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8th prescription_제 외모 경쟁력이 떨어져서 연애가 힘든 걸까요?

E님 :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또래집단에 들어갈 때마다 개성 강한 외모 때문에 주목을 받아왔어요. 전역 후에는 주변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얼굴에 대한 얘기는 안 듣게 되었죠. 드디어 평범해진 겁니다. 

이성과는 썸을 타다가도 금방 연락두절이 됩니다. 썸녀들의 프사에는 하나같이 훈남들이 옆에 있어요. 그걸 보면 전 얼굴 때문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요. 주변에 인성은 별로인데 잘생긴 외모로 언제나 인기쟁인 친구가 있어요. 전 옆에서 늘 비교열위로 고통받죠. 

성형을 받기는 싫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님, 엘입니다. 

공장식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 순종적인 당신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E님과 E님의 외모를 평가하는 그들의 뇌에는, 태어나며 살아온 날만큼 세뇌된 정형화된 미의 기준이 있죠. 그걸 누가 만들었나요. E님은 아니고, E님을 욕하는 그들이 만든 것도 아닙니다. 

미디어가 만든 겁니다. 공장식 미를 추구하는 산업이 만든 겁니다. 의료산업, 미용산업, 패션의류산업군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느라 혈안이 된 대중들이 먹여살리죠. 

공장이 아닌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당신들이 세뇌된 미적 기준에 비추어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요. 

어랏, 나는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못 생겼죠. 당연히 소비가 일어납니다. 소비하기 위해 노동합니다. 노동하기 위해 순화된 교육을 거칩니다. 사회는 잘 돌아가겠죠. 그리고, 아름다움의 완성도를 추구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죠. 지속적인 세뇌는 계속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은 늙어갑니다. 동안을 찬양합니다. 굿 바디를 찬양합니다. 자기관리 없이 늙어가는 사람들에게 게으르다, 성실하지 못하다는 딱지를 붙입니다. 노화는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인데, 노화 또한 산업의 일환이 됩니다. 

SNS는 점점 발달합니다. 사람들은 불특정다수에 보여주기 위해 자꾸만 자신의 개인사를 업로드합니다. 자신의 행복과 미모를 자랑합니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자랑합니다. 누구나 타인을 욕할 권리가 있는 듯 행동합니다. 욕합니다. 평가합니다. 욕을 먹습니다. 평가를 받습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죽고 살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가끔 계정을 없애고 도망칩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엿보는 일을 멈추지 못합니다. 자신의 열등감과 불행감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끝없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인터넷을 붙잡고 삽니다. 

E님. 

저는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아이랍니다. 그래서, 핸드폰이 없던 시절, 컴퓨터가 없던 시절,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알고 있습니다. 집전화로도 얼마든지 사람 만날 수 있어요. 학교 앞 게시판에 붙인 쪽지만으로도 얼마든지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알았어요. 누구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건너건너 다 들을 수 있었어요. 멀리 있는 친구에게는 전화도 하지만 편지도 썼어요. 소식을 주고 받는데, 며칠이 걸렸지만 그동안 내내 설렜어요. 약속은 언제나 소중했죠. 

그리고, 우리는 모두 촌스러웠어요. 기를 쓰고 명품 가방을 들지 않았어요. 유행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촌스러웠다며 웃을 수 있었죠.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예뻤어요. 못 생겨도 못 생겼다 욕하지 않았어요. 지금보다 몸무게는 훨씬 더 많이 나갔지만 서로를 욕하거나 기죽지 않았어요. 쌍꺼풀 수술은 했죠. 하지만, 홑꺼풀 눈도 예쁘다 했어요. 여기저기 성형외과 광고가 도배되어 있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다이어트 약 광고 정도였지만, 뭐, 그 정도야 뭐.

그 때도 비교비교 전문가들은 많이 있었죠. 잘 난 인간이 있고, 못 난 인간이 있고. 하지만, 내가 이게 못 났으면 저게 잘 났을 수도 있고. 쟤는 저게 못 났지만, 이게 잘 났구나, 다 다르구나 할 줄 알았죠. 결정적으로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었거든요. 뭘 전문적으로 구체적으로 비교를 할래도 할 수가 있었어야지!
 
하지만, E님이 태어나보니 이미 모두가 모두를 향한 무한비교가 가능한 시대였죠.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교비교 전문가가 아닌 방식으로도 잘 살았던 과거를 기억하는 제가, 무한비교를 강요당하는 시대에 태어난 E님에게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1. 타인이 나를 욕할 때 "왜, 날 뭐, 어쩌라고?" 라고 당당히 대응하며 "니 얼굴 완성도나 걱정하시지." 라고 받아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관심은 고마운데, 평가는 사양한다. 내 얼굴이니까 상관하지 마." 라고 하세요. 애초에 아름답다, 예쁘다, 귀엽다, 섹시하다, 라고 긍정적인 칭찬은 얼마든지 해도 괜찮아요. 칭찬 공격!은 원활한 사회생활의 기본이잖아요. 하지만, 타인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그냥 꿀꺽 삼키는 게 매너입니다. 그걸 입 밖에 내는 인간의 인격이 저렴한 겁니다. 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저러는 걸까 안쓰럽게 생각해보세요. 

