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th prescription_결혼까지 말하던 남자, 이젠 어느새 연락도 없네요.

T님 : 

친구처럼 시작해 연인이 된 동갑내기 커플입니다. 그가 연애를 쉽게 결정하는 경향성이 있는 걸 알았지만, 저에게만은 다르다 설득당해 교제를 시작했죠. 얼른 결혼하자던 그가 사회생활을 하더니 몇년 뒤에 준비 좀 하고 하자고 말이 바뀌었죠. 

그러다 점점 연락이 뜸해지고 좋게 합의보려고 했던 최소한의 규칙들도 깨지기 시작했죠. 어느날 보니 먼저 말 거는 사람은 오직 저더라고요. 한번 기다려봤더니 아무 이유도 없이 세월이 그냥 가네요. 원래도 갈등이 생기면 그가 연락을 끊고 잠수타고 그랬는데, 그동안 제가 너무 참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정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이별을 유예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T님, 엘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상대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감내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오셨는지, 그간의 고통과 눈물이 눈에 보일 듯 선합니다. 연애가 시작될 때의 불안함과 망설임을 떠올리면, 분명히 심사숙고한 결정인 것 같지만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최초에 T님이 불안해했던 그 모든 포인트들, 이제는 나에게 현실로 닥쳤다는 걸 아시겠지요. 

그는 도피적 성격, 회피적 성격이죠. 

상대가 나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고, 피곤하다는 말로 연락을 피하게 된다면, 이미 그 관계를 마법처럼 지배하던 사랑은 유효기간이 다 되었다고 보셔야 해요. 롱디라서 헤어지는 게 아니고, 권태기라 헤어지는 게 아니고,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헤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그저 안 사랑하니까, 서로가 필요없어진 겁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찰나의 지속입니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죠. 연애는 서로 사랑하여 보자, 는 (암묵적인) 약속일 뿐이므로, 감정이나 느낌, 공통의 목표가 사라지면 언제라도 깨어질 수 있습니다. 연애뿐이겠습니까. 결혼 또한 공통의 의미가 사라졌는데도, 애착 외의 다른 베너핏을 위해 유지되기도 하죠. 

연애는 결혼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책임이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중간에 유야무야 도망치기도 쉽습니다. 상대가 사람과의 인연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하는 부분은, 그래서 중요하죠. 만약 그가 이전의 연애도 비슷한 방식으로 끝낸 전력이 있다면, 나에게만큼은 다를 거라 어떻게 확신하겠습니까. 

연애하며, 내가 뭔가를 참고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건 위험신호입니다. 내가 자기 표현이 안 되는가. 상대가 날 존중하지 않나. 서로간 공통의 목표가 사라졌나. 공통 화제가 사라졌나. 기분이 우울한가. 애착이 단절되었나. 행복한 미래가 상상되지 않나. 요모조모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세요. 연애한다고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지만, 연애하고 있기 때문에 불행하다면 그 연애는 분명 건강하지 못한 관계죠. 문제나 갈등이 있으면 해결하면서 살면 됩니다. 하지만, 문제나 갈등 이전에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각이나 의미나 목적이 다르다면, 굳이 문제나 갈등을 고치느라 감수하는 시간낭비는 무의미합니다. 

우리 사이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이 있나 따져보세요. 그리고, 만나서든, 전화나 이메일이든 충분히 전달한 다음에 이별을 결정하세요. 

이별은 상대가 결정하는 게 아니랍니다. 이별은 언제나 내가 인정할 때 이별입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 인간관계의 결정권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잘 수습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소개팅 서바이벌>

<HOW2LUV: 파티 서바이벌>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덧글

  • 행복한맑음 2014/05/26 11:53 #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2004)을 추천합니다. 이거 보고 정신 차리면 좋은 남편감이고 별로 달라진 거 없으면...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처음 만나던 그 설레임을 잊지 않기를. 저도 요즘 아내랑 좀 다퉈서 뚱했는데 반성해야겠습니다 ㅠㅜ)
  • 2014/05/26 13:28 #

    연애에도 초심이 필요하죠. 초심을 잃으면 점점 다 잃어가게 됩니다. 정치인들도 연예인들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잖아요. 그런데, 다들 연애 권력에서 얻는 것이 많아지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감사를 잃어가죠. ^ㅅ^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알면, 상대방에게 함부로 못할 텐데 말입니다. ㅠㅅㅠ
  • 2014/05/26 17:2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5/26 19:06 #

    .... 죄책감이 없길 바랬나봐요. 오해가 있었다면 편지라도 쓰면 돼죠. 정말 할 말 있다면, 왜 못 전합니까. 뭘 꼭 다시 만납니까. 다시 만나지 말고 쭉 만나면 되지. ㅠㅅㅠ

    아효, 흐지부지 사라지는 남자들. 정말 엉덩이를 뻥! 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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