C님 : 

저는 키가 큰 편이 아닌데 상체가 많이 긴 편입니다. 저는 상체가 마르고 척추가 곧은 편이라, 상체의 길이가 길죠. 딱 3센티가 오버예요. 신경이 쓰여 항상 어깨를 굽히고 앉아서 자세도 나쁩니다. 옷을 입을 때도 너무나 신경이 쓰이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바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제 체형에 대해서 무덤덤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에서부터인가 우울증과 스트레스, 무기력까지 왔어요. 비용이 많이 드는 심리상담까지 받았지만 소용이 없어요. 주변에서 아무리 괜찮다고 한들 내가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런 몸이니 앞으로 결혼하게 되면 남편에게도 앞으로 낳게 될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부끄러워요. 지금의 연인은 제가 이런 줄 모르는데, 아마도 솔직하게 고백하면 신경을 쓰게 되겠죠.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저의 단점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옷을 입을 수 없으니 대충 입고 출근해서 일하다 주말만 기다리는 삶이 싫습니다. 이대로도 괜찮은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기도 두려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C님, 엘입니다. 

자, 다시 한번만 저에게 주신 메일을 읽어보실까요. C님이 기술한 미래의 모든 불행, 그리고 겪고 있는 현재의 모든 불편은 결코 필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상체가 평균보다 3cm 길다'는 팩트는 나를 결코 해치지 못합니다. 나의 일상과 커리어와 연애와 인간관계에 그 팩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는 일이죠. 내가 없어져야 하는 여분이라고 생각하는 3cm를 가지고 C님을 나쁘게 평가하거나 거부하거나 웃음거리를 삼거나 동정하거나 업무성과와 연관시키거나 연봉조정의 사유로 삼거나 우정이나 사랑의 저해요소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그 사람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일까요. 공정한 사람일까요. 타인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일까요. 남편이 아내의 3cm를 욕하고 부끄러워했다면 애초에 결혼 자체를 하지 않았겠죠. 결혼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생겨서 엄마를 싫어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지금 C님의 고통은 너무나 리얼하게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죠. 상담사들은 보통 이렇게 말하죠. 당신을 괴롭히는 것은 외모 콤플렉스라고. 마음만 바꾸면 극복할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여러가지로 애써보아도 C님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C님은 욕망은 넘치고 상상력은 부족합니다. 그것이 원인일 지도 몰라요. 아름답고 싶은, 더 행복해지고 싶은, 남들과 비슷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를 갖고 싶은, 완벽해지고 싶은, 적어도 핸디캡은 없는 출발선을 갖고 싶은 욕망이 넘치죠. 이기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당당해지고 싶고, 자신을 사랑하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고 싶은 욕망이 넘칩니다. 욕망이 넘친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입니다. 욕망은 삶의 에너지입니다. 변화와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충분히 갖추었다는 걸 의미하죠.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고와 에너지만 필요할 것 같죠? 결코 아니랍니다. 변화와 성장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방법을 찾아서 어떻게 이루어질 지는 정해져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욕망의 부족 상태죠. 욕망이 없는 인간은 삶의 에너지가 부족하죠.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멈추어 있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죠. 항상성을 추구하는 인간, 안정을 우선순위에 두는 인간은 욕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C님은 다르죠. 지금 꽤 괜찮은 삶의 조건과 안전한 일상을 누리는 자신이 견딜 수 없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C님은 욕망하는 인간이니까요. 현재는 언제나 불안하고 불만족스럽죠. C님은 어딘가로 이동해야 합니다. 자신이 더 아름답고 행복하고 남들보다 우월하고 완벽할 수 있는 좌표로 말이죠. 하지만. 

하지만, C님은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마음이 순두부와 같이 연약하죠. 정보는 부족합니다. 방법을 모르죠. 분명히 더 멋진 자신을 만날 수 있는데 어떤 문을 열여야 할 지 모릅니다. 연약한 마음으로는 세상의 수많은 잣대들이 쉽게 스며듭니다. C님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외부의 기준들이 C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죠. 44 사이즈, S라인 몸매, V라인 얼굴, 인형같은 이목구비, 결점없는 피부, 유행하는 패션, 킬힐을 신고도 어울리는 걸음걸이, 소멸할 것 같은 작은 얼굴, 나이를 알 수 없는 동안,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 8등신 비율만이 정답이라고 세뇌당했어요. TV에서 잡지에서 보는 것은 모두 보정된 이미지고, 연예인들은 성형 안한 사람이 없는데도, 99%의 인류가 각자의 몸으로 살아가는데도, C님은 1%의 레어한 기준이 정답이라고 세뇌당해 스스로를 다그치죠. C님의 3cm는 C님을 결코 망치거나 지배할 수 없는데, C님의 부족한 상상력이 1%의 기준 안에만 답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가두었어요.

