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8th prescription_연애는 행복하지만 결혼은 아직 두렵습니다

M님 : 

전 대인공포 증상이 있어서 직장생활을 오래 못해서 모아놓은 돈이 많이 없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친은 이런 저를 사랑한다며 결혼하고  싶어하죠. 전 결혼생활도 시댁과의 관계도 자신이 없습니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으시고, 동생도 저만큼 세상에 무서운 게 많은 아이라 절 짠하게 하죠. 전 가족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세상 사람들이 절 좋지 않게 기억하거나 싫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제 발목을 잡아요. 그에게 사랑받는 것도 편하지 않죠.  

물론, 변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직장도 구하고 꾸준히 상담도 받고 싶어요. 연애하는 지금은 행복한데 결혼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M님, 엘입니다. 

늘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현실의 문제들을 한군데 다 쌓아놓고 보면 티끌도 태산처럼 보입니다. 인생은 실타래 끝 잡아당겨 푼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지요. 완벽한 행복을 여는 마스터키 같은 건 없어요. 삶은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만큼 매순간 변하죠. 해석하고 설명하는 일은 되도록 짧게 하고, 되도록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살아요. 

누구에게도 가족은 쉽게 잘라버릴 수 없는 내 아픈 뿌리입니다. 내가 크고 푸르른 한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라면, 아프고 병들고 벌레먹은 뿌리 하나쯤은 견딜 수 있어요. 잠재울 수도 있고, 끊어낼 수도 있고, 달콤하고 튼튼한 과실을 키우는 새로운 뿌리를 낯선 땅 향해 뻗을 수도 있어요. 내가 더 커지면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걸림돌들이 모래알만큼 작아지는 날도 와요. 

그러니까, 나에게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그들이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면, 울지 말고 고개를 높이 드세요.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만큼만 껴안으세요.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도움을 받아요. 폭력이 불편하면 싸워야 해요. 상처없는 패배보다 다치더라도 한발씩 내딛어보는 용기가 필요하죠. 

완벽하지 못해도 소리쳐 보아요. 실수할 수 있지만 다음 번에는 더 잘할 수 있다 외쳐야 해요. 기운 빠질 때는 스스로를 다독여야 해요. 가끔 동굴 속에 숨어도 되지만, 타이머 맞춰놓고 얼른 나와요. 누군가가 날 도우면 그 손 찰떡같이 잡아요. 누가 내 발목을 잡으면 힘껏 뿌리쳐요. 나쁜 생각과 좋은 생각이 싸울 때는, 좋은 생각과 친구해야 해요. 망설여도 되지만, 어떤 선택도 결국 내 삶 안에 있는 조각들이죠.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도 있고, 이 사람이 아니면 저 사람도 있어요. 

돌아가도 되고, 천천히 가도 되고, 쉬어도 돼요. 욕심이 나면 미래의 나를 꿈꾸세요. 그녀에게 용기를 얻어오세요. 넘치는 에너지를 빌려오세요. 세상은 결코 무너지지 않아요. 우주는 아직도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있고, M님이 빛나고자 하면 온 우주를 가득 채울 수도 있어요. 그걸 누가 정하냐고요. 눈을 뜨면 M님의 우주는 무한하고, 눈을 감으면 M님의 우주도 사라지죠. 결국 우주의 주인은 M님이에요. 

M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서 어떤 결론으로 끝날까요. 잊지마세요. 연애도 결혼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내가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M님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아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문제들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생각하세요. 

1. 구직 
: 취업을 원하나요. 창업을 원하나요. 어떤 분야를 원하나요. 정부에서는 고용지원센터, 워크넷 등을 운영하고 있고 시 단위로 운영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일단은 정부의 지원 정책을 충분히 활용하여 보아야 하고요, 어차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거니까요. 

두번째로는 사설 구직구직 사이트를 검색하는 거죠.  

당장의 현금이 급하다면 알바를 알아보시고,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고르고 싶다면 목표를 갖고 차근차근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들 자신의 조건이나 나이를 탓하며 작아지지만, 어차피 우리 세대부터는 2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나의 직업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막막할 수 있고, 답답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구글도 있고 네이버도 있고 공공도서관도 있죠.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구직까페도 가입하여 보시고, 박람회나 스터디도 알아보시고, 길은 많고 많답니다.

