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th prescription_늘 맞추며 착하게 살아왔는데, 이번에도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E님 : 

조심스럽고 예쁘게 잘 사귀고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이별 카톡을 받았습니다. 전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의 뜻을 존중해서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했죠. 그는 앞으로 롱디 커플이 되면 힘들 것 같아 이별을 선언한 것 같더라고요. 결국 서로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해서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상처투성이입니다. 

전 여태껏 늘 상대에게 맞춰왔고, 그 마음이 보상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도 행복하지가 않네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E님, 엘입니다. 

내 연애가 최고의 사랑, 최선의 로맨스라고 생각하면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됩니다. E님, 그는 E님에게 반하지 않았어요. 겨우 몇시간 차이의 롱디 커플인데 견뎌볼 생각도 없이 그저 뚝 잘라내는 인연. 직접 만나서도 아니고 전화도 아니고 문자도 아니고 카톡으로 이별선언하는 무성의를 왜 묵묵히 견뎌주십니까? 예의 없잖아요. 성의도 없잖아요. 화 안 나요? 기분 안 나빴어요? 이사 가면 영영 못 본다고 생각하는 유치원생들 연애입니까? 어디 해외로 이민 갑니까? 군대 들어갔어요? 둘 사이가 겨우 이 정도의 균열도 못 견디는 연약하디 연약한 감정이었다는 걸 그가 여실히 증명해주었습니다. 슬퍼할 겨를이 어딨나요, 얼른 가서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어도 뭣할 판에. 내 사랑 다 내 놔, 이 나쁜 놈아!

나한테 잘하지 않는 남자의 이유가 무뚝뚝해서나, 바빠서나, 인생이 죽도록 힘들어서나, 원래 성격이 표현을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굳이 애정표현을 할 성의도, 연애관계를 누릴 의지도 없어서입니다. 몰라서 안해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알콩달콩 코드를 모르겠습니까. 다 귀찮아서 못하는 거고, 사랑을 누릴 능력이 없어서 그래요. 

참고 참으면 참나무 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되죠. 착하고 성실하게 항상 참고 말 안하고 배려하고 꾹꾹 울음을 참는다고, 상대가 알아줍니까? 알 리가 없잖아요.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라고요. 날 안 울릴 남자는, 애초부터 잘한다고요. 

자, 앞으로 울지 않는 여자가 되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좀 해볼까요. 

E님. 남자에게 내 행복 맡겨놓지 마세요. 나를 감동시키는 남자가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마세요. 친구처럼 편해도, 연인처럼 달콤할 줄 모르는 사람하고는 연애해서 재밌기 힘듭니다. 내가 노력하고 배려하고 참는 만큼 감사를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날 웃게 하기 힘듭니다. E님이 상처받고 인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최초의 순간부터, 그 관계는 E님이 재고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좋다가 싫다가 하는 건 괜찮아요. 그러나, 어느날 문득 자신이 초라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별은 언제 선언해도 마땅합니다. 

연애도 인간관계의 일종이죠. 내가 선택하고 내가 누리는 인간관계입니다. 내가 얻을 것이 없다면 어서 흘려보내는 것이 정답. 오랠수록 깊어지고 안심되고 아름다워지는 관계가 있고, 오래되어도 나를 불안하게 하고 흔들리게 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관계가 있습니다. 이 관계가 무엇인지는 E님이 가장 잘 압니다. 그것을 눈치채는 순간, 상대에게 선을 긋고 그의 정체를 똑바로 바라보아야 해요. 연애 관계가 일상의 유일한 애착관계라서 이것을 잃게 되면 자신이 휘청거릴 거라 예상된다면, 얼른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어떤 인간관계도, 연애도, 애착관계도, 언제라도 무너져요. 그렇기 때문에 연애관계에 내 감정의 행복과 불행을 다 맡겨놓는 일은 가장 먼저 관두어야 해요. 

E님. 이왕 유예기간 갖기로 했다면, 더 애쓰지 마세요. 보험이다 생각하고 남겨두세요. 시들해지면 이번에는 E님이 카톡으로 이별 선언하세요. 그리고, 연애 외에 남자없이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세요. 내 공부, 취미생활, 친구들, 직업적인 비젼, 학위, 경제적인 계획, 배우고 싶은 것들, 외국어, 문화생활과 도전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세요. 그리고, 내 애착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튼튼하게 재정비합시다. 그러면, 남친인지 구남친인지 모를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의 진심이 금방 눈에 보이게 됩니다. 

E님. 앞으로는 절대로 남자 때문에 울지 말자고요!










덧글

  • 미자씨 2013/02/13 06:35 #

    바람둥이한테는 헌신적인 여자가 아니라 더한 바람둥이 여자가 필요한 법이더라구요. 못된 남자에게는 더 못된 여자가 필요하고, 성의없는 남자한텐 더 성의없는 여자가 필요해요.
  • 2013/02/13 14:24 #

    아직 사람 안된 애들은 연애 따위 하지 마! 라고 하고 싶어요. 먼저 인간이 되어야죠. ㅠㅅㅠ
  • 지여 2013/02/16 19:48 #

    와...글도 덧글도 넘넘 공감이에요.. 감사합니다! 엘님 미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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