C님의 불만과 불안을 3cm로만 설명하려고 하는, 불가능한 시도를 멈추세요. 멈추지 않으면 C님은 답이 없는 3cm의 블랙홀에 영영 갖혀버릴 지도 몰라요.   

C님. 자신을 지배해왔던 바깥의 기준들을 모두 의심해보세요. 자신이 언제든지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는 걸 생각하세요. 어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지 상상력을 발휘해보세요. 상상하세요. 더 크게 더 자유롭게 상상해보세요. 상상력이 밖으로 커지면 우주만큼 나갈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안으로 커지면 내 몸과 과거의 시간으로까지 소급될 수 있죠. 

내가 3cm만을 바라보면 내 세상은 작아질 뿐이죠. 나의 3cm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다루겠다 생각하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요. 일자 허리에 짧은 하체를 커버하는 방법은 수백가지예요. 바지보다 치마 입으세요. 구두에 신경쓰세요. 내 몸매에서 자신있는 부분을 강조하는 옷을 선택하세요. 내 옆 사람의 앉은키가 나보다 작다면, 그 사람이 허리를 접어서 그런 거예요. 어깨와 가슴을 활짝 펴세요. 사람들이 나의 3cm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환하게 웃어서 시선을 내 얼굴로 돌리세요. 허리에 만곡을 만들 수 있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세요. 좋은 운동화를 사서 많이 걸으세요. 그리고.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내 삶에서 무엇이 부족한 건지 잘 생각하세요. 어디를 어떻게 바꾸고 싶었던 건지 자신의 진짜 욕망을 찾아내세요. 생각하면 C님의 단점이나 결점은 결코 3cm 뿐만이 아니죠. 찾아보면 C님의 장점이나 매력포인트는 3cm 쯤은 생각도 안날 만큼 근사한 것들이 많이 있죠. 완벽한 인간은 없어요. 나라는 인간의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기준은 얼마든지 있어요. C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내가 나를 좋아하는 기준을 더 많이 채택해서 그것으로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요. 객관적이라거나 평균적이라거나 상식적인 것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어요. 안철수의 상식과 박근혜의 상식은 다른 거죠. 살아온 기준, 살아갈 기준이 전혀 다른 걸요. 내 세상의 상식은 누가 정하나요. 오직 C님만이 정할 수 있잖아요. 

C님. 내 욕망의 정체를 알고 내 결핍을 상쇄할 에너지가 불탄다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나를 괴롭혀왔던 생각의 고리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방법으로 상상해보세요. C님이 행복할 수 있는 수백가지 방법이 있다는 걸, 하늘만큼 우주만큼 더 크게 상상하세요. C님은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방법으로 크고 작은 변화와 도전을 해볼 수 있고,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여러가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예요. 그것이 C님을 작아지게 만들거나 훌륭하게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어요. 남이 C님을 판단하는 재료가 아닙니다. C님이 스스로를 판단하는 재료가 될 것입니다.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하게 점수를 주세요. 때로는 엄격하게 기대치를 올리고, 때로는 따뜻하게 포용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세요. 

세상은 전부 C님이 만들어가는 거죠. 3cm 따위에 지지 말자고요. 

그리고, 나의 고민에 대해서 얼마든지 연인에게 얘기해보세요. 고작 3cm 때문에 나를 욕하고 평가하고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쪽에서 거절해주자고요. 분명히 따뜻한 미소와 사랑으로 안아줄테니, 얼른 얘기하고 편해지시기 바래요. 







덧글

  • 푸른미르 2012/09/22 23:12 #

    이게 뭔소리야?...... 이게 윗글 보고 든 첫생각이었죠.
    아직은 어린 여자라 그렇겠지만 좀 살아보면 그정도의 외모는 아무 문제가 안된다는 걸 곧 깨달을겁니다.

    세상에 복잡하고 피곤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말입니다.
    엘님도 참 고생하십니다. 저라면 그냥 씹어버리고 막 굴려버릴텐데 말입니다. ㅋㅋㅋㅋ
  • 2012/09/22 23:19 #

    읭? 정말요? 콤플렉스라는 건 사실 객관적 비교로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요. 사람마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내 눈에는 예쁘기만 한 아이가, 자신은 너무 못 생겼다고 주늑들어 있다거나. 내 눈에는 너무나 평범하다 생각한 아이가, 정작 자신이 절대미녀라고 생각하고 있다거나. 알 수 없다니까요. 불행의 크기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고 상대적인 거니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연민이 생기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 푸른미르 2012/09/22 23:55 #

    아까 댓글 달았는데 좀 생뚱맞은 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혹시 보셨다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 2012/09/24 21:59 #

    엥 못 봤는뎅 아깝네요. >ㅅ<////
  • 체달 2012/09/23 19:08 #

    "C님은 1%의 레어한 기준이 정답이라고 세뇌당해 스스로를 다그치죠"

