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th prescription_자신 없는 저에게도 먼저 고백을 받고 데이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X님 : 

전 안여돼에 오타쿠에 자존감도 낮고 변화라고는 꿈꾸지도 못했죠. 그런데 어느날 여자후배가 저에게 고백하는 기적이 일어났고, 저는 정신없는 사이에 데이트까지 여러 번 했답니다. 그런데, 제가 고백을 받아들이자 그녀가 오히려 거절하더라고요. 저는 어쩔 수 없다 생각했죠. 

그녀가 정말로 저를 좋아했는지, 제가 정말로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세월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X님, 엘입니다. 

그냥 잊어버립시다. 흐지부지 시작도 전에 소멸하는 애정과 관심과 호감이 얼마나 많은데요. 심지어 사귀자고 해놓고도 꼬리도 없이 사라지는 불량 연애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데이트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 프로포즈를 철회하겠다, 라는 입장이 전혀 이상한 것도 아니죠. 당연히 싫은 사람과는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싫고 불편하죠. 하물며 나랑 계속해서 데이트하며 서로의 접점을 찾았다면 상대의 관심과 애정은 의심하시면 안 됩니다. 나를 만날 만 하니까 만난 거죠. 내가 억지로 만나자고 협박해서 만난 것 아니었잖아요.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과 애정 가지고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세요. 좋아하고 말고에 무슨 자격증이 필요합니까.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상대가 다 좋다면 좋은 겁니다. 다만 좋아하고 사랑하고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만나면서 서로 조율하고 의미 찾아가면 되고요. 

X님이 연습하셔야 할 일은. 

1. 과거의 기적을 더듬는 일을 멈추고요. 
2. 내가 안여돼라서 자신감이 없다면 안여돼를 벗어나는 지향, 내가 되고 싶은 지향을 찾아 목표를 세우고요. 
3. 가능한 변화부터 차근차근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추구하시면 됩니다. 

외모, 성격, 스타일, 화술, 인간관계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인정하기 위해서 어떤어떤 것이 부족하더라는 생각이 든다면,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보세요. 어제보다 오늘 나를 1g만 더 좋아할 수 있어도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에요. 어제 나를 3g쯤 미워하였더라도 오늘부터 더 많이 나를 사랑할 수 있으면 당신은 위너에요. 누구나 자신을 좋아했다 미워했다 자책했다 사랑했다 방치했다 하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저도 그런 걸요. X님도 그렇잖아요.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나를 미워하고 자책하는 시간보다 더 커지도록 노력하면 될 일입니다. 어차피 순정 100%의 자기애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X님이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전보다 거울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자신과의 대화를 즐기고, 더 많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대접하고, 더 많이 자신을 격려하고 인정하고 칭찬한다면, 그 다음에는 타인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관계를 누릴 바탕이 만들어집니다 .

이게 막 시간이 100시간 걸리고 완성도를 100% 채워야 하는 그런 미션 아니랍니다. 좀 부족하고 좀 엉성하고 좀 허둥대고 좀 모자라도 괜찮아요. 이 정도도 나쁜 건 아니야. 괜찮아. 자신에게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말하는 일이 중요하답니다. 지금의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관계를 추구하면 될 일입니다. 

X님. 

인간관계에서 좀더 여유가 생기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관찰력을 기르시고, 닮고 싶은 타인의 말과 행동들을 따라해보시고,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해보시고, 자기표현을 연습하세요. 자신을 다그치지 말고 차근차근 나이를 먹어가자고요. 

