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1st prescription_잘 지내왔는데 느닷없이 잠수타더니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N님 : 

연애하며 그럭저럭 잘 지냈다 생각했는데, 며칠 전 아프다더니 연락이 없고 제 연락도 안 받습니다. 그러다 어렵게 통화가 되었는데 제가 싫어졌고 연애가 피곤하다고 합니다. 제가 계속 잡으니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제 전화는 수신거부가 되었죠. 

그녀가 왜 이러는 걸까요.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N님, 엘입니다. 

많은 연애인들이 연애에 대한 기대와 환상 때문에, 덜컥 연애를 시작합니다. 기대할 수 밖에 없죠. 당신은 평생동안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 꾸준히 세뇌받고 자랐거든요. 사랑사랑,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인생에 무슨 대단한 의미가 생기겠습니까. 영화 같은 사랑, 드라마 같은 사랑, 소설 같은 사랑이 아니면, 나라는 평범한 인간이 스페셜해질 방법이 없잖아요. (물론, 당신이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인생에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지 아시겠지만!)

그래서, 덜컥 연애를 시작하죠. 자의든 타의든, 연애가 시작되면 상호적 관계입니다. 하지만, 여자는 여자라서 남자가 뭔가 리드해주길 바라고, 남자는 남자라서 여자가 자신에게 뭔가 의미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쉽게 말해, 연애는 자신이 인간관계의 주체라는 걸 가장 망각하기 쉬운 사회활동입니다. 왜냐하면, 연애니까. 

사람들은 생각하죠. 연애하자. 내가 연애인이 되면 그 안에 드라마와 감동과 짜릿한 희로애락과 삶의 의미가 있겠지. 하지만, 내가 연애를 하지 않을 때, 드라마와 감동과 짜릿한 희로애락과 삶의 의미가 있었나 생각해봐요. 만약 당신이 연애인이 아닐 때도 인생이 그러하였다면, 당신의 연애는 더욱 스페셜해질 겁니다. 삶을 누리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 되죠. 하지만, 당신이 연애인이 아닐 때, 인생이 도무지 어디서 정 붙이고 의미 두고 살아야 할 지 막막했다면, 연애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그 연애도 당신이 하는 사회활동이에요. 내가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고 의미로운 사람이어야, 당신의 연애도 그럴 수 있잖아요. 

연애는 인생의 마스터키가 아니죠. 연애 시작한다고 짜잔 모든 시스템이 최적화되고 저절로 업그레이드되고 내가 필요한 앱들이 저절로 쫙 깔릴까요. 아니잖아요. 

연애는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부가적인 인간관계이고 사회활동입니다. 시간과 비용과 체력을 쓰기 때문에 피곤해요. 베너핏이 없으면 의미없는 감정노동이 됩니다. 재미가 없으면, 소소한 즐거움과 가끔의 감동과 드라마와 자기애의 성장과 발전이 없으면, 관두는 게 맞습니다. 

그냥저냥한 연애, 고만고만한 연애, 심심해서, 징검다리라서, 보험이라서 하는 연애도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만족하면 괜찮아요. 하지만, 이런 연애 왜 하는지 모르겠고 하나마나 하다는 생각이 들면, 괜히 짜증나고 그동안의 비용이 아깝고 억울하고 다 때려치고 싶어집니다. 연애의 정답은 내가 주체가 되어 같이 찾아나가는 건데, 상대방을 탓하면 젤 속편하죠. 상대와 나누어야 할 언어가 없고, 의미가 없는 것이 상대방의 탓만은 아닌데도, 연애라는 시스템을 잘못 구축한 자신을 돌아볼 생각을 못하고, 매너없이 며칠 잠수타다 자신의 현실에서 도망치죠. 

그걸 또 온갖 연애처세서에서는 여자 맘이 원래 이런 거다, 남자란 원래 그렇다, 달래고 얼러서 니가 잘 해결해봐라, 라고 가르칩니다. 하이고, 뭘 또 새삼 배워야 합니까. 여태껏 내가 숨만 쉬며 살아왔다고 사회생활, 인간관계 안 했나요? 애초에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삶을 누리는 철학을 가르쳐주었다면, 우리가 연애 따위에 휘둘리고 살았겠어요. 

N님. 

내가 연애 왜 했나, 그녀는 연애 왜 했나, 우리가 말은 통했나, 우리는 연애하며 각자 어떤 베너핏들이 있었나, 그것들이 각자 삶의 피곤을 대체할 만큼이었나 잘 생각해봐요. 그리고, 그녀와 마지막 대화 나눌 수 있나 고민해보세요. 헤어지자, 하면 당장 달려가야죠. 내가 그녀가 필요하고 그만큼 원하면, 내 행복과 비젼과 에너지가 이만큼인데 미처 다 못 꺼냈다 같이 누리자 제안도 할 수 있어야 상대가 혹하죠. 내가 욕심나는 만큼 적극적이어야 맞지 않나요. 왜 처분만 기다리는 을이 되어야 하나요. 그녀가 돌아올까요? 애초에 내것이었던 적 없는데 어디로 돌아오나요. 

생각하고 정리하고 행동하자고요. 

그럼, 행운을 빌게요. 










덧글

  • 미자씨 2014/04/13 13:33 #

    잘 지내오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요?
    여자분 입장에서는 뭔가 참고 견디다 못해 이젠 개선할 에너지도 바닥났다일 수도...
  • 2014/04/13 14:38 #

    그럴 수도 있고요. 서로 자기 표현 못하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고요. 연애관 자체가 튼실하지 못해 일단 off 하고 싶은 심리일 수도 있고요.
  • 녹두 2014/04/13 14:05 #

    왜 그런지는 몰라도 돌아올 가능성은 없네요...
  • 2014/04/13 14:40 #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죠. 앞으로의 시간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미래는 영영 각자의 몫이 될 듯 ㅠㅠ 한 때는 연인이었던 사이인데, 남보다 가까웠던 사이인데 왜 때문에 연락 차단을 할까요. 이별은 좋은데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 최소한의 설명은 해주면 좋을 듯. 되도록 좋게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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