    엘님께서 올려주신 글들이 내 맘속의 어린 저를 다독여 주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2012/09/24 22:01 #

    사기캐들이 TV에 너무 많이 나오니까 문제예요. 슈스케 정준영만 봐도. 뭐야 저 비인간적인 인체비율은. 뽀샵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난 모야, 엉엉. 이렇게 하지 맙시다. 키 180인 애가 있고 160도 안되는 나같은 애도 있고 그런 거죠. 위쪽 공기는 좀 좋냐? 흥!
  • 라비안로즈 2012/09/24 00:04 #

    저도 상체가 긴 편인데요.. 상체가 긴게 장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1. 아무리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습니다.
    2. 등살,뱃살이 안찝니다. 찌더라도 조금만 운동하면 금방 빠져서 마르게 보여서 쵝오.
    3. 조금만 운동해도 바로 복근이 잘 잡힙니다. 음식조절만 잘하면 식스팩 만드는게 1주일이면 됩니다.
    (저 요가 3일만 빡시게 하면 바로 식스팩 나와요.. 평소에도 그냥 좀 음식관리만 하면 바로 나옴)
    그리고 생각을 해봤는데요... 허리가 길어서.. 애기가 남보다더 편하게 있을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참 왜 나는 허리가 길까 그랬는데 .. 이런 장점이 생긴걸 아니까 너무 좋더라구용 ㅎ
    힘을 내세요 파이팅!!
  • 2012/09/24 22:05 #

    저도 상체 마른 편이라 동감. 전 운동은 안하지만 귀찮아서 밥 안 먹으면 바로 소녀시대 11자 복근 생김. 우흐흐흐흐. 근데 뭐 자랑할 데도 없고 보여줄 데도 없고. 나한테는 별로 쓸데없는 장점임. 아하하하. 참 허리 길면 좋은 점 하나 더. 허리라인이 안으로 쏙 들어감. 근데 나만 암. 아무도 모름. ㅠㅅㅠ 아 왜 슬퍼지지.
  • 녹두 2012/09/25 18:38 #

    3cm는 티도 안날텐데..;;;;

    뭐 하지만.. 콤플렉스라는건 정말 다양하니깐요!!

    저도 키가 큰게 고민 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아... 콤플렉슨가보다 하고 살아요... ㅋ

    그냥 콤플렉스 그거 진짜 별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제 키는 2012년 국방부가 측정한 20대 평균키 보다 20cm 가량 커요..;; 등급으로 한다면

    체달님이 말씀하신 상위 1%에 들어가....;;;)
  • 2012/09/26 15:06 #

    이야. 엄청 높겠어요. 180 되는 친구한테 업혀도 윗쪽 공기는 다른데, 190 넘으시면 정말 높다... ^ㅅ^ 저는 키가 작아서 키 크신 분들하고 스윙 추면 눈 앞에 가슴팍이 있음. 저는 키가 작고 비율 안 좋은 게 컴플렉스였지만. 지금은 컴플렉스라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나이가 되어버렸달까... ^ㅅ^
  • JinAqua 2012/09/28 17:00 #

    체형정도야 옷으로 간단히 보완할 수 있죠.
    저도;; 많은 여자들이 정상범위인데 입버릇처럼 '저는 하체비만이에요' 이런게 아니라, 진짜 하체(엉덩이~허벅지)가 상체보다 많이 크고 평균 이상이라 인터넷으로 바지를 사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그냥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엉덩이부터 무릎 위까지 가리는 플레어 스커트만 입으면 실제 몸무게보다 -10kg은 되 보이게 할 수 있으니까요.. =ㅁ= 그리고 애인도 뭐 어쩔겁니까. 건강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게 마르거나 살진 것도 아닌데, 이런거로 실망하면 외모나 보고 사귀는거니까 뻥 차버려야죠.
  • 2012/09/30 17:46 #

    센스 짱. 약간의 센스는 필요한 듯. 저도 제 체형의 단점이 드러나는 롱스커트는 못 입어요. 아래위 분리되는 느낌의 옷도 넘 짧아보여서 못 입고요 ^ㅅ^ 예전에는 로라이즈가 다리 길어보인다 생각했는데, 요새는 또 안 그렇더라고요. 세월 흐르면 트렌드 따라 예뻐보이는 옷 스타일도 바뀌는 듯. 제 눈도 최근의 경향을 학습하니까 예전에는 예뻤는데 요새는 안 이쁜 스타일도 있고. 컬러도 그렇고. 저런 컬러는 노숙해, 라고 생각했던 톤의 옷들을 젊은 애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거 보니, 새삼 이뻐보이기도 하고요. 신기하다니까요, 패션의 세계도.

    뭐, 여튼. 외모 보고 날 좋아한다면 기쁘지만, 외모'만' 보고 날 좋아하면 역시 싫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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