그리고,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누가 나 좋다 하면 일단 감사하다 하세요. 그리고, 데이트를 하세요. 데이트하면서 상대와 눈을 많이 마주치고 공통점을 찾아내고 앞으로 서로 무엇을 같이 하면 즐거울지 함께 고민하세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상대를 알기 위해 질문을 많이 하세요. 서로 간에 친밀함이 조금씩 쌓이고 인간적인 신뢰가 생긴다면, 그 때는 나도 너와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대답을 하세요. 만날수록 네가 더 좋아지고 더 알고 싶어진다고, 우리 좋은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요. 간접적인 방식 말고,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확실한 제안을 하시라고요. 그것이 먼저 마음을 오픈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열 번을 만나고도 고작 "나도 좋은 것 같아." 라고 미적지근하다면 듣는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죠. 

물론, 데이트를 반복해도 서로 간 거리감이 안 좁혀지고 공통점도 발견하지 못했고 재미도 없고 케미도 없다면, 늦지 않게 정중히 거절하면 됩니다.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이죠. "넌 좋은 사람인데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빌어." 라고요. 

닥터엘 연애상담소도 돌아보면 참 오랫동안 버텨왔죠. 한 청춘이 입대하고 전역할 때까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이제는 좀더 남자답게 인생의 주인공으로 삶을 만끽하자고요. 한껏 용감해지세요. 









덧글

  • 지크 2013/08/14 15:05 #

    전역신고는 여자친구 사겨서 햄볶을 때 하면 되겠군요 모두 화이팅~
  • 2013/08/15 17:14 #

    화이팅!!!!!!! ^ㅁ^///// 저도 햄볶아보고 싶네요.
  • 2013/08/15 01: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15 17:33 #

    어머나. 진짜 백년 만에 다시 상담 신청하셨군요. 당시 상담 보니까, 나 너무 해맑다... 으흐흐흐 부끄럽다... 지금의 나는 정말로 흑화하고 말았어... 우흐흐흐...

    그리고, 연애라는 걸, 여자라는 걸 넘 특별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일단 친구라도. 일단 지인 사이라도. 일단 데이트 비스무레 시작이라도. 차근차근 도전하자고요. 그리고, 말 잘 못하는 건 원래 다 그래요. 연습이 필요해요. 연습량이 어느 정도 되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간극이 별로 없어져요. 저도 상담이나 강연할 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건 괜찮은데,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면 조용해질 때도 많아요. 별로 입을 열고 싶어지지가 않을 땐 그냥 조용한 사람 역할을 하죠. 뭐 어때요. 어릴 때 어딜 가나 꺄하하하하 혼자서 재잘재잘 했는데, 늙을수록 캐릭터도 변하더라고요???

    케미는... 캐미컬 이펙트. 화학작용의 준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분위기나 상성이 맞는 정도를 말해요. ^ㅅ^


  • 비나비 2013/08/15 23:43 #

    고백을 받아들였더니 그쪽에서 거절했다니 대체 이게 뭐하는 상황인지...상상이 안되네요;;
  • 2013/08/16 15:14 #

    a : 좋아해
    b : ... 그래 일단 데이트 해보자

    (시간이 흐른 뒤)

    b : 나도 너 좋은 거 같은데...
    a : 다시 생각해보니 난 아닌 것 같아. 미안.

    이런 상황이에요. ㅠㅅㅠ
  • 녹두 2013/08/16 20:36 #

    저의 최근 연애 두번이 생각나네요...
    바로 이전 연애를 제외 하고서는
    고백을 받았고, 저도 그 시점에서 일정 이상 호감이 있었기에
    수락하고 고백을해서 사귀었습니다.

    그러나 데이트 몇번, 그리고 어느정도 지나자
    저와 헤어지길 원하더군요.

    처음에는 헤어지고 난뒤에 정말 힘들었지만
    두번째에는 담담해져서 그냥 저냥 지내고 있습니다.

    그후엔 완전히 연애라는거에 학을 떼버려서 연애를 생각도 안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버릴수 없어서 다시 해보았다가 실패 했네요.
  • 2013/08/17 15:28 #

    연애에 넘 기대치를 높게 가지지 마시고. 또 도전해보세요. 제 연애 히스토리는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 실패랍니다. 그게 정상이에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