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2nd prescription_결혼식장에서 내 옆에 설 남친 모습이 창피할 것 같아요.

S님 : 

저는 그를 사랑하고 결혼을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의 외모 때문에 결혼은 망설여지네요. 그는 제가 다른 남자들을 만날 동안 계속 기다려주었죠. 그래서 저는 결국 그에게 정착하기로 했어요. 

그는 키가 작고 패션 센스가 꽝인데다 가끔 면도도 하지 않아 지저분해요. 그래서, 남들에게 비밀로 연애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인공인 결혼식에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 부끄럽고 낯뜨거워요. 창피하죠. 

그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1. 그가 상처받을까봐 2. 말해도 절대 고치지 않을 테니까, 3. 나도 꾸미는 건 귀찮은데 내가 말할 자격이 없다 생각해서 관두었습니다. 

제가 그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포기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잘 되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제가 어떻게 마음을 먹는 게 좋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S님, 엘입니다. 

연애와 결혼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어린 소녀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연애의 목적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듯 결혼의 목적 또한 십인십색, 백인백색입니다. 사랑으로 포장한 결혼이라는 제도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는, 아침 드라마 한 편만 봐도 수두룩하게 쏟아지지 않나요. 인터넷 커뮤니티 한군데만 들어가도 결혼의 허상 뒤에 고통받는 인구가 후덜덜하죠. 내 남편은 그럴 줄 몰랐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이렇더라, 혹은, 반대로, 내 아내가 그럴 줄 몰랐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후회된다는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사랑에 울고 사랑에 속고. 우리는 다를 줄 알았지, 나는 아닐 줄 알았지. 정말 몰라서 울고불고 하게 되는 걸까요. 한톨 의심도 없이 믿었는데 이렇게 된 걸까요. 아니에요. 우리는 누구나 현실을 버젓이 눈 뜨고 봅니다. 하지만, 인식하는 것만 받아들이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말만 듣죠. 그래놓고, 나중에 누가 이 상황을 책임지냐며 무너진답니다.  

나이가 들어도 결혼식장에 들어서서도 내가 왜 결혼하는지 모르고, 유부클럽 가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죠. 내 결혼인데 내가 알려고 않고, 누가 대신 책임져주려니 막연하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S님은 왜 연애하고, 왜 결혼하나요? 사람, 왜 만나나요? 친구는 왜 만나나요? S님은 친구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나요? 가족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나요? 남자친구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나요? 남편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나요? S님은 자신을 얼마나 믿고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나요? 내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는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고,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나요? 

그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스타일은 아닌 것 같군요. 하지만, 단 한 사람한테만큼은 정말로 괜찮은 남자이기 때문에, 멋지다 훌륭하다 자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평범하다 못해 스쳐지나면 기억조차 안 날 흔남흔녀도, 사랑하면 예뻐지고 귀여워지고근사해지고 빛이 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랑은 상대에게서 장점과 매력을 보석 발굴처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약점과 단점까지 보듬고 수용하는 이해와 배려죠. 또한,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어서 현재를 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향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관계입니다. 일상을 대화하고 정서를 나누며 미래를 함께 설계하죠. 물론, 이건 이상적인 얘기고요. 

이상적인 영역을 하나도 구현하지 못한다 해도, 연애하며 외모가 업그레이드되는 이유는. 그만큼 연애가 시간집약적으로 자신과 상대에게 집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래요. 거울을 오래 들어다보세요. 모공 갯수 다 셀 수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예쁜지 못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지 고민하게 되어요. 연애가 바로 나다운 나, 기대하는 상대를 만나려고 애써보는 기회잖아요. 내가 안 예뻐지고 안 멋있어지면 이상한 거예요. 상대가 나를 안 보고, 나조차 나를 안 보는 관계라는 거죠. 내가 나를 안 좋아하게 된다? 상대가 나로 인해 더 빛나지 않는다? 그 관계는 곧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빛나지 않고 관심도 없고 내놓기 부끄러운 상대와도 대충 한 가지의 목적만 해결되어도, 연애라는 인간관계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S님의 연애와 결혼이 스스로 납득하는 이유로 성립한다면, 조금도 잘못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밥 먹고, 섹스도 하려면. 지금보다는 친해져야 하지 않습니까? 

