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th prescription_자신을 더 좋아하고 싶지만 초라할 뿐이죠.

Z님 : 

술마시고 좋아하던 친구에게 고백을 해버렸어요. 친구는 괜찮다고 아무 일 없는 듯 넘어가주었죠. 몇년이 흘러 페북에서 우연히 그 아이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아직도 설레는 마음이 있는 걸 알고는 자신에게 실소가 나왔어요. 나와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인데, 단지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니 인간이란 참 얄팍하지 않나요. 

그녀는 빛나보였고 저는 초라해보였어요. 비교하는 마음을 가진 제가 못나보이기도 했습니다. 

답은 압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수 밖에는 없지요. 낮은 자존감, 나태함, 자괴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Z님, 엘입니다. 

자신과 친해지는 일은 평생 해야 할 일입니다. 누구도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살려고 발버둥치는 게 보통의 인간입니다. 한없이 나태하고 게으르다가 문득 그런 자신을 혐오하고 미워하고 연민하고 보듬고 있다면 우리 보통스럽게 사는 걸로 칩시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친구에게 술마시고 고백하고 후회하는 일. 그런 실수 한번도 안 해봤다면 청춘 헛산 거죠. 실수하고 헛다리 짚고 넘어지고 나뒹굴고 사고치고 민폐끼치고 찌질함의 극한을 달렸던 경험. 당신의 청춘이 그러했다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굴곡없는 인생이 딱히 무슨 맛이 나겠습니까. 모범스럽게 살아서 행복하기만 할까요. 안 다치고 고이고이 순결을 지켰다면 백 점짜리인가요. 차라리 지금이 낫죠. 그래도 어제보다는 좀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으면, 오늘의 피폐를 어떻게 견디려고 그러십니까.  

딱히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사람이, 세상이 훤히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착각입니다. 친구와 마주앉아서도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정상입니까.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좋아할 수 없으면서, 먼 곳에 있는 SNS 친구에게 마음이 간다면 그들이 낯설기 때문이죠. 가깝고 친하면 단점이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보이고 싶은 것만 보이게 차려입은 데이트에서는 그 사람의 진짜 인격을 볼 수 없습니다. 추억은 힘이 없다고 하던가요. 현실에서 손을 뻗어서 닿는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세요. 과거의 인물과 연애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을 만나고 만나고 또 만나야죠. 그래야, 흘러흘러 나에게 인연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면 충분히 친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니까 버릴 수 없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가는 수 밖에는 없죠. 

Z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여야 할까요? 정답은 Z님 자신이랍니다. 

사람, 알고 보면 찌질하지 않은 인간 없어요. 더 알고 보면 상처받지 않은 인간 없어요. 더 깊이 들어가면 안 불쌍한 인간 없어요. 거기에서 더 들어가면 인간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죠. 나이기 때문에 유일하지만, 내가 특별하고 고귀하고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한없이 들여다보고 질문하고 다듬고 가꾸어야 해요. 

당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처녀지입니다. 지구의 중심에 용암이 끓고 있을 지 제 2의 지구가 존재할 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신이라는 깊이는 당신이 아니면 누구도 파헤쳐줄 수 없다고요. 

Z님. 

변화는 더디게 오죠. 오늘 하루만 생각하세요. 하루에 하나만 노력하세요. 그리고, 작은 성공을 목표로 하세요. 당신이 만약 오늘의 하루에서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내일은 두개도 바꿀 수 있어요. 모레 다시 하나도 바꾸지 못하는 실패를 했다면, 그 다음날은 또 하나만 바꾸면 어제보다 성공입니다. 

저는 이번 달 요가를 겨우 한 번 갔네요. 그 수많은 날들을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서 좌절하고 말았어요. 그렇다고 이제는 한번 남은 요가를 포기하는 게 맞겠습니까, 그래도 가는 게 맞겠습니까. 하루라도 가는 게 정답이잖아요. 요가를 가지 않고 내가 얻는 건 약간의 달콤한 수면, 그리고 그보다 더 큰 후회와 짜증이거든요. 흐미, 다음달에는 꼭 안 빠지고 가야지.  

습관을 쉽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참으로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아예 못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Z님이 어디에 속하든, 뭐라도 하면 그것이 바로 자신과 친해지는 과정이랍니다. 포기하는 것도 현실에서 도망가는 것도 인정하고 달려보는 것도 실패와 성공과 도전을 반복하며 맷집을 기르는 것도, 모두 Z님의 선택. 

생각하고, 움직이고, 변화가 생기는 시점을 기다리세요. 내일은 더 괜찮을 거예요. 








덧글

  • 발라 2013/01/30 15:25 #

    가끔은 좋게 말하면 낙천적인, 나쁘게 말하면 생각없이 사는 발라님은 참 행복해요. 존심따위는 없어도 행복하달까.
  • 2013/01/31 12:35 #

    내가 행복하면 다 좋은 거죠, 뭐. ^ㅁ^
  • 미자씨 2013/02/13 06:41 #

    요가를... 저녁 시간으로 바꾸시는 것도...
  • 2013/02/13 14:33 #

    저녁시간에서 일부러 오전으로 바꾸었었거든요. ^ㅅ^ 오후 시간이면 거의 안 빠지는데(그래도 빠진 적 있지만), 오전을 더 활용하기 위해 잡은 스케줄인데 진짜 침대에서 나오기 힘듦. 그래도, 이후에는 거의 안빠지고 있어요. 넘 나가기 싫어서 울면서 요가하러 간달까. 하지만, 일단 나가면 좋아요. ^ㅁ^
  • 목짧은기린 2013/03/16 20:11 #

    페북이면 좋아요를 누를텐데 ㅎ.ㅎ 이글루에도 좋아요 있었으면 좋겠어여..
  • 2013/03/16 21:05 #

    본문 밑에 페북 좋아요, 버튼 있어요! ^ㅁ^//// 눌러 본 적은 없지만. 눌르면 되지 않을까요???
  • 목짧은기린 2013/03/17 07:38 #

    앗??! 지금은모바일이라안보이나봐요 나중에해봐야지.....!!
  • 2013/03/17 13:30 #

    꼭 눌러주세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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