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4th prescription_긴 연애 후 이별, 저는 자신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W님 :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을 선택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전 그동안 상대에게 많이 의존했고 집착했죠. 저는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던 상처가 있고 그 때문에 자해 소동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부당한 이유로 타인에게 당하는 폭력은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늘 분노에 차 있었고, 많이 우울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누군가와 애착관계가 되면, 항상 정서적으로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첫 연애에서도 시작부터 삐걱거렸지만 전 놓지 못했고, 다시는 새로운 사람 못 만날까봐 매달렸어요. 저는 주기적으로 감정적 폭발을 했고 그는 한번도 절 제대로 안아준 적 없죠. 전 화를 냈다가 미안하다 빌었다가, 매번 극과 극을 오갔습니다. 

저는 누군가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난 상처를 되뇌이며 울고, 늘 울분에 차 있고, 살아가는 일은 어색합니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 불안하고 두려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W님, 엘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주리라는 믿음을 얼른 버리셔야 합니다. 이걸 붙잡고 있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날 사랑해주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원망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관계는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면 내가 나라는 주체를 감당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좋은 선택이 필요하죠. 

다시 말