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th prescription_어렵게 만난 인연인데, 그녀와는 미래를 꿈꿀 수가 없네요.

I님 : 

처음은 불탔지만, 점차 서로 다른 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녀는 술을 좋아하고 술약속이 잡히면 저와 연락도 잘 안됩니다. 오히려 걱정하는 저에게 신뢰가 없다 타박하죠. 저는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지만, 그녀는 그런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입니다. 진지한 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대화도 즐겁지가 않죠. 제대로 된 애정표현조차 없는 탓에 제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연애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지금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 연애를 계속할 의미가 있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I님, 엘입니다. 

저도 닥터엘 연애상담소를 꾸려가다 어느 분이 덧글로 해주셔서 알게 된 말이 있는데요.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랍니다. '남자'는 고쳐쓰는 거 아니라 그랬던가. 여튼, 아니다 싶으면 아닌 거지, 아닌 게 긴 걸로 바뀔 리가 있냐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누구나 연애 초기는 달달 행복하죠. 연애 초기부터 고통의 바다였다면 애초에 끝났을 테니 지금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겠죠. 연애 초기의 행복을 잊지 못해서, 손절매 타이밍을 못 잡는다면 내 불행은 더욱 커질 뿐입니다. 저도 I님과 똑같은 루트로 이 인연이 나의 마지막 인연이다, 선언한 적도 있었어요. 그동안 사람에 지친 세월이 너무 길어서, 이렇게라도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면 충분히 정답일 거라 믿고 싶었었죠. 사람과 사람 사이 별 거 있겠냐고, 눈에 뻔히 보이는 빨간불을 못 본 체 하며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파란불로 바뀔 거라 상상했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더이상 선택하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귀찮아서,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합리화고 핑계였습니다. 인간은 합리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덜 다치고 덜 울 수 있어요. 

I님. 그녀는 인연 귀한 줄 모르죠. 잘 해주는 사람에게 감사를 모릅니다. 사랑이라는 권력을 쥐고 있는 한 I님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바탕을 보세요. 인격을 보세요. 달래고 얼러서, 가르치고 다독여서 사람 만들다니. 그 사람 부모도 못한 일을 어떻게 I님이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왜 그런 수고를 I님이 해야 하죠? 

라이프 스타일은 잘 안 바뀝니다. 술 좋고, 친구 좋고, 내 가까운 사람에게 연락하는 배려도 없고, 못된 소리 골라하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니가 이해해라 당당한 사람이라면, 천 리 백 리 도망가도 무방합니다. 나를 다시 귀하게 대할 리 없고 감사하다 생각할 리 없고, 헤어지겠다 협박하고 겁주면 잠시 잠깐 달라진 척 할까, 인격이, 라이프 스타일이, 취향이, 인간관이, 연애관이 바뀔 리 만무하잖아요. 

내 행복과 불행을 연애상대에게 맡겨두지 마세요. I님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고 불행할 수도 있습니다. 연애상대는 나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상적인 파트너라면 나의 행복과 불행을 축하하거나 연민하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찰나 행복하고 내내 불행하다면, 그 관계는 I님에게 의미없는 시간낭비지요.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되고, 삶을 축복하게 되고, 성장하고 발전하고 미래를 꿈꾸게 된다면, 그것이 의미있는 인간관계입니다. 누구나 연애 때문에 지치고 힘들 수 있죠. 하지만, 답이 아닌 사람 오래 붙들면, 인생을 불평불만하다 늙어버립니다. 

I님. 아직 어리디 어린 나이란 걸 왜 모르나요. 자신에게 기회를 더욱 많이 주셔야 해요. 의미있는 인연이 참 더디게 온다 한탄 마시고, 어떻게 하면 좋은 인연의 접점을 늘릴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세요. 손에 쥔 카드를 빨리 버려야, 새로운 카드를 받아들 수 있습니다. 아쉽고 아까워서 이미 낡아버린 사랑의 신화를 붙들고 있으면, 불행은 눈 깜짝할 새에 내 영혼을 잠식합니다.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말은 통해야 사귀죠. 내가 왜 이걸 놓지 못하는지 근본적인 답을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가능한 선택들을 심사숙고하기 바랍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3/02/11 12:12 #

    그런 사람이.. 바뀔수는 있겠지만.... 큰 충격을 받기 전까지는... 버릇을 고치기 힘들죠.
    저도 술 좋아하고 그랬었지만..... 신랑의 진심어린 한마디와 서로 울면서 싸우고 난 이후
    많이 고쳐졌고, 사람 만나면서 연락중단된거는 고쳐졌죠...

    그전까지 신랑이 많이 힘들었었죠;;;;;;
    한번 충격요법... 사랑이란건 누가 우선권이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면 바뀌어질지도요..
  • 2013/02/13 14:11 #

    제가 요즘 8살 조카의 인성과 성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답니다. 조카는 자신 위에 아무도 없고 모두가 아래라고 생각하죠.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맞추어주고 있고요. 이미 8년 동안 형성된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은 너무나 견고해서 깨지기 힘들어보였어요. 게다가 조카의 환경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은 없는 상황이고, 딱히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니 변화가 힘들어 보였어요. 한번은 깨져야 하는데, 그것이 더 늦지 않은 타이밍에 계기가 생기길 바라는 이모의 마음.

    자신이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무엇도 고집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안 바뀌죠. 충격도 안 받고요.
  • 미자씨 2013/02/13 06:23 #

    나한테 빠지게 만들어서 상대 성격을 '개박살' 내겠다는 사람을 접한 적이 있는데,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었답니다. 본인은 그걸 애착이라 믿고 있던데, 너 미저리랑 뭐가 다르냐...

    어떤 사람이 20년을 넘게 형성해온 성격을 고치겠다는 생각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역사를 부정하는 짓이기에 무례한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 사람이 그 성격을 가지게 된 계기와 이유가 있었겠죠. 방어기제였을 수도, 현실에 대한 합리적 계산방식이었을 수도, 둘 다였을 수도 있어요.
    그 배경을 탐구해 보고 같이 고민해보고 할 자신이 없다면, 그 사람 원본을 고스란히 보존해주고 버틸 때까지 버티다 떠나는 게 정답이라고 봐요. 사실 전자가 쉬운 일은 아니고 의무도 아니니까.
  • 2013/02/13 14:07 #

    우와. 미자씨. 진짜 정답인 것 같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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