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th prescription_술 마시는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았던 기억 때문에 연애도 힘듭니다

U님 : 

유년 시절 아버지가 주사가 있으셔서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술이 너무나 싫어요. 

그런데, 남친이 술과 술자리를 좋아합니다. 저와 사귀면서 항상 선을 지키고 주사를 부린 적도 없지만, 늘 걱정이 됩니다. 제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과 주사에 대한 공포는 별개입니다. 기분 나쁜 상상을 하면 힘들어요. 

그와 계속해서 사귈 수 있을지, 헤어지는 게 나을 지 모르겠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U님, 엘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은 두 가지 효용이 있습니다. 

1. 상상해봐. 그 일이 닥친다면 정말 무섭겠지? 미래에 닥칠 고통을 미리미리 대비하여 피하자. 
2. 내 공포가 너무나 크다면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아무 것도 하지 말자. 

1번의 공포감은 당신을 구하고, 2번의 공포감은 당신을 얼어붙게 합니다. 하지만, 얼핏 좋아보이는 1번도 단점이 있고, 얼핏 나빠보이는 2번도 장점이 있습니다. 

미래의 당신을 구해줄 1번의 단점은, 삶을 누려야 할 현재의 시간을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하느라 쓴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인생의 타임라인은 하나뿐인데, 걱정거리를 껴안고 사느라 삶을 좀먹다니.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면서 보내도 모자랄 청춘을,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며 보내야 하다니. 아쉬울 따름이네요. 

한편. 

나에게 일시멈춤의 버튼을 주는 2번의 장점은, no pain, no gain의 축복이죠. 에너지의 낭비가 없습니다. 어떤 새로운 선택도 없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책임도 없습니다. 선택과 책임은 세트로 다니는데, 선택이 없으니까 책임도 없죠. 물론, 2번으로 얻을 것 역시 없네요. 

그럼 U님이 가지신 두려움, 술 = 알콜 =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 = 남자 = 폭력 = 무기력 = 공포 = 아버지 = 남친 = 불행 = 무력감 = 스트레스, 을 어떻게 다룰까 고민해봅시다. 

U님은 1번을 선택하셨죠. 피해보자, 일단 지켜보고, 그가 최대한 선을 지키기만 하면 나는 안전하다고 믿자. 그런데, 여기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나의 안전이 그에게 달려있다는 점. 나의 안전을 그가 결정하다니. 그가 좌우하다니. 그가 나의 안전을 깨뜨릴 수 있다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저 관찰하고, 기다리고, 주의를 주고, 전전긍긍하는 것 밖에 없다니. 내가 이렇게나 무력하다니. 이게 마땅한 상황일까요. 

이 스트레스 상황을 제거하는 방법은 대략 아래와 같죠. 

1. 세상의 술을 없앤다. 2. 그가 술을 끊는다. 3. 세상의 술자리를 다 없앤다. 4. 술 마시는 남자와 헤어진다. 5. 술을 안 마시는 새 남자를 찾아본다. 

어떤 선택지가 맘에 드시나요. 정말 이게 최선인가요? 확실한가요? 몇 번이 가장 현실가능하죠? 몇 번이 가장 마음에 드세요? 

혹은 이런 해결도 가능할 것 같아요. 

1. 주사의 정체를 알아본다. 
2. 그와 마지노선을 합의한다. 
3. 마지노선이 깨어질 때의 내 행동방침을 정한다. 
4. 그가 드디어 주사를 부릴 때의 내 행동방침을 정한다. 

더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1. 주사의 정체를 알아본다 : U님이 감당할 수 없는 주사라고 하면 폭력이거나, 폭력이거나, 폭력이겠죠. 그 레벨이 어디까지인지 대화를 통해 확인하고 내 공포의 크기를 확인하세요. 주사가 폭력이라기보다 그저 찌질이나 진상 레벨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보세요. 

2. 그와 마지노선을 합의한다. : 그가 나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배려할 의지가 있다면, U님과 음주에 대한 규칙을 정해요. 가능하면 명문화하세요. 그게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없어요. 

3. 마지노선이 깨어질 때의 행동방침을 정한다. : 그가 무엇을 책임졌으면 하나요? 그가 무엇을 보상해주었으면 하나요? 그가 나를 안심시켜 주었으면 하나요? 그가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었으면 하나요? 그가 약속을 어긴다면 나는 그를 연애상대로 재평가하나요? 그 약속이 정말로 관계의 본질을 깨나요? 나는 그것을 납득하나요? 무엇을 기준으로 확신하나요? 내가 어떤 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요?  

4. 그가 드디어 주사를 부릴 때의 내 행동방침을 정한다. : 가정폭력상담소나 근처 지구대 연락처를 단축번호로 저장해놓았나요? 위험 상황에서 몸을 피할 가장 가까운 장소는 어디인가요?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 때 나를 도와줄 비상연락망은 어떻게 되나요? 모든 대비책을 잘 준비해둡니다. 

저는 U님이 이 문제를 넘을 수 없는 내 행복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U님은 이제 꼬꼬마 어린아이가 아니거든요. 민사적으로 형사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있고, 굳이 주사가 아니더라도 연애상대는 내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요. 연애만이 U님의 행복을 좌우할 리 없고, 주사만이 남자의 유일한 단점일 리도 없습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그 심연까지 들여다보고 나면. U님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답은 어쩌면 아버지와의 화해에 있을 수도 있고, 그토록 안정을 바랐던 유년에 대한 보상에 있을 수도 있어요. U님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U님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모든 것이 완벽한데 오직 주사만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내가 상황에 대처하고 현재를 설계할 따름일까요?  

차근차근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고, 마음 편해지시길 바랍니다. 







덧글

  • 2015/01/19 18: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1/19 19: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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