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nd prescription_연인에게 성폭력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V님 : 

전 어려서부터 추행 경험이 많습니다. 스토킹에 감금에 성추행에 강간 미수도 당하고요. 어떨 때는 지인이 어떨 때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당했고요. 저는 여태껏 신고도 못했고 상담 받은 적도 없습니다. 악몽에 시달리고 늘 남자들이 무서웠습니다. 

그러다 내가 연애를 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 생각해서 만났던 남친은 바람을 폈고 그게 제탓이라 했죠. 저를 모욕한 그를 단호하게 끊어낸 저는 어느새 성질 더럽고 대가 센 여자가 되었더라고요. 이제 저는 남자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요령과 배짱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연애는 얼마 못가 남친의 오해를 받고 끝났어요. 그리고, 취준생인 지금 연상의 남친을 만났죠. 

지금 남친은 아주 평범하고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제 삶을 밝히면 그가 충격받을까 걱정입니다. 물론 상대에게 제 상처의 치유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위로받고 싶어요. 그도 저에게 막말을 하고 도망갈까 걱정되어요. 

저는 이제 사랑이 무서워요. 이 사람을 믿고 또 한번 누군가를 좋아하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V님, 엘입니다. 

구원은 셀프입니다. 상담은 상담사에게. 내 맘의 치유는 자신의 의지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해결해나가시면 됩니다. 연애는 V님 삶의 하위요소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남친에게 위로와 위안 같은 건 네버네버네버 바라지 마세요. 특히나, 성폭력 경험이나 지나간 과거의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절대로. 누구나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허덕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라 해도 제대로 위로하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 드물어요. V님이 무슨 일을 겪었든 지금 웃고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일이죠. 그 뒤에 감추어진 아픔은 V님이 스스로 치유해야 합니다. 누군가 손 잡아주고 다독여주면 물론 좀더 힘낼 수 있겠죠.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못하는 일을 왜 타인에게 맡겨보려 하나요. 나조차도 다 감당 안되는 무게인데. 

V님. 사랑은 힘이 없어요. 사랑은 V님이 선택하는 여러가지 삶의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사랑은 V님이 합니다. 사랑이 V님을 구원하지 않아요. 미묘한 차이 아시겠나요?

사람은 믿을 수 없어요. 그저 자신만 믿어요. V님이 스스로 행복하고 괜찮으면, 그 때에는 타인을 믿어도 됩니다. 그것도 조심스럽게 천천히 차근차근 내가 선택한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가면 되죠. V님의 우주가 정말로 모든 것을 다 껴안게 되고 내 안의 상처를 모두 풀어내게 되면, 그 때는 누구에게 내 상처를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피가 줄줄 흐르고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채로 남한테 다가가면 모두가 어쩔 줄을 몰라한답니다. 그들은 의도치 않게 V님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게 될 거고, V님은 더욱 고통스러울 겁니다.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쯤 있잖아요. 넣어둬 넣어두세요.

특히나, 성폭력 관련하여서는 남자들이 참 이해하기 힘들어해요. 그 원망과 분노와 고통을 자신에게 투사하나 싶어 겁을 내기도 해요. 내가 이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혼란을 겪어요. 무엇을 구원해야 하나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해요. 말실수를 하고 행동이 엇나가고 실수할까 조심스러워져요. 다들 자기 인생도 힘든데 어찌 한 여자의 긴 세월을 이해하고 감당하겠습니까. 

그리고,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개한민국이라. 어떤 성폭력 사건에도 피해자에게 유책을 묻는 토나올 것 같은 전통이 있죠. 내 남자는 안 그럴 것 같습니까. 내 가족은 안 그럴 것 같습니까. 내가 믿는 유일한 사람이 니가 뭔가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 라고 묻을 때는 진짜 심장 찢어집니다. 굳이 그걸 겪으라고 제가 등 떠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내 마음의 상처는 전문가와 상의합시다. 그러라고 있는 전문가들이에요. 

솔직하고 정직한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때로는 적당히 프라이버시 지키세요. 물론, 다 드러내놓고 나는 당당하다 위안하는 것이 가장 편하기는 합니다. 우리 감추는 것 아무 것도 없는 걸로 하자, 라는 약속은 참 달콤하지만. 남들도 다 내 맘 같지는 않답니다. 나를 얼마나 봤다고. 님이 남되고 남이 님되는 건, 점 하나 차이잖아요. 사람 마음 속, 열길 물속보다 깜깜합니다. V님도 마음의 지도 그리라면 막막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평화로운 수면 위에 돌맹이 던지는 일은 피하면 좋아요.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 민감할 수 있는 부분, 괜한 걱정이나 오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감추세요. 그것이 평화로운 연애 오래 하는 요령입니다. 

V님. 

겨우 몇 번 연애 겪었다고 모든 남자, 모든 연애, 다 이렇다 과잉일반화 맙시다. 그리고,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지금까지 당하시면서 너무 힘들었잖아요. 내가 지나치게 혼자만 당한다 생각하면 환경을 바꾸려는 시도도 해보세요. 나에게 무례하거나 존중이 없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NO라고 말하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연습도 하시고요. 무슨 일이 생기면 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하겠다는 의지도 다지시고요.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치료도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직 연애 초기이니만큼 나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상대를 알기 위한 기회도 더욱 많이 가져보시기 바래요. 천천히 가시기를 빌게습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SEXPART1>

<HOW2SEXPART2>



덧글

  • 2013/05/17 20:2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18 20:42 #

    비공개님의 덧글에 대한 심층 처방전은 아니지만, 같은 일을 겪는 분들이 계속 찾아오시니까 비공개님의 케이스에 해당하는 처방전이 올라온 것 같습니다. ^ㅅ^ 저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고백하고 위로받길 원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서 백 배 더 상처 받았어요. 역시 구원은 셀프구나.... 저로서는 몸으로 체득한 진리랍니다. ^ㅅ^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