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7th prescription_저는 연애하면서도 프라이버시가 중요하고, 남친은 늘 저에게 실망하죠.

S님 :

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합니다. 저는 남친이 제 앞에서 당당하고 솔직하지 않다면 화가 나죠. 그는 항상 거리를 두는 저를 원망하고, 저는 언제나 받아주는 그에게 실망을 합니다. 

전 어린 시절부터 항상 무리했죠. 부모님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남자친구에게도 제 세계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오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해요. 전 제가 정한 규칙들과 싸우고, 그것을 깨는 것이 두렵습니다. 연애라는 게 저만의 세계를 깨는 작업이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S님, 엘입니다. 

소통은 경험을 통해서 유연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원칙과 기준이 명확해도,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을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불명확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애써서 정리정돈한다 해도, 내가 받아들이기에 힘들 수도 있죠.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고, 일부라도 통한다면 그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언어와 논리를 넘어서는 신뢰, 무엇이 어떻게 되어도 우리의 관계가 안전할 거라는 믿음은 항상 중요합니다. 내 편이라는 감각, 소속감, 연대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우리는 관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세상이 굳이 나를 해치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야, 숨쉬기 편합니다. 관계가 나를 시험하거나 괴롭히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죠. 

과거가 현재의 나를 만듭니다. 물론, 부모와의 관계에서 결핍된 부분이 나의 인간관계나 연애관계에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어린 시절 채우지 못한 욕구를 현재의 관계에서 찾게 된다 해도, 나쁜 일만은 아니랍니다. 마음 속의 구멍들을 메꾸는 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누구나 삶의 균형을 잡는 방법을 고민하니까요. S님이 지금 고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이런 나의 연원을 찾는 일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어차피 과거는 고칠 수도 바꿀 수도 없고 완벽하게 설명할 수도 없거든요. 어떤 뛰어난 심리학자나 상담사가 와도 짐작과 추리를 할 수 있을 뿐. 지나간 시간도 지나간 관계도, 흘려보낼 수 있다면 흘려보내세요. 당연한 듯이 내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오늘의 몫만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고 연민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답니다. 

S님. 

타인과 부딪히는 상황은 언제라도 옵니다. 그럴 때는 내 감정을 걸러서 내보내는 연습이 부족해서 그렇답니다. 내 말이 맞으면 상대의 말도 맞을 수 있습니다. 합의 하에 어떤 기준을 선택하여 잘잘못을 가리는 게 중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평화가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분노와 화는 나를 지키는 감정이죠. 바깥의 것들이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건드린다면, 자기도 모르게 성질이 나고 짜증이 나고 마음이 균형을 잃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니랍니다. 하지만, 분노와 화, 짜증과 친해지지 못하면, 상대까지 상처 입힙니다. 내 기준이 맞고 정당하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도, 내가 상대를 포용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균열은 생긴답니다. 

연애라고 해서 늘 달달하기만 하고 늘 내맘 같기만 하고 늘 안전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연애의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지요. 어떤 연애인은 감정만 의지하지만, 어떤 연애인은 아예 지갑까지 맡깁니다. 어떤 연애인든 가족과 친구와 비밀번호와 핸드폰을 공유하지만, 어떤 연애인은 이메일 주소조차 오픈하지 않죠. 내가 편한 선까지만 오픈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섭섭해한다면 그 마음은 안아줄 수 있어야 하죠. 때로는 내 벽의 높이를 조금은 내리고, 내가 불편한 것도 감수하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죠. 그래야, 우리라는 감각이 우리의 연애를 지켜줄 테니까요. 

S님. 서툴러도 됩니다. 

하지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솔직할 수 있어야 해요. 그가 완벽하지 않아도 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해요. 나와 다른 부분도 있지만,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더 많이 누리려고 해야 해요. 통하지 않는다면 더 천천히 더 쉽게 말하려고 해야 하죠. 공동의 언어가 계발되지 않았다면, 그 전에 더 많이 허그 하고 더 많이 뽀뽀하고 더 많이 눈을 맞추어야죠. 물론, 그런 노력을 할 의미가 있다면 말입니다. 

연인도 남이죠. 남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은 평생 해야 합니다.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들어주세요. 그래야, 상대도 내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자리가 생깁니다. 설명은 안되지만 답답하고 화가 나는 마음, 우리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그것들과 친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내 안에 답이 생기면, 상대에게도 편하고 쉽고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어요. 

조급하게 생각은 마세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고 세상의 모든 다름과 싸우다보면, 어느새 유해져 있는 자신을 만나는 날도 옵니다. 예전에는 결코 용납 안되던 일이, 웃으면서 그래그래 하고 넘어가게도 되지요. S님은 얼마나 빨리 편해질까요. 시간의 힘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덧글

  • 녹두 2013/01/19 19:11 #

    엘님이 답변 해주신 내용 그대로 오늘 헤어진 그녀에게 해주고 싶네요...
  • 2013/01/20 00:03 #

    ㅠㅅㅠ 오늘인가요.
  • 녹두 2013/01/20 01:47 #

    넵..! 이제는 날짜가 지났으니 어제라고 해야겠지요.. ㅋ
  • 2013/01/21 12:05 #

    잘....... 잘 버티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티면 지나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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