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1st prescription_시선공포와 대인공포 때문에 첫직장이 넘 힘듭니다.

K님 :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일하지만, 이곳의 조직문화는 너무 살벌합니다. 뒷담화는 기본이고 앞에서와 뒤에서의 태도는 전혀 다르고 막내라고 허드렛일은 당연히 생각하죠. 친하지도 않은데 마치 서로 잘 아는 것처럼 친근하게 지내야 하고, 일은 너무 피곤하고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데는 없죠. 

저는 횡시증상이 있어요. 시야각 안에 누군가가 들어오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들 인간관계가 편한데, 저만 힘든 것 같고 아무도 저에게 진심으로 관심가져 주지 않아요. 누군가가 절 미워하면 저도 모르게 저 역시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고요. 업무도 
버겁고 상사들과의 관계도 어렵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K님, 엘입니다. 

조직생활이 체질인 사람 많지 않습니다. 굳이 나를 맞지 않는 구멍에 끼워넣으려 애쓰지 말고, 사람을 덜 마주치고 일하는 방법이나 창업하는 방법이나 프리랜서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인간으로 태어나 공부하고 노동하고 세금내고 결혼하고 암 걸려 죽는 게 보편적인 것 같아도, 사실 삶의 방법은 인구수만큼 갖가지입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보세요. 성공하는 삶 말고 다르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연구해보세요. 인간이 어렵죠? 두렵죠? 모르겠죠? 알려고 하지 않는데 어떻게 저절로 알아지나요. 내가 관심이 없고 애정이 없는데 어떻게 인간관계가 편하겠습니까. 

K님. 조직 안으로 들어가려 애쓰지 마시고, 자발적 주변인이 되세요. 꼭 활발해야 하고 유연해야 하고 뭐든지 척척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이 나를 선발하였어도 신입 사원이 얼마든지 부적응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리스크 계산은 합니다. K님이 척척박사이길 기대하며 입사의 기회를 준 건 아닙니다. 그들이 K님을 모르듯 K님도 그들을 모르죠. 적응기간은 필요하고 업무의욕은 그들이 줄 바이고 기업문화나 조직이 썩어가는 건, 회사에서 걱정할 일이지 K님이 고민할 바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월급 받는 만큼만 노동을 제공하세요. 어차피 계약관계 아닙니까. 내가 얻어낸 만큼 그들도 나에게 얻어갈 게 있습니다. 서로가 안 맞다 생각하면 언제든지 계약 종료하고 나오면 될 일이에요. 이 회사 아니라고 K님 갈 데 없는 것 아니고, K님 아니라고 이 회사 무너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도 길이고 저것도 길입니다. 이왕 어렵게 좋은 회사 들어왔는데 내 행운이 아깝다 생각하면, 본전 생각 안 날 만큼만 모험을 즐기세요. 

인간들을 관찰하세요. 조직이 돌아가는 꼴을 관찰하세요. 횡시증상, 시선공포, 대인공포 증상이 있다 겁먹지 마세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거대한 조직의 구성원이 되면 누구나 불안과 소외를 경험합니다. 그들도 무섭기 때문에 할퀴고 물어뜯고 지랄하는 겁니다. 개싸움 보셨어요? 소심한 멍멍이들이 요란하게 깽깽 짖죠. 뒤에서 욕하고 앞에서 천사 된다고, 그 사람들 이상하다 하지 마세요. 앞에서 욕하고 뒤에서 천사 되는 것보다 백 번 정상입니다. 누구나 잘 지내고 싶고, 살아남고 싶어서 이중인격자가 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권력을 휘두르고 싶지요. 인격이 저렴해서 인간이 나빠서 그렇다 오해 말아요. 단지 마음이 연약해서 그래요. K님하고 똑같아서 그렇답니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다 못났고 희한하고 찌질하고 그렇습니다. 그나마 내가 배울 점을 갖고 있고 나에게 존중과 예의를 갖추는 사람 있다면, 그 사람하고 눈 한 번 더 마주치고 커피 한 잔 더 마시기 위해 인사 열심히 하세요. 아무도 K님을 이해하지 않는다 울지 말아요. K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K님도 자기 자신 잘 모르고 과소평가하잖아요. 자신에게 회사 생활이라는 예측불허의 모험을 즐길 기회를 주지 않잖아요. 어떤 도전을 해치울지 어떤 실패와 좌절을 극복할 지 기대도 않잖아요. 이런 K님이 어떻게 남을 이해하고 애정 줄 수 있나요. 그들도 똑같은 이유로 K님을 보지 못하고 관심도 안 가지고 이해하지 않을 지도 몰라요. 