2. 자신의 스타일을 찾으세요. 내가 흔남이라고 겸손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에 아는 분 중에 머리의 크기가 헬맷 쓴 것처럼 큰 분이 계셨는데요. 사람들이 보면 보통 깜짝 놀라는데, 그 분은 조금만 친해지면 "아, 이제 헬맷 벗어야지." 하며 헬맷을 벗는 시늉을 하며 주변을 웃겨대셨죠. 얼마나 유쾌하고 당당한 지 우리는 모두 그 분을 너무나 좋아했답니다. 그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다 잊어버렸지만, 유독 그 분만은 좋은 이미지로 제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외모의 약점이나 결점은 자신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장점이 되고 스페셜티가 되고 개성이 됩니다. 

예전에는 이목구비만 따졌지만, 요새는 피지컬에 비율에 목소리에 얼굴 크기에 따지는 것도 많죠. 그거 일일이 다 따지면 언제 완성도 이룩하나요. 요새 제가 새로 학습한 포인트는, 여자들은 골반 혹은 고관절과 허리 비율이라든지. 남자들은 어깨 너비라든지. 별별 것들이 다 비교와 평가의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뭘 그리 세세하게들 따지시는지. 

그러지 마시고,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세요. 흔남이 되느냐 훈남이 되느냐 따지지 말고, 어떤 옷이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하고, 어떤 헤어스타일과 어떤 구두가 어떤 액서사리가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지 찾아보세요. 

전 옷을 입을 때 바쁠 때는 빨래 되어 있는 옷을 입고, 슈퍼 갈 때는 편한 옷을 입고, 파티를 갈 때는 나를 돋보이게 하는 옷을 입어요.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죠. 메이크업도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고 실험을 해보죠.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끼얹는 건 애티튜드입니다. 내가 생고기 드레스나 개구리 드레스를 입어도 당당한 애티튜드면 예술이 됩니다. 

제가 남자들을 볼 때 1번은 위생 정도, 2번은 담배냄새 안 날 것, 3번은 어깨와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있는가, 4. 아이컨텍과 미소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1번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E님이 무엇을 채울 것인가 고민해보세요. 

3. SNS 끊으세요. 그놈의 프사 검색 좀 관두세요. SNS 없어도 잘 살 수 있어요. 저도 계정들은 있지만, 연연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어떤 계정도 언팔할 수 있죠. 계정 없애기 싫으면 언팔 하세요. 그것도 싫으면 새 계정 만들어서 다른 네트워크로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노력하여 보세요. 

4. 새 친구를 만드세요. 왜 때문에 나를 비교열위에 빠뜨리는 사람과 절친하나요. 새로운 네트워크를 하루라도 빨리 개발해야 합니다. 새로운 취미나 새로운 목표, 새로운 컨셉으로 새로운 동호회, 동아리, 학원 찾아보세요. 내 열등감을 자극하는 그 친구보다 더 친한 친구를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5. 거울 보고 미소 짓는 연습 하세요. 우아하게 화내는 모습 연습 하세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내 외모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우아하게 화낼 줄 아는 사람 되세요. 

E님, 부디 도움이 되시길 바라고요. 

그리고, 연애와 외모는 그다지 관련이 없습니다. 물론, 외모는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약간의 포인트는 됩니다만. 그래봤자, 금방 밑천 드러나는 게 사람의 인격이랍니다. 외모를 안 본다는 말은, 니 외모가 별로다, 라는 뜻이 아니라. 나는 사람의 외모 외에 중요한 가치가 얼마든지 있는 걸 아는 사람이다, 라는 뜻이에요. 조금은 잘난 척 하는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외모를 보지만 그건 눈이 즐거우려고 보는 거고, 막상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외모보다 인성이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외모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취향은 있을 지 몰라도, 그것만으로 사랑이 결정되지는 않는답니다. 제 주변의 결혼하신 3040 언니오빠들 보면 진짜 놀라울 정도로 오빠들이 각자의 별에 온 개성 강한 외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외모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막막 능력있고 재산이 있나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나를 더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의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타인을 대하는 애티튜드에서 녹아나옵니다. 그걸 보고 안 반하는 사람 드물답니다. 나만의 매력과 분위기를 가질 수 있도록, 오늘부터 고민해보세요. 









덧글

  • ranigud 2014/07/18 07:44 #

    1번 3번 정말 중요합니다. 4번은 야아아아악간 케바케인데, 왜냐면 제가 사람하고 눈을 못 마주치거든요. 뭔가 나에게 감정이 있나? 나하고 한판 붙을라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동물... 세계에서는 눈을 마주친다는 건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거라서...(....)
    눈을 마주치기보다 눈 조금 아래쪽을 보면 좀 자신이 생길거에요. 가슴펴고 당당해지면 정말로 외모가 점차 바뀌어요. 20년전 옛날 찌질했던 유재석씨와, 지금의 유재석씨만 비교해봐도... 크게 달라진 건 없고 여전히 객관적으로는 못생겼지만 다들 좋아하잖아요.
  • 2014/07/18 19:48 #

    음. 4번의 경우는, 눈싸움하듯 눈을 부릅 뜨는 게 아니고. 미소 지으며 상냥하게 눈을 마주본다, 는 느낌이랄까요. 표정없는 아이컨텍은 싸우자는 거죠. 웃고 있는 눈으로 아이컨텍 한다는 뜻.

    음, 유재석씨 전후 비교는 흥미롭네요. 연예인들은 정말 많이들 바뀌시죠. 성형 때문도 있지만 스타일이나 말투, 애티튜드도 굉장히 많이 바뀌시고, 그게 또 기록물로 남으니, 참고할 만 해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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