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2nd prescription_노력해도 제 인생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Z님 : 

일년 동안 20kg가 넘게 살이 찌고, 게임만 하다가 고혈압, 고지혈증, 불면증까지 생겼어요.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친구를 모임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녀는 항상 제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귀고 헤어지죠. 그녀가 저를 선택하지 않아서 제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타인에게 상처주는 것이 싫어서 자기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백하고 차이게 되면 자신을 함부로 다루어서 자포자기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계속 먹고, 계속 담배를 피고, 계속 게임을 하죠. 

성취를 위한 노력 자체가 귀찮습니다.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죠. 왜 통제가 안 되는지 너무 걱정입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Z님, 엘입니다. 

당신이 먹는 모든 칼로리와 게임 비용과 시간은 무슨 돈으로 사나요? 일하지 않아도 살아지니까 변화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부모 탓, 사회 탓, 정치 탓, 우울증 탓, 건강 탓, 남탓 하면서 세상에 마냥 어리광 부리고 싶죠. 성취를 위한 노력은 저도 귀찮습니다. 애쓰고 인내하고 계획하고 약속을 지키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선택하고, 얼마나 귀찮습니까. 정보를 찾아야 하고, 그 중에서 내 기준으로 중요한 걸 골라내고, 이것이 맞나 틀리나 결과를 예상하고,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득인지 실인지,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 정답이지 오답인지 기다려야 하는 일, 얼마나 귀찮습니까.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데, 습관 장착은 얼마나 힘듭니까. 몸을 움직여야 살이 빠지는데, 얼마나 귀찮나요. 게임을 그만 해야 하는데, 현실도피에 게임만큼 간단한게 어딨다고 그걸 관두겠습니까. 머리로는 이게 아닌 걸 아는데, 실천이 어렵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죠. 처방전 백 개 받으면 뭐합니까. 내가 당장 감동해도, 오늘 하루 그냥 눈감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이도 잘 살아집니다. 결국 이 삶, 이런 Z님, 모두 스스로 선택한 거랍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Z님의 선택이죠. 이런 삶으로 인해 Z님은 많은 만족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1. 맘껏 먹는다. 
2. 맘껏 논다. 
3. 맘껏 게을러진다. 
4. 자기주장을 포기해서 관계에서 얻는 것도 잃을 것도 없다. 
5. 맘껏 담배를 핀다. 
5. 나를 거절한 상대만 생각하며, 다른 관계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어때요. 그 때 그 때의 만족만을 위해 달려온 삶이죠. 이것 또한 당신이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이고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죄책감 느끼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단지 살이 찌는 걸 선택하면 날씬한 삶을 살 수 없듯,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것만 아세요. 내가 포기해온 것들이 자신에게 정말로 의미있나 심사숙고하세요. 

예를 들어, 

1.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며 살을 뺀다. 
2. 건강을 챙긴다. 
3. 가끔은 게으름을 이기고 좋은 습관들을 가지려고 노력해본다. 
4. 관계에서 갈등 상황이 오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5.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도모한다. 

라는 변화의 포인트를 선택한다면 당신이 얻게 될 것들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사람마다 의지의 크기는 다릅니다. 자기합리화의 능력 또한 다르죠. 저 같은 경우는 많은 부분에서 인내심이 '제로'입니다. 제가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것이 저에게 재밌고 의미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아주 자주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어야 합니다. 아니면, 이 구역의 게으름뱅이 타이틀을 절대 빼앗기지 않죠. 기분의 업앤다운도 엄청 심했죠. 하지만, 하루종일 군것질을 하거나 하루종일 차를 마시면서 기분을 컨트롤합니다. 저는 의지를 발동하는 경우도 아주 드뭅니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아주 세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죠. 때문에 저는 항상 계획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쉽게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기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고 있습니다.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영화를 보거나 몸에 해로운 것들을 와구와구 먹어대죠. 운동은 싫지만 자기 혐오가 그보다 더 크면 스트레칭도 하고 스쿼트도 합니다. 외출은 너무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정말 피곤하지만, 자신에게 내가 싫어하는 사회활동과 대인관계가 얻는 베너핏을 설득시키기도 합니다. 내가 나를 쓰는 방법은, 살다보면 여러가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조금씩 개선하고 조금씩 칭찬하고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고 조금씩 컨트롤하는 방법을 알아가세요. 첨부터 완벽해지려고 하지 마세요, 제발.   

이전에도 비슷한 처방전 드렸었죠. 

1. 문제를 섞지 말고, 
2. 각각의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3. 실천하고,
4. 자주 목표와 실천사항들을 수정하고, 
5.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세요. 

