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8th prescription_순탄하지 못했던 연애가 끝났는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어요.

O님 :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며 청춘을 보내는 20대 커플이었습니다. 전 불안했는데 남친은 느긋해보였고, 그게 늘 맘에 걸렸어요. 결국 헤어지며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노력하겠다 하더군요. 

그가 오랫동안 잠수를 탄 적이 있어요. 이별을 준비하는 이별연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는 제가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길 원했고, 전 현실에 안주하는 그가 답답했죠. 제가 더 참아주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요. 죄책감이 들어요.  

이별을 통보받은 건 저인데 왜 미안한 마음이 들까요. 마지막에라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것도 맘에 걸리죠. 이제 그를 잡는다면 의미가 없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O님, 엘입니다. 

넌 날 이해 못해.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지. 넌 내 감정은 생각도 못하냐. 넌 항상 니가 정한 것만 중요하지. 나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잖아.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말로만 내 생각한다 하고, 니가 진짜 내 생각 해 준 적이 있기나 있어? 넌 니가 이 세상에서 젤 중요하지?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그동안 나도 못한 말 많아. 

보통 그렇더라고요. 힘들다며, 참았다며, 할만큼 했다며, 내 탓을 하며 사라져가죠. 하지만, 내가 정말로 나쁜 아이라서 상대의 말을 무시하고 못 들었던 걸까요? 내가 정말로 그렇게 인내심과 포용력이 모자랐던 걸까요? 우리의 소통은 계속해서 실패할 운명이었던 걸까요? 

왜 죄책감이 들어요. 내 탓만 하기 전에, 객관적으로 상황을 봅시다. 분명히 O님은 만족스럽지 못한 연애를 개선하고자 고민을 거듭했을 겁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하고, 상대는 잘 변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는 결국 잠수를 탔고, 도망을 쳤고, O님을 탓했습니다. 

이별이 찾아온 게 O님만의 탓일까요? 

연애해도 외롭고 행복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고민을 합니다. 1.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 2. 상대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 하지만, 세번째 진짜 고민은 대부분 놓치고 있죠. 

3. 나에게 연애가 무엇인가. 우리에게 연애는 무슨 의미인가. 연애의 목적은 무엇인가. 

3번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 일상의 일부분이고 내 인간관계의 하나일 뿐인 연애가 흔들립니다. 흔들릴 밖에요. 내가 감당을 못하는데. 내가 기준을 못 잡는데. 나를 탓하거나 상대를 탓해도, 내가 똑바로 설 수 없다면, 해결은 요원합니다. 노력하겠다, 라는 말에는 실체가 없습니다. 변화의 목표지점을 명확히 알고, 액션플랜을 짜고, 하루하루 격려하고 점검해야, 두 사람 모두가 원하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죠.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감정은 흔들리기 쉽고, 노력은 어렵기 마련이고,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은 애매합니다. 관계는 나아지는 듯 하다가, 금방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바꿀 것인가. 그것이 합의되지 않는 채, 문제들과 뒹굴다가 관계가 끝나요. 그것이 모두가 겪는 연애 노동의 실체죠. 

O님은, 그는, 왜 연애관계를 유지하였나요. 

자기표현 능력은 어떠하였나요. 서로 간 존중과 예의의 태도는 어떠하였나요. 연애는 얼마만큼의 행복을 함유하고 있었나요. 현재를 누리는 것보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급급한 삶, 그 안에서 연애가 늘 찾고 싶은 휴식처이자 에너지 충전소였나요. 아니, 두 사람이 연인이 아니라 친구 사이였다면 어느 정도 만족하는 공동체였나요. 

연애가 지지부진한 다툼과 갈등으로 채워지는 동안. 보통은 이렇죠. 문제와 함께 뒹굴며 상호의존이 점점 커져가요. 변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죠.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을 때는, 상대의 문제가 내 행복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자신의 삶을 감당하지 못한다 생각하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지배하고 조종하고 싶어지죠. 어쩌면, 연애 관계는 사랑한다는 감각과는 무관한, 지배-피지배의 관계가 번갈아가며 반복되는 파워게임인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양육자와 수없이 반복해왔던, 복종과 반항의 전쟁. 만약, 연애가 이 관계를 닮아있다면, 두 사람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연애에서 모든 욕심과 애욕을 포기하고 한발짝 물러서보는 일이죠. 

그리고, 혼자가 되어서 냉정하게 관계를 근본부터 따져보아야요. 우리가 어떻게 시작되었던가, 어떤 약속으로 맺어졌던가, 그 딴 건 머리속에서 지우세요. 계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약속을 잘 지키는 멋진 연애인들은 매우 드물어요. 내가 그만큼 인격적으로 완성되어 있다면, 상대에게도 그걸 따져도 되겠지만. 아마도, 우리들은 대부분 자신과의 약속도 수없이 깨는 나약한 꼬꼬마들일 걸요. 

O님. 

죄책감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일단 그가 먼저 이 관계에서 도망쳤다면 다행입니다. 당신에게도 드디어 관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진짜 인연이면 언제라도 이 관계를 되돌릴 수 있겠죠. 하지만, 내가 연애의 비젼을 발견하지 못하면, 되돌리는 것조차 청춘의 낭비잖아요. 한번 한 청춘 낭비를 같은 사람과 또 반복할 이유가 있을까요. 

좋았던 순간만 돌아보면 어디로도 걸어갈 수 없어요. 심사숙고하시고, 내 연애의 대차대조표를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내 정답을 갖고 다음 선택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덧글

  • ranigud 2014/09/14 13:24 #

    서로 그냥 안맞았던 것에 대해 사람들은 죄책감을 가지더라구요.
    이해하고 납득해 보라고 하면 그냥 아무 말 안하고 참기만 하고...
  • 2014/09/14 15:16 #

    다들 넘 착하게 자라서 그런 것 같아요. 내 탓 말고 남 탓도 할 줄 알고 그래야 하는데.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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