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th prescription_결혼까지 생각하지만, 상대가 유전병 발병확률이 있다 해서 고민입니다

M님 : 

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한 남친과 잘 만나고 있지만, 남친 집안과 저희 집안은 상당한 계층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남친의 부계 쪽으로 발병확률을 장담할 수 없는 유전병이 있습니다. 발병이 되지 않으면 제일 좋지만, 발병이 되어 최악의 상황에서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답니다. 운이 좋으면 발병이 되어도 증상을 완화하거나 나빠지는 걸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남친은 저와의 관계에서 매우 진지했기 때문에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가계의 유전병력에 대해서 소상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남친은 갈수록 좋아지는데, 속으로는 언제 발병할 지 혹시 우리의 아이에게도 유전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계기가 생겨 솔직하게 말했더니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매우 당황하더라고요. 

저는 이런 걱정을 하는 것조차 미안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남친이 아닌 남편, 아이가 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저는 건강한 사람과 남들처럼 살고 싶습니다. 제 생각을 좀더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M님, 엘입니다. 

지금이라도 남친이 M님의 가치관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남친의 선택이고 스스로 책임져야하겠죠. M님은 자신의 생각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는지에 따라서 1) 계속 만나고 사랑할 수도 있고, 2) 역시 감당할 수 없는 미래가 오기 전에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어요. M님의 선택이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남친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요. 

M님. 

M님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M님은 1) 계층간 동질혼을 유지해온 가문의 축복 아래 2) 희귀병 유전인자가 없는 결혼상대와 걱정없는 가정을 꾸리고 싶으시죠. 

M님은 장애가 생기면 힘들 거라 생각하고 계십니다. 네, 물론 장애는 불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입니다. 병으로만 장애가 생기나요. 사고로도 생깁니다. 유전적으로 장애요인이 없었던 M님이 사고로 장애가 생기면, 내 연애상대나 결혼상대가 나를 떠날까요, 변함없이 사랑해줄까요. M님은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게 될까요? 나도 힘들고 상대도 힘드니까, 나와 헤어져, 라고 말할까요. 아님,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변함없으니 앞으로도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자, 할까요. 장애가 있어도 행복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장애가 없어도 불행한 사람은 불행합니다. 행복과 장애는 별개의 카테고리입니다. 

M님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남친은 이 문제를 대하는 모범답안까지 예시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해가 안 되면, M님은 미래의 불안요소를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당장의 연애가 주는 달콤함을 포기할 수 없지만, 미래의 불편함은 피하고 싶죠. 

그렇다면, 이 사실을 명확히 상대에게 밝히세요. 이미 상대는 M님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제는 M님의 몫이지요. 지금 당장 나쁜 사람 되고 싶지 않아서, 입장을 얼버무리면 나중에 더욱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내 연애상대, 결혼상대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을 고민해보았자 조건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유전적 문제나 계층적 문제는 개인이 노력한다고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나이도 바꿀 수 없고, 키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사랑해 안 사랑해, 는 M님의 가치관과 무관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정리하는 데에도 관건이 아닙니다.  

M님의 남친은 자신의 발병가능성을 이해하는 사람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을 거예요. 물론, 이해 못 하는 사람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죠. 이해도 하고 감수도 하지만, 내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사람과 만날 수도 있겠죠. 세상에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대처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M님의 남친이 어떤 선택을 한다면, 상대의 가치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배신감 느끼지 않는답니다. 

M님. 

가능한한 이 문제를 남친과 논의하지 마세요. 혹여라도 이 문제를 재거론하는 상황에서, 남친이 또다른 상처를 받을까 염려가 되어서요. 남친과 남친의 가족(+예비가족)들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 정리가 끝난 상황입니다. 자신의 답도 이미 다 보여주었고요. 

다음 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남친과 공유하는 차례입니다. 서로의 입장이 명확해지면, 이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M님은 선택하게 됩니다. 그 시점을 뒤로 미룰수록 M님은 더욱 스트레스 받고 죄책감은 커집니다. M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바깥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덧글

  • Jl나 2015/06/12 16:07 #

    정말 대단하세요... 이 성실함과 진심.
  • 2015/06/12 16:40 #

    고맙습니다!!!!!! 가끔 상담한지 진짜 오래 되었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앞으로도 갈 길이 더더더더 멀다는 걸 생각하기도 해욤. 더 진심을 담을 수 있도록, 찾아오시는 분들 마음이 더 많이 편해지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욤.
  • Jl나 2015/06/12 16:43 #

    저는 이리 못하겠어서... 너무 대단하세요.
    수년간 끊임없이 사람을 도우시니까요.
  • 2015/06/12 17:06 #

    어쩌다보니 직업이 되어버려서...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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