그리고, 자주자주 자신에게 보상을 주세요. 이런저런 시도가 안 먹히면, 자신의 의지력을 불태우기 위해 한번 완전하게 독립하여 보세요. 먹고 싶어도 돈이 없고, 게임을 하고 싶어도 PC가 없고, 담배를 피고 싶어도 담배 살 돈이 없고, 게으름 부리고 싶어도 당장 월세를 안 내면 쫒겨나서 싫어도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면, 생존을 위해 움직이게 될 겁니다. 저의 20대는 대체로 그랬거든요. 당장 월세 못 내면 쫒겨나니까 고민할 시간도 아플 시간도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더라고요. 생존에 급급한 삶은 전혀 권하고 싶지 않지만, 혼자의 의지로 안 되면 이런 극단적인 실험도 있단 얘기입니다. 

낮은 자존감 따위 중요하지 않아요. 짝사랑하는 여자의 거절 따위 앞으로도 백 번 받을 수도 있습니다. 후회하는 선택들,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그저 조바심을 버려요. 비교열위로 작아지는 소심한 맘 버려요. 과거를 곱씹는 부지런함도 버려요. 잘했니 잘못했니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는 일도 관둬요. 늘 완벽해지려는 마음을 제발 버리세요. 

1. 이것저것 아무거나 일단 해보세요. 
2. 가끔 바보 되는 일 감수하세요. 
3. 가끔 주변인이나 엑스트라가 되는 일도 감수하세요. 
4. 가끔 완전히 낯선 곳에 가서 길도 헤매고 모르는 사람에게 길도 물어보세요. 
5. 우주 정복을 꿈꾸어보세요. 
6. 자신을 컨트롤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세요. 
7. 동호회 활동 한번 해보세요. 
8. 재밌지만 동시에 끊고 싶었던 습관 하나를 버리는 일에 집중해보세요. 
9. 자신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의 종류를 늘리세요. 
10. 자기 주장 연습하세요. 이건 먹고 살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스킬입니다. 

Z님, 덜 노력하고 많이 성취하는 방법을 발견하시면 부디 저에게도 꼬옥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은 효율적이어야 하니까요. 건투를 빕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3/07/08 22:30 #

    게임만큼 좋은 현실도피처가 없죠..
    게임안에서 그렇게 노력했으니 일단 현실은 시궁창이라도 어느정도 클릭했으면 돌아오는 보상이 현실보다 몇배는 빠르니까요...
    저도 게임을 도피처로 삼은적이 있어서.. 약간의 지문에 나오는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게임에서 강해진다고.. 현실은 도리어 더 나약해지기만 하죠.
    게임의 캐릭터들이 하는 노력의 반만큼.. 현실에서 하게 되면... 돌아오는 시간이 현저히 느리더라도.. 좀더 나에게 현실의 나에게 더 보탬이 될껍니다.
    .... 엘님이 너무 좋은말 해주셨네요.
    사람들이 게임을 적당히 하라는걸 너무 늦게 알아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든..30대입니다 ㅠ
    조금더 일찍 내가 목표를 만들고 좀더 엉덩이를 컴터앞에서 때고 움직였으면 ㅠㅠ 지금 내가 고민하는것과 달리 다른 삶을 살았을텐데... 다른사람들과 같이 빨간날. 주말 다 쉬면서 일하는 직장을 얻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가득한 나날을 나중에 보내지마시고.. 얼릉 게임부터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줄이시길 바래요..
    정말... 해야 될때 안한 사람의 훗날은 얼마나 힘든지 ㅠㅠ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 2013/07/09 18:14 #

    게임은 다 좋은데 내 현실의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서... 저도 가끔 핸드폰 게임은 합니다만. 혼자 하는 숨은그림 찾기나 퍼즐 게임 같은 것. -ㅅ-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가끔 즐기는 게임도 시간을 생각하면 넘 아깝다 생각 되어서 지울까 생각하다가. 뭐. 그래요. 저는. 어허허허.

    여튼 지금이라도 게임을 끊을 수 있다면 다행이죠. 평균 수명이 늘어서 다행입니다. >ㅅ<?!

  • 미자씨 2013/07/08 22:57 #

    일단 은행가셔서 금융상품 한번 알아보시고 작은 걸로 시작해보시라능... 만원짜리 적금만 들어도 신용도에 도움된대요
  • 2013/07/09 18:12 #

    이열. 멋진 조언. 저도 적금 하나 들어야 할 텐데. ㅠㅅㅠ
  • 2015/11/04 00: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1/04 14: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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