어디 내놓지 못할 비밀의 남친 말고. 두 사람이 정말 친한 단짝친구라면 어떨까요? 그의 부끄러운 스타일과 지저분한 위생상태에 대해서 이래저래 조언해줄 수 있었겠죠. 키도 작고 못 생겼지만, 내 눈에는 정우성 못지 않은 내 친구라며 어딜 가도 자랑할 수 있겠죠. 매일매일 내 친구에게 예뻐져라, 멋있어져라, 예쁜 옷도 사주고, 미용실도 같이 가고, 마사지도 받으러 다니겠죠.

적어도 우렁각시 아니 우렁신랑처럼 집 안에 모셔두고, 결혼의 베너핏만 누리는 숨겨진 남자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 사람을 좀더 믿어보세요. 남친이 아니라 남편으로까지 생각한다면, 우리의 사랑을 더 믿어보세요. 솔직하게 말하고, 선물도 해주고, 꾸며도 주고, 신나게 변화의 나날들을 즐기세요. 아무리 못 생겨도, 스타일은 사람을 완전 달라지게 만들죠. 나도 부족하지만, 함께 고민하면, 그 과정조차 신나는 데이트가 됩니다. 

그리고, 결혼식에 신부만 메이크업 하나요? 신랑도 키높이 구두 신고, 헤어 메이크업 받고, 앨범에는 포토샵 완벽하게 해요. 뭘 그리 걱정하세요. 정말로 결혼식만 참으면 OK, 라고 생각하시면, 다른 친구들 남편들 평소 모습도 보세요. 다들 거기서 거깁니다. 연예인이 아닌 이상, 결혼식을 기점으로 빠르게 아저씨 코스로 접어들죠. 동안 찾고, 미남미녀 운운하는 사람들, 남의 결혼식 가서 절대 면전에서 욕 안 해요. 잘 생겼다, 이뿌다, 정말 사람 좋게 생겼다, 귀엽다, 덕담하기 바쁘죠. 비싼 밥 먹고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입이 싸구려네요. 

그러니까, 타인의 반응은 내가 만족하면 무시해도 그만이고요. 미래의, 상상 속의 반응이라면 더더욱 지금 고민할 필요가 없고요. 결혼식장의 메이크오버는 본인들도 놀라는 레벨이니까, 스드메 계약하시기 전에 후기 잘 보시고 결정하세요. 











덧글

  • ranigud 2014/10/07 08:11 #

    제 남편도 키는 160에 코털 나온채로 그냥 나오고(그래서 코털면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제가 그냥 쑤셔박질...) 가끔 머리도 안 감고 10년 넘게 입은 체크무늬 남방은 색이 바랠 지경에 목 칼라는 너덜너덜 합니다. 그래도 걍 같이 다녀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나 좋아해주고 재미있고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 사람인데. 지들이 내 남친 옷 사줄 것도 아니면 닥치고 있으라 그래요. 내가 좋다는데 뭔상관. 남의 이목 다 신경쓰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거,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못만나고 못해요. 지적하기보다 그냥 암말 않고 끌고 가서 옷 한벌 사 주니까 그거 입고 다니더라구요.

    그리고 엘님 말마따나 결혼식 하면 어차피 미용실 가고 화장까지 다 해주고 옷도 달라지잖아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쪽팔림은 순간이라고. 결혼식은 그냥 식일 뿐이고, 이 사람과 4~50년 넘게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제일 중요한거...
  • 2014/10/07 17:15 #

    남편몬을 좀더 애정해보아요~ ^ㅅ^ ranigud님이 이쁜 옷 안 사주시는 것도 아닐텐데, 꼭 좋아하는 낡은 옷 입는 스타일이신 듯? 새옷 사주면 군말 없이 또 입으시고. 귀여우시네요. 허허허.

