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4th prescription_노력하며 꿈을 쫒고 있어도, 불합리한 세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죠

S님 : 

꿈을 향해 고등학교 졸업과 전문대 입학, 4년제 편입까지 열심히 살았습니다. 낯선 캠퍼스에 아는 사람도 없고 공부도 부족하지만, 전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꿈을 이루어 낼 겁니다. 하지만, 고민이 있습니다. 

어른이 될수록 저에게 다가오는 사회는 부조리하기만 하더라고요. 

1. 열정페이, 비정규직, 게약직, 무급인턴으로 대변되는 노동착취의 구조.   
2. 가진 자가 더 가지게 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
3.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부 정책. 
4. 출산과 양육이 오직 개인의 부담이 되는 현실. 
5.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되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여성의 문제. 
6. 50대 초반에 명퇴가 결정되는 직장인들. 
7. 중산층의 몰락과 공고해져 가는 1%만의 리그. 
8. 고령화사회를 대처할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연금공단. 

10대일 때는 개인의 문제에만 매달려 세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니 제가 헤쳐가야 할 세상은 결코 쉽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아보입니다. 세상이 불친절한 만큼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될까요. 힘들고 어려워도 제 힘으로 졸업과 취업, 결혼, 출산과 양육, 노후대비를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을 알면 알수록 저는 더 괴로워져요. 삶을 누리는 게 아니라, 허덕이며 생존해야 하는 것 같죠. 여기보다 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국가가 있다면 이민을 가는 게 나을 지도 몰라요. 물론 외적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게 내적 신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전 매일의 노력을 멈추지는 않습니다만. 

합당한 보상이 없거나 불합리한 권력에 휘말리거나 언제라도 피해자나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벌써부터 하는 게 이상한가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S님, 엘입니다. 

고민하는 만큼 성장한다고. 마음의 키가 부쩍 자라 돌아오셨네요. 너무 감사하고 대견하고 감동적입니다. ^ㅅ^ 고민의 내용도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도 커졌습니다. 때문에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죠. 내가 세상을 읽어내는 프레임이 달라지면, 당연히 고민의 크기도 본질도 달라집니다. 
'
노력하는 만큼의 보상이 있다는 걸 믿을 때, 사람들은 안심하고 현재를 살 수 있죠. 하지만, 계층마다 출발선이 다르고, 보상체계가 다르게 작동하고, 언제라도 생존의 문제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 인생이 허무해집니다. 내가 지금껏 배워온 삶의 진리가,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느껴지면 세상이 무너지죠. 그럼에도 하루하루 잘 살아내지 않으면 도리가 없으니까, 돌아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오늘을 살려고 노력해보죠. 

많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느낌에 힘들어하지요. 

세상이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 내가 세상에 먹힐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미래를 향한 불안. 기득권력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 무기력. 자기혐오. 좌절. 패배감. 결핍. 열등의식. 우울. 비교의식. 배금주의. 목표상실. 무계획. 실망. 허무감. 멘탈붕괴. 질투. 분노. 화. 욕심. 미움. 죄의식. 살의. 자기부정. 초조. 조급. 짜증. 후회. 소외감. 혐오. 

모든 것을 향해, 타인을 향해, 자신을 향해, 부정적인 것들이 수시로 닥칠 수 있어요.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에 겁 먹으라고 세상은 자꾸만 힘든 것, 안 되는 것, 사건사고, 테러와 범죄를 더 크게 조명하거든요. 

시스템이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평생 고분고분한 패배자로 충실한 자본의 노예로 살아야 하죠. 노동에 인생을 바쳐도 얻는 건 적지만 노동을 멈출 순 없죠. 이번 생은 애초에 글렀다 생각하며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꿈과 희망을 고이 접어 버리게 되죠. 이것만이 정답일까 의심을 해도, 딱히 내가 세상을 다 바꿀 순 없으니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까요. 

S님. 

어차피 사회는 부조리하다, 시스템은 안 바뀐다, 불균형과 불평등으로 부를 얻은 기득권층이 움직일 리 만무하다, 라고 겁을 주면. 사람들은 작아져요. 무력감으로 쪼그라들어요.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볼 수 없고, 바닥만 보게 되어요. 매일매일의 제자리걸음을 멈추면, 결국 지금의 자리에서도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하게 되죠. 자신이 얼마나 힘이 없고, 능력이 없고, 부족한 지만 생각하게 되죠.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도 꿈도 희망도 포기하게 되죠. TV를 틀면, 우리는 모두 암에 걸릴 거니까 보험을 꼭 들어야 하고, 세상 모두 명품을 드니까 나도 짝퉁이라도 들어야 하고, 다들 어렵게 사니까 대출을 받아야 해요. 국민연금 바닥날 거니까, 미래를 두려워하며 오늘 더 열심히 아껴쓰고 걱정하고 한숨 쉬어야 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은 정말로 안 바뀔까요.