K님. 타인이 신경쓰이고 시선에 자꾸만 걸리나요? 타인의 시선이 스트레스인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한답니다. 난 너를 해칠 마음이 없다, 너도 그렇기를 바란다는 뜻이에요. K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K님을 해치고 욕하고 미워할까요. 나에게 욕하고 비난하고 평가하고 지랄한 인간들이 24시간 지속적으로 K님을 신경쓰고 미워하고 있을까요. 사람 눈 보는 게 어색하고 힘들죠. 일단 거울을 꺼내요. 캔디처럼 대화하세요. 눈을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거울 보고 소주 한 잔 해요. 꼭 누가 내 말 들어줘야 하나요. 거울 속의 나하고 우선 친구한 다음에, 기운 내서 다른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 연습 하면 돼요. 

내가 겪는 인간관계가 완벽하기만을 바라지 말아요. 당연히 갈등과 실수와 반목이 생깁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방식을 찾아요. 내가 실수하면 사과하고 잘 하려고 노력하세요. 그들이 나를 미워하면 오해라고 잘 설명하세요. 나를 미워하는 것 같으면, 저 미워하시나요, 미워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세요. 조직 안에서 인간들이 서로 욕하고 무리짓고 은따시키는 건 흔하디 흔한 사건입니다. 싸우기도 하죠. 그러면, 선방을 날리는 게 덜 다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먼저 말하세요. 당장 옥상으로 올라오세요. 혹은, 퇴근하실 때 잠깐 차 한잔 어떠세요, 라고 말하는 거예요. 잘 지내자고 미안했다고 잘 하겠다고 미워하지 말라고 실수였다고 말하면 됩니다. 얽히고 풀리고 하는 게 인간관계니까요.  

횡시증상으로 불편한 마음을 참고 앞을 보려 애쓰지 말고, 그냥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세요. 눈이 마주치면 어색하더라도 미소를 짓고 목례를 하세요. 나에 대해서 뭔가 얘기하거나 평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말고, 그냥 이상한 사람이 되어서 아무 거라도 물어보세요. K님은 이 세상이 어렵고 난해한 퍼즐이잖아요. 날씨가 왜 이럴까요, 여기 커피는 왜 비쌀까요, 어느 부서 일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회사 좀 다닐만 하세요, 라고 랜덤하게 질문들 던져봐요. 모르니까 물어보고 모르는 사람이니까 알려고 하는 거고 세상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으니까, K님만의 방식으로 타인을 세상을 알아가면 된답니다. 

그래도 K님은 월급을 받고 있고 조직의 구성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 구경도 실컷 하고 있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웃기는 인간들도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어요. 멋져멋져, 진짜 멋진 일이라고요. 부럽부럽, 완전 부럽다고요.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게 불편한 사람, 이게 나인데, 이게 편한데, 왜 꼭 고쳐야 합니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인간관계 하면 되고, 필요하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딱 한 발짝만 다가갈 수 있나 도전하면 됩니다. 잘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겠죠. 그래도 K님은 자신에게 잘한다 잘한다 잘 버틴다 이 정도면 괜찮다 말해주세요.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만, 오히려 더욱 사려깊고 진심어린 관계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거든요. 아직 과정에 있잖아요. 첫술부터 배부르진 않으니까 천천히 가봅시다. 









덧글

  • 발라 2013/04/17 17:06 #

    그러고보니 한때 엘누나도(...) (2)
  • 2013/04/17 22:30 #

    읭? ^ㅅ^ 직장이 즐겁기만 한 사람 아무도 없죠.
  • Silverfang 2013/04/17 17:45 #

    조직생활... 사람관계... 어렵죠. 어렵습니다. 저희 은사님 표현을 빌리면 평생 숙제 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포용해서 나의 사람 됨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 사람으로 태어나 이룰수 있는 가장 큰 일 중 하나라는 말씀도 있었지요. 사례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저 역시 조직생활이 싫어서 다른 삶을 준비하고 있는 한사람입니다.ㅎㅎ
  • 2013/04/17 22:32 #

    저는 조직 생활도 좋고, 팀 작업도 좋고, 시스템과 보상만 합당하면 또라이 몇 정도는 견딜 배짱도 있고. 그치만 젤 편한 건 혼자 하는 작업이나 소수의 팀 작업. ^ㅁ^ 사람마다 선호하는 대인관계의 양상은 다르니까요.
  • 2013/04/18 05: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18 20: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4/19 13: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4/19 16: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22 13:05 #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ㅅ^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타인과의 연결고리 규모는 다릅니다. 자신에게 맞는 조직을 찾아가면 된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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