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0th prescription_처음으로 온마음으로 사랑했던 우리인데, 그는 결국 다른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H님 :

어렵게 마음을 열고 시작한 첫연애였고 정말 바보처럼 서로 많이 좋아했습니다. 롱디가 되었을 때 저는 약해진 마음을 그에게 많이 기댔죠.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어느새 거리만큼 멀어져서, 그는 가까이 있는 인연에게 마음이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더 노력하겠다 했지만, 소용이 없었죠. 

그는 헤어질 때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해 사랑은 두번째라고 했습니다. 이별하는 기간 동안 저는 너무나 지쳤고 실망했고 너덜너덜해졌죠. 그렇게 사랑했는데 그에게는 사랑보다 종교가 더 중요했던 걸까요. 저는 그동안의 맹목적인 사랑을 후회하죠. 그가 나에게 남긴 온갖 핑계와 미사여구들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나의 진짜 삶은 자유를 얻었다 아무리 나를 위로해도 후회와 미련도 남습니다. 분노와 원망도 크죠. 

인연을 끊고 싶지는 않지만, 그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서로를 위한 거라며 다른 여자를 선택한 그가 맞는 걸까요. 그를 미워해도 될 지, 내 사랑이 진짜였다면 그의 모든 걸 인정하고 축복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H님, 엘입니다. 

그와 사랑했던 찬란한 나날에서 가장 좋았던 것만 골라서 간직하도록 하세요. 원치 않은 이별이었어도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물론, 시간이 필요하지요. 묵묵하게 내 삶을 더욱 가꾸기 위해서 길을 가셔야 해요. 차례차례 찾아오는, 분노와 그리움과 원망과 회한과 미련에 놀라지 말고 오롯이 감당해보아요. 내 마음 안에서 어떤 감정이 떠올라도 마땅히 오는 거라 생각하세요. 

죽도록 밉고, 정말로 달려나가서 저주하고 싶고, 절대로 그의 행복을 바랄 수 없다 생각해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그를 못 믿겠고 그와의 사랑이 무의하게 느껴지고 세월이 아깝고 세상이 불공평한 것 같고 그로 인해 알게 되었던 모든 인연과 사건과 추억들이 토악질이 나고, 인간과 세상을 싫어하고 도망가고 싶어져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고 그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내 삶이 전보다 더욱 시들해진 것 같다 생각해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어른스럽고 쿨하게 용서와 이해를 가장해서라도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지고 어느날 어떤 기적이 일어나서 그가 회개하며 돌아온다면 다 받아주리라 상상하게 되어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세상의 모든 사랑 노래와 이별 노래가 나를 위해서 들려오고 TV 드라마의 감정과잉이 전부 이해가 되고 어떤 영화를 봐도 눈물이 쏟아진다 해도, 그건 당연한 감정입니다. 

남자라면 못 믿겠고 사랑사랑 어쩌고 웃겨 죽겠고 좋다고 붙어다니는 커플들을 축복할 수 없어진다고 해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그를 사랑한 일이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실수였던 것 같고 때로는 유일한 축복이었다 생각되어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꿈속에서는 여전히 연인이고 깨어나면 지옥 속에서 눈을 뜨는 절망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이제는 정말로 괜찮아져서 다른 사람과 데이트도 하고 새로운 연애를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와 닮은 사람을 보면 심장이 무너지는 것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용서했고,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분명히 납득했는데도, 어느날 새롭게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입맛이 변하고 몸무게가 줄고 미친 듯이 무엇인가를 바꾸고 싶어져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친구들의 결혼식에 가고 싶어지지 않고, 내 연애를 알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싫어져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의 사소한 친절에 눈물이 나고 정말 손끝조차 닿기 싫었던 사람이 갑자기 좋아지는 일이 생겨도, 그건 당연한 감정이에요. 

이별 후에 당신이 겪는 모든 감정과 생각과 혼란과 불균형은 모두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자신을 다그치거나 감정에 죄책감 느끼거나 억지로 참지 마세요. 흘러가고 지나가도록 그저 내버려두어요. 믿으셔야 해요. 시간이 흘러가면 H님은 변해요. 그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랑했다 하더라도, H님은 변해요. 사랑도 변하죠. 관계도 변하죠. 의미도 변해요. 지금 내 현실만 감당하면 되는 일이에요. 내일에 오는 감정과 고통은 내일 감당하고, 오늘은 오늘의 몫만큼만 껴안으면 되어요. 다 괜찮아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도 새롭게 무너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가면 되어요. 

이별로부터 한발짝씩 멀어질수록 H님은 점점 내면의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게 되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힘든 것도 어느새 오래 입은 낡은 옷처럼 편안해질 거예요. 새 옷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정말로 버려도 되겠다 싶을 때 그 때 묵은 먼지를 털어버리듯 마음을 버리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도 참 잘하고 계시는 거란 얘기죠. 

이별을 해석하거나 이해하거나 퍼즐을 짜맞추어 그 사람에 대해 짐작과 추리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어요. 중요한 건 흘려보내는 일. 어차피 내 사람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잖아요. 그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잖아요.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던 거잖아요. 

삶을 살아가며 변하지 않는내 편 하나 만드는 일, 우주 어디에 있어도 미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게 내 바로 옆의 좌표가 되어주는 일, 어쩌면 그런 인연은 기적과도 같은 확률도 만나는 걸지도 몰라요. 찰나나마 그런 예감이 있었다면 차라리 행운이 아닐까요. 

H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어느새 일 년이 지나고 삼 년이 흘러가겠죠. 그러면, 내가 겪은 모든 일에는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생각되는 날도 오겠죠. 부디 평화를 찾아가는 하루하루 되시기 바랄게요.  




덧글

  • 2013/03/21 22: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23 13:30 #

    정말 배신감 크셨겠어요. 유일한 복수는 더 멋진 사람 만나 더 멋진 행복과 더 멋진 인생을 살아내는 것뿐. 화이팅!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