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4th prescription_소개팅을 하고 데이트도 몇 번 했는데, 잘 될 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F님 : 

모태솔로인 채 삼십대를 맞이하나 고민하던 차에 어르신들의 주선으로 한 남자를 만났어요. 데이트 몇 번 하고, 드문드문 통화하지만, 그는 아주 무심한 스타일이죠. 저는 외모나 스펙에 자신이 없어요. 그는 엄친아 스펙인데도 외국어에 자격증에 자기계발에 끝이 없죠. 

서른 되면 남자가 올 기회가 전혀 없어질 것 같아서 무서워요. 세번 만나면 계속 만날지 통보하는 게 소개팅 룰인 것 같은데 왜 아무런 표현이 없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F님, 엘입니다. 

요즘 아홉수의 저주에 걸린 소녀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정말 제가 다 화가 나고 복장 터지고 욕이 나올라고 해요. 스물아홉이 어때서? 서른아홉이 어때서? 마흔아홉은 사람 아닙니까? 청춘을 찬양하고 노화를 저주하는 문화가 얼마나 저급한 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까? 늙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F님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으면 하나요? F님은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나요? F님은 할머니가 되면 사랑 안할 겁니까? 사람들이 F 할머니를 막 욕하고 싫어하고 없어졌으면 바랄까요? F님은 할머니가 되기 전에 중년의 나이도 지나야 해요. 사람들이 더이상 아가씨, 하고 부르지 않고, 아주머니, 하고 부르는 날도 오겠죠. 그러면, F님은 당연하다는 듯 노화되는 정도만큼 불행해질 거예요? 정말 그러고 싶어요?

청춘들은 맘놓고 기성세대를 욕하죠. 부모 세대를 비웃죠. 10대는 20대가 늙었다고 욕하고, 20대는 30대를 욕하고, 30대는 40대를 욕해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사람을 왜 그냥 사람으로 못 보나요? F님은 와, 저렇게 나이 드는 거 정말 멋지다, 이런 사람 주변에 있어요? 없으면 당신은 어서 자신의 우주를 빨리 키우세요. 그런 사람을 만날 때까지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될 때까지 F님의 우주는 자꾸만 자꾸만 커져야 해요. 자신이 나이드는 게 무섭지 않을 때까지,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에 대해서 욕할 때 그들을 연민할 수 있는 아량이 생길 때까지 강해져야 해요. 지금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무섭고 불안하고 떨리고 막막하다면, 뭐라도 해야 해요. 그저 도망치기만 해서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고요. 

물론, 저도 늙는 건 싫어요. 늙는다는 건 좋은 게 별로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요. 뭐가 좋은 지는 설명이 길어서 생략하겠어요. 싫다고 안 늙을 수도 없잖아요. 사실 제 주변에는 늙어갈수록 생각하기도 싫어지는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어요. 하지만, 늙는 게 싫다고 그저 죽을 수는 없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온 게 아깝지도 않나요. 의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싫어도 100살까지는 살아야 해요. 알고 보면, 사람이 미성숙한 그 자체로도 칭찬받고 사랑받는 청춘은 겨우 20여년에 불과하다고요. 80여년의 긴긴 세월을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살아야 한다는 거죠. 고령화 사회라고요, 이미. 그렇다면 우린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노화와 늙음과 세월이라는 녀석들과 친해져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나이로 평가받지 않은 F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빨리 남자 잘 만나서 결혼하면 해결될 것 같아요? 결혼은 그저 당신 삶의 일부분이죠. 연애하면 당신이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게 증명될까요? 재미없고 심심했던 나날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질까요? F님은 사랑을 해도 하지 않아도 사람을 만나야 하고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하고,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야 해요. 누군가의 명령과 권유와 당위에 살지 않는 시간도 분명히 있죠. 누구라도 타의에 살지 않는 빈 부분은 스스로 납득하는 기준과 조건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야 해요. 타의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잘 없어요. 왜 이렇게 사는지 고민하다가도, 금방 해야 하는 일들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러나, F님이 생존에 급급하지 않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연애나 결혼보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세요. 

F님. 연애보다 시급한 것이 F님 자신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을 번쩍 뜨는 일입니다. 자신의 우주가 어디쯤 표류하고 있나 항해일지를 꺼내는 일입니다. 삶에서 찾아낸 보물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함께 웃을 친구를 찾는 일입니다. 혼자 있어도 그다지 두렵지 않을 수도 있구나 여유를 찾는 일입니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상처받아보고 나가떨어져서도 결국에는 웃는 날이 올 거라고 자조해보는 일입니다. F님은 왜 모태솔로라는 말로 자신을 가두려고 하나요. 