    결혼식은, 진짜 다 순간의 판타지~ 훅 지나가고, 기억보다 백 배 근사한 사진이 (포토샵 만세!) 남게 되죠.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니까, 그 날 떠올렸을 때 못 생겼다, 별로였다, 이런 고민 할 일은 없을 듯요. 다들 좋은 얘기만 하는 날이고요. 현대 코스메틱 기술은 후덜덜하니까...

    식은 정말로 결혼생활의 아주아주 작은 부분이죠. 오죽하면 식 없이 가족끼리 밥 먹고 혼인신고만 하는 스몰웨딩이 늘어갈까요. 공장식 결혼 싫다는 사람들도 많아지니, 저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 행복한맑음 2014/10/08 18:01 #

    대체로 이런 경우 옷은 사주는 대로 입게 됩니다. 패션 센스 없는 건 본인도 알고 있을 테니 말해도 상처받지 않을 거에요. "안어울리는 건 나도 알아. 근데 그게 뭐 큰 문제라고. 그냥 내가 편하게 입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하겠죠. 그러니 옷장의 후줄근한 옷들을 하나씩 버리면서 새 걸로 바꾸면 되는 일이죠. 바로 저에게 벌어지는 일인걸요. 아... 하하하 OTL
  • 2014/10/08 18:30 #

    그러던 어느날, 주변에서 스타일 좋아졌다, 라고 하지 않아요? ^ㅅ^
  • 행복한맑음 2014/10/10 11:22 #

    결혼하고 나서는 뭐 매일 보는 직장 동료들 외에는 만날 일이 없어서요. 바뀐 스타일을 알아볼 정도로 눈썰미있는 분도 없고... 그저 제가 아직도 버리지 않은 옛날 옷들을 보면서 '내가 이런 걸 입고 다녔단 말야?' 하는 정도에요 ㅎㅎㅎ
  • 녹두 2014/10/13 23:41 #

    결혼을 생각하신다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데 감출게 뭐가 있나요?
    키가 작은건 바꿀수 없지만 패션센스나 면도 같은건 충분히 바꿀수 있는것들 아닌가요?

    성자님 말씀때로 오래 기다려준 남자분이라면 바꾸라고 할때 상처 안받아요.
    오랜기간 짝사랑해오신분 같은데 오히려 기뻐하면 하지 상처 받을일은 없겠네요.
    특히 2번은.... 일단 말부터 해보세요. 그러고도 바꾸는지 안바꾸는지

    3번에서 성자님 본인이 하는것도 귀찮으니 남에게 말할 자격이 안되는거 같아서 안하신다고 하셨는데
    글쎄요.... 결혼까지 생각하는 연애를 남에게 숨기는 노력에 비하면 힘든것도 아니고 자격은 차고 넘치는거 아닌가요?

    위 아래 옷 한벌 사주시면서 나 만날떈 반드시 이거 입고나와! 한마디만 하셔도 잘 입고 나옵니다.
    면도는 뽀뽀든 키스든 하고 나서 수염 떄문에 아프다 몇번만 하시면 싹 밀고 나오는 것들 입니다.

    전부다 남친분을 사랑하신다면 어렵지도 않고 상처줄 만한 일도 아니고 귀찮을 만한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게 어렵고 상처줄것 같고 귀찮으시다면 그분에 대한 성자님의 마음을 확인 하시는게 더 먼저가 아닐까 싶네요.
  • 2014/10/14 19:11 #

    녹두님은 요래 입고 나와, 하면 잘 지키실 듯. 좋네요, 코디 지정해주는 연인이라. 완전 편할 듯. ^ㅅ^
  • 2014/10/14 12:3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14 19:21 #

    미모를 함께 노력하는 커플 되면, 더욱 즐겁죠. 암요 암요. ^ㅅ^ 이뿌다 이뿌다 하면 진짜로 자꾸만 이뻐지거든요. 신기하리만큼.

    연애를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사랑을 새록새록하게 만든다 생각합니다. 사실 똑같은 관계도 살짝만 각도를 바꿔서 보면 답이 보이거든요. 제 처방전이 그 힌트를 드린 것 같아 보람차네요. ^ㅁ^ 앞으로 더욱 즐겁고 행복한 사랑 하시기 바랍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