2. 돈이 없다
: 얼마나 필요한가요. 언제까지 필요한가요. 돈 모아서 어디다 쓸 건가요. 그 돈 정말 필요한가요. 정말 그걸 사고, 저걸 사고, 이걸 사야 하는 건가요. 그건 누가 정하나요. 

필요한 돈의 액수와 기간을 정하시고, 일상적인 지출과 소비 패턴도 파악하시고요. 잘 모르시겠다면 요것도 검색이나 까페 가입 활용하여 보십시다. 

돈은 벌어야 생기고 안 쓰면 모입니다. 어떻게 벌고, 어떻게 덜 쓰면 될까요. 사람마다 다르니 연구해봅시다.  

3. 결혼 걱정 
: 결혼 왜 하죠? 자신의 답을 찾을 때까지는 결혼식이나 결혼생활이나 시댁 관계는 고민하지 마세요. 남친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결혼은, 진짜 내 결혼이 아닙니다. 만약 그가 M님이 준비될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고 한다면, 그 결혼 못합니다. 

4. 시댁과의 관계 
: 요즘 시월드 공포증 있으신 분들 많이 봅니다. 하지만, 시월드도 처월드도 사람사는 데랍니다. 내가 내 결혼을 책임질 수 있으면, 어떤 외부 압력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결혼은 노예계약이 아니라, 두 부부가 목적과 의미를 공유해보자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언제라도 재합의할 수 있고, 철회도 가능합니다. 시댁이라는 새로운 가족도, M님이 평생 살며 겪어야 하는 새로운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입니다.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그건 M님이 정할 바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한 팀이 될 수 없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마세요. 그걸 알아보는 과정이 연애죠. 

5. 가족 문제   
: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해하려 하지 마세요.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세요. 마음 가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충분히 대화하여 보고, 친밀하게 지내려 해보세요. 바꾸려하지 마세요. 그들의 문제를 대신 짊어지지 마세요. 내 가족이 늪이라면 시간이 걸려도 힘을 모아서 빠져나오세요. 어두운 숲이라면 되도록 가장가리에 머무르세요. M님의 가족은 M님의 프라이버시죠. 결혼과는 무관합니다. 

6. 사랑받는 무거움
: M님은 사랑받을만 하니까 사랑받고 있습니다. 사랑을 누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사랑을 주는 일을 연습하세요. 

7. 변화
: 한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변화에는 시간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고 에너지도 필요합니다. 혼자서는 힘들죠.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변화하는 주체가 되고 싶다면 상담이나 코칭도 물론 좋은 선택입니다.

8. 대인공포
: 사람이 제일 힘들죠. 하지만, M님도 누군가에는 낯선 타인입니다. 세상 알 수 없죠.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없죠. 하지만, 다 알고 다 만만하고 다 편한 사람은 절대 없답니다. 되도록 누군가에게 내가 좋은 사람일 수 있도록만 하시고요. 평가 당하고 미움 당하고 상처 받는 일은, 타인과 부대끼는 한 늘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세요. 누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아도, M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포용할 수 있다면 다 괜찮아요. 누구도 M님이라는 우주를 파괴할 힘은 없어요. M님은 크고작은 전투와 그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 축제를 번갈아 겪으며 살아가면 됩니다. 누가 나 미워하고 싫어하고 상처줄 거라고 고민하지 마세요. 내 앞에서 욕하면 싸우면 되고, 내 뒤에서 욕하면 못 들은 척 하면 됩니다. 큰 문제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만 신경과민이기 일쑤고 M님이 남일 때는 찰나 반짝 신경쓰고 맙니다. 지속적으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욕하지 않는답니다. 누군가가 나 싫어하면 M님도 걔 싫어하세욧!  

그리고. 

일상에서 자주 덜커덕 거리는 불안과 걱정거리들을 세분한다면, 위의 여덟가지보다 훨씬 더 가짓수가 많겠죠. 그것들을 하나하나 넘어가는 과정이 인생이잖아요. 지금까지 고군분투 살아오신 만큼 M님의 내공은 분명 어디 도망가지 않고 잘 보관돼 있습니다. 하나씩 꺼내쓰기만 하면 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발걸음에만 집중하면 당신의 길은 절대로 낭떠러지가 아니에요. 

M님, 햇살 활짝 펼쳐진 봄날의 들판을 뛰어가세요. 눈을 뜨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덧글

  • 2015/02/09 15: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2/09 21:07 #

    으앙. 덧글 감사합니다. ^ㅅ^//////// 공감의 덧글! 덩실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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