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3rd prescription_존경하는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싶지 않은데, 그를 놓치기도 싫습니다.

K님 : 

어린 시절부터 좋은 친구였던 그는, 세월이 흘러 어느새 연인이 되어 있었죠. 저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사람인데, 부모님은 탐탁치 않아 하시죠. 그는 인생의 계획을 다 세워놓은 건실하고 성실한 청년이지만, 부모님은 전혀 믿지 않아요. 저는 항상 모든 것을 부모님과 나누죠. 그래서 부모님이 제 연애를 통제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래서 비밀연애를 합니다. 그를 평생 사랑하며 살고 싶은데, 항상 부정적으로만 말씀하시는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의 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합니다. 전 부모님을 너무나 신뢰하기 때문에 뜻을 거스르고 싶지는 않아요. 그와의 소중한 첫경험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이대로 내 마음이 가는대로 살아도 될 지,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걱정이 많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K님, 엘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도록 하세요. 내 연애, 내 생각, 내 진로, 내 꿈, 내 결혼, 내 사랑, 내 데이트, 내 커플링, 내 섹스를 일일이 다 허락받고 양해받아야 하면, K님은 대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요. 이번 생은 K님 인생이 아닌가요. K님은 딸로서의 인생만 의미 있습니까. 부모님의 뜻대로만 움직이면 안심하고 의미있고 훌륭한 삶이 됩니까. 부모님의 말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K님의 마음보다 더 중요합니까. 

K님이 자신 삶의 주인이기를 포기하면, K님은 결코 자신다운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내 삶을 주체로서 온전히 책임지고 살아가세요. K님은 유치원생도 아니고 십대 청소년도 아니잖아요. 엄마아빠의 말, 선생님의 말, 정부에서 하는 말, TV에서 하는 말, 훌륭한 책의 저자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 따라하면, 내 인생이 완전무결해질 것 같습니까. 실패하거나 실수하거나 삐걱대지 않을 것 같나요. K님은 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나요.  

부모님은 오로지 교환가치로서의 결혼만을 계산하시죠.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간을 등급과 수준으로 논하는 가치관으로 나누면서, 정작 사람을 하나의 인격체로 제대로 보려는 노력은 없으시죠. 내 딸이 귀하면 남의 아들도 똑같이 귀하다는 당연한 존중의 논리가 부모님에게는 납득되지 않으시죠. 

K님, 부디 눈을 번쩍 뜨세요. 그리고 사생활을 만드세요.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세요. 내 남친에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전하거나,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내 연애를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을 당장 멈추세요. 연애의 의미와 가치는 주변의 응원과 인정으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K님이 그와 단둘이 있어서 행복할 수 없다면,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것이 연애든 결혼이든 어떤 인간관계라도, K님은 그것을 누릴 자격이 없는 셈입니다. 

부모님은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어요. 개종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삶의 가치관과 기준을 당장 바꾸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K님이 어른이 되겠다 결심하는 일 뿐입니다.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일을 오늘부터 연습하세요. 더이상 어린아이처럼 엄마아빠의 허락과 인정을 해바라기하며 살지 마세요. 

내 안의 불편함, 죄책감,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요? 부모님의 통제와 관리와 영역을 벗어난다고 해서, K님이 당장 밥을 굶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않습니다. K님이 스스로 설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부모님도 당연히 K님을 어린아이로 대할 수 밖에는 없죠. 누구나 비틀거리고 헛짚기도 하며 자신의 길을 떠납니다. 다치고 상처입고 쓰러져도, K님은 자신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옳은 길을 다시 찾아낼 수 있고 다른 선택들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자신의 삶을 감당하고 있고, 그러면서 영혼의 성장과 발전과 의미들을 발견해내죠.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살면서는, 결코 내 삶을 나답게 살 수 없어요. 

이 사람이 과연 내 삶의 정답일까 고민마세요. 인연은 언제라도 찰나입니다. 오늘은 오늘의 답이 있고, 내일은 내일의 답이 있죠. 아무리 영원을 약속해도, 내일 누가 먼저 떠나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죠. 오늘은 평생의 버팀목으로 있어주실 것 같지만, 내일은 또 내가 평생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되기도 하죠. 

K님. 내 안에 사랑이 있고, 타인을 지향하는 힘이 있고,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과 지인들이 있다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입니다. 스스로 서겠다는 결심만 한다면, 모든 것이 쉽게 보일 거예요. 

스스로를 더 믿으시기 바랍니다. 










덧글

  • 2012/11/18 00: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18 00:57 #

    기준을 만드는 일도 시행착오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해보세요. 어른이 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틀릴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어요. 그걸 두려워마세요. 정말로 힘들면 언제든지 가족이든 주변 사람이든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그러나, 가능한 선까지는 스스로 버티고 감당할 수 있도록 연습도 해보세요. 점차 내공이 생기고 연륜도 생기고 그렇게 될 겁니다. 첨부터 번쩍! 하고 어른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그리고, 어떤 어른도 완벽하지 않답니다. 저 역시도 힘들고 지치면 쉬어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도 싶어지고 그래요. 천천히 묵묵히 노력하여 보세요. 잘 하지 않아도 내가 가야할 방향만 안다면 괜찮은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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