F님. 

사람을 만나는 일을 좀더 연습해봅시다. 사실 귀찮기는 합니다. 새로운 인간들과 어울린다는 게. 하지만, 100살까지는 살아야 하잖아요. 당신이 내 사람을 30살에 만날 지 50살에 만날 지 80살에 만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랍니다. 친구가 필요하다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연인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주변에 멋진 할머니가 없다면 자신이 멋진 할머니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보세요. 

자신에게 자신이 없다면, 무엇을 더 채워서 당당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보세요. 가능한 변화들을 생각하고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세요. 조건과 스펙은 외부의 기준이죠. F님이 지금까지 별 불편함없이 인생을 살아왔는데, 그동안 누려온 평화와 즐거움과 만족 또한 충분히 가치있고 훌륭한 겁니다. F님의 기준에서 그 사람은 마음에 드는 사람입니까. 친해지고 싶은 사람입니까. 친밀해질 수 있는 사람입니까. 왜 물어보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나요. 

세번 만나고 교제 여부를 통보하는 룰은 아직 우주소개팅연합회에 정식 상정된 규칙이 아닙니다. 나이 앞에 숫자 3이 붙어도 연애하고 결혼하는 여자들이 최근 너무나 많아져서, 우주연애발전위원회에서는 연애시장의 연령폭이 갈수록 넓어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올해에도 수여 편 발표하기도 했죠. 조건과 스펙으로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서 매칭하지 않고 랜덤을 돌렸더니 인연이 더욱 오래 가더라는 르뽀들도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뭐,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이해가 쉬우시겠어요?

F님. 판타지를 버리고, 주체가 되어서, 앞으로의 연애시대, 열심히 항해해보시기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소개팅 서바이벌>



 
 



 

덧글

  • 2012/12/15 21: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15 22:31 #

    요즘 저를 울컥하게 하는 상담들이 많아요. 연말이고 올해도 다 지나가는 시점이라 그런지 스물아홉 소녀들이 많이들 울고 고민하네요. 저 역시 스물아홉에는 똑같은 심정이었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거든요!!! ㅠㅅㅠ 그런데, 정말로 괜찮다고요. 스물아홉도 서른도... 연애 평균 연령은 갈수록 올라간답니다. 그걸 사람들이 알고 좀 안심하였으면 좋겠어요.
  • 라비안로즈 2012/12/15 23:47 #

    나랑 평생을 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정해진 나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해진 나이를 너무 따지다 보니 나랑 평생할 사람을 찾지 못하고 솔직히 까고 말해서 그냥 어떤 스팩을 놓고 만나다보니
    이혼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나랑 그 사람이랑 같이 평생 이해해주고 믿어주고 사랑할 사람만나면 모든 사람앞에서 평생 살겠습니다
    인사한 사람을 그 무엇이 안맞아서 서로 미워하고 으르렁거리면서 이혼을 할까요? 바람을 피우겠나요?
    그렇지 못하고 그냥 스팩만 보고 나이만 따지며 결혼해서 그런 결과들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자신의 나이. 아홉수. 그 틀에서 생각하지 말고... 나의 스팩? 그의 스팩?그런건 사랑하면 안보여요 채워주게 되어있어요
    아무리 현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둘이 벌어서 남에게 손 안벌리고 아끼면서 얼마나 즐길수 있는게 많은데요..
    너무 조급해 하지마시고 서로 사랑할 사람은 언제든 나타나게 되어있으니... 넘 걱정 안했음 좋겠어요..
  • 2012/12/16 00:23 #

    포근포근한 언니의 말씀. 너무 좋아요!!!! >ㅅ<///////
  • 2012/12/16 01: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16 14:27 #

    자기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결국 행복한 것 같아요. 이 분들도 감정을 빨리 커밍아웃했으면 더 행복한 시간 보냈을 텐데 싶더라고요.
  • 2012/12/26 15: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26 17:45 #

    생각을 시작하는 힌트가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ㅅ^ 아직은 너무나 어린 나이니까! 여유를 가지시고. 천천히 즐겁게 길을 가요. 피드백 고맙고요! 도움이 되었다면 주변에 닥터엘 연애상담소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ㅁ^/////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