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6th prescription_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요

U님 : 

거의 연락이 없던 지인 사이인데, 어느날 연락이 와서 오래만에 만나 식사를 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가까워졌고 제가 고백을 해서 우리는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작은 트러블이 있었고, 잘 정리하고 다시 시작했지만 뭔가 계속 불안했어요. 사실 서로 성격도 너무 다르고 배경도 너무 달랐지만, 전 얼른 결혼하고 싶은 욕심에 허둥대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얼마 뒤. 우리는 싸웠고 헤어졌고 제가 용서를 빌었지만, 그녀는 받아주지 않았죠.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었나 그녀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미래가 불안한 청춘들이었다는 것이 이유였을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U님, 엘입니다. 

아주 간단한 관계의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상대와 관계의 이유와 목적을 합의한 적 없는 관계는, 흔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관계의 의미는 짐작만으로, 눈치만으로, 분위기상 결정할 수 없습니다. 연애의 기준을 생각해본 적 없는 많은 연애인들이, 막연하게 그런 흐름이었다고 생각하며 상황에 맞게 적당히 말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디테일을 좀더 설명하자면 이런 모습이죠. 

1. 서로를 칭찬하다 보니, 호감 표현이 일상적인 수준을 넘었고 그 말에 책임져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연애하자는 식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 

2. 술김에 스킨십을 하다 보니, 뭔가 말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고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연애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경우.  

3. 상대가 나에게 애정표현을 원하거나 유도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썸남썸녀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연애가 시작되는 경우. 

4. 데이트를 하다 보니 다음 약속을 거절할 수 없게 되고, 어느새 주변에 알려지게 되어 커플의 역할에서 하차할 수 없게 되는 경우. 

5. 적당히 서로를 알아가며 천천히 만나보려 했는데, 상대가 관계의 정의를 내려주길 원하자 나도 모르게 연애하자 프로포즈 하게 된 경우. 

6. 원나잇스탠드를 책임하는 방법을 몰라서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 

7. 서로가 서로의 호감을 오해해서 애착이 발전하고 매일매일 연락하다 보니 연인이 되는 경우. 

위와 같은 예시가 바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된, 기초공사 부실한 연애의 여러 케이스들입니다. 

연애는 도대체 왜 할까요. 사람마다 다 달라야 하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쉽게 내 의미와 너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 감히 선언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연애는 비교적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1대 1의 독점적 인간관계이고, 때문에 청춘이라는 시간의 기회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의미와 목적이 상대보다 가볍다면, 상대에게 실망을 주게 되겠죠. 내 의미와 목적이 상대보다 무겁다면, 상대에게 부담을 주게 되겠죠.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내 카드를 보여주지 못하고, 관계의 달콤함만을 맛볼 수 있는 연애의 초기에 되도록 오래 머무르고 싶어합니다.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불균형한 인간관계인가요. 계약서 검토하지 않고 M&A 하자는 거죠. 그리고, 나중에서야 조목조목 따지면서 울고불고 합니다. 정말로 멍청하고 흥미롭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타인과의 합체는 아름답고 흥미진진하죠.  

하지만, 운이 좋으면 너와 내가 꿈꾸는 사랑의 모습이 비슷하게 겹쳐지기도 합니다. 이심전심으로, 텔레파시로, 세렌디피티로, 러브러브 파워로, 운명적 계시로 그렇게 되기도 하죠. 인간의 밑바닥은 사실 비슷비슷하거든요. 문명과 문화와 상식을 공유하는 인간들이 부르짖는 사랑이 뭘 그렇게 수백, 수천가지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크리티컬한 단 하나만 달라도, 이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연애의 맹점이기도 하고요. 

아아아, 그래서, 재미있다고요, 연애란.  

U님은 스스로 납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상대의 알 수 없는 기준에 흔들렸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을의 위치에 서게 되었죠. 사랑은 심장으로 하지만, 연애는 현실에서 감당해야 할 부가적인 인간관계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를 버리고 매달리게 되면, 상대는 반드시 자신의 손에 쥐어진 권력의 칼을 휘두르게 됩니다. 대단한 신념과 가치를 갖고 사는 인간이 아니라면, 누구나 찰나의 권력자가 되는 순간을 그냥 놓치진 않죠. 무조건 잘못했다 매달리면, 절대로 갖고 싶지 않답니다. 자신조차 쉽게 버리는 존재를, 누가 욕심내겠어요. 

그래서, 연애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계 자체보다 나 자신이랍니다. 나의 존엄. 나의 합리. 나의 행복. 그 다음에서야, 상대를 향한 이해, 배려, 희생과 노력이 따라와도 의미가 있죠. 

U님. 

자신의 지난 연애를 다시 생각해보세요. 합의한 적 없었죠. 그녀는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는 대로 U님과 연애를 시작했고, 그 관계에서 자신의 기준만 내세우고 싶어했고, 갈등이 생기자 쉽게 포기했죠. 그녀가 자신의 연애를 제대로 알고 책임질 깜냥이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U님의 잘못은 그녀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죠. 갈등 앞에서 쉽게 자신을 포기했다는 점이죠. 이별 뒤에는 더욱 자신의 존엄을 지키지 못했죠. 상호존중이 지켜질 수 없는 관계는, 사실 의미가 없죠. 

U님. 

앞으로의 연애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균형을 갖는, 의미로운 소통이 가득한 관계가 되길 빌겠습니다. 봄이니까, 더욱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예쁜 사랑을 꿈꾸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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