정답은요. 세상은 바뀌어요. 단지 느리게 바뀔 뿐이죠. 세상은 여태껏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바뀌어 왔어요. 우리의 의지를 가지면, 당장의 일상에서 잠시 시간을 멈추고,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과 연대하면, 꿈을 꾸게 되면, 방법을 고민하게 되면, 세상은 바뀌어요. 

어떻게 바꾸면 되냐면요. 

1. 정책을 바꾸고 법을 바꾸어요. 
2. 무쓸모 정치인들을 몰아내요. 
3.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찾아보아요. 
4. 부당한 걸 부당하다 화내보세요.
5. 인권을 주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요.  
6. 부당한 현실과 싸우는 사람을 지지할 수 있어요. 
7. 특권층을 비판할 수 있어요. 
8. 불합리의 진폭을 줄일 수 있다 믿어보아요. 
9. 내 삶에서부터 작은 변화의 선순환을 도모해보아요. 
10.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하는 시간을 만끽하며 멘탈 관리를 해요. 

내 인권과 존엄이 잘 지켜지나 늘 생각해보세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져보세요. 물론, 제 경험 상에서도 그렇고,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가장 좋긴 하지만. 때로는 진지하게 화내야 할 때도 필요해요. 혼자서 안 되면, 동지들을 발견해야 할 때도 있어요. 내가 누군가를 돕고 싶어지듯, 나를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만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기회를 누리고 싶어하죠. 선의의 힘을 믿어요. 상처받은 후에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믿어요. 

아무리 정부에서 미디어 통제를 해도, IT 강국 코리아에서는 다양한 시선의 정보 접근이 가능해졌죠. 물론 진실이 아닌 것도 많지만, 모든 프레임이 가짜이지는 않잖아요. 

S님. 

세상을 바꾸려했다 오히려 더 많이 다친 사람들을 보면, 나도 두려워져요. 하지만, 결국 워하는 걸 얻은 사람도 분명 있거든요. 그 사람들은 단지 운이 좋아서 그럴 수 있었던 걸까요. 혹은 죽도록 노력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걸까요. 방법은 하나뿐일까요. 불완전한 성공은 의미가 없을까요. 결과만이 모든 것을 말하는 걸까요. 내 만족의 기준은 남들이 정해야 할까요. 내 방식으로 살아도 살아지는 세상은 없을까요. 당장 바꿀 수 없으면, 노력은 의미가 없을까요. 어리석은 인간은 같은 실수를 영원히 반복한다는데, 정말로 그럴까요. 대안없는 토론은 시간낭비일까요. 불평불만이 세상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걸까요. 내가 세상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부족한 탓일까요. 

S님의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든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내 안의 의문들을 소중하게 안고 하나씩 해결해가는 동시에, 한번뿐인 자신의 인생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행복은 사실 시스템이 얼마나 형편없는지와 상관없는 곳에도 많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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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5/03/23 11: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3/23 13:54 #

    ^ㅅ^ 이거 정말 크게 써붙여서, 같은 고민하는 대학생 새내기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교수님도 선생님도 먼저 어른이 된 사람들이 전부 삶의 답을 갖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정답이 어딨어요. 매일의 길을 찾아가는 내가 바로 삶 자체이고 삶의 의미인 걸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지금 어디로 가는지 고민하고. 내 발목을 잡는 것들에 "적당히 하렴." 하고 털어내고. 나는 그냥 내 갈 길 가면 됩니다. 나를 비교열위에 빠뜨리려는 권력은 어디에나 흔해요. 요즘 일부 어린 친구들이 자신을 지칭할 때, "나레기(=나라는 쓰레기)" 하고 하더라고요. 세상 모든 대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난 안 될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죠. 그러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패배감과 절망감, 우울과 무력감을 내 정체감 영역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거든요. 그것들은 언제라도 찾아오는, 별로 안 친하고 싶은 친구들이지만, 성취감, 유능감, 행복과 즐거움, 자신감과 활력은 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죠. 삶의 굴곡을 되도록 유연하게 넘어가는 비공개님 되시길 빌고요.

    흔들리는 건 누구나 그런데, 되도록 중심을 잘 잡고 금방 다시 똑바로 잘 서면 되어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작은 행복들도 챙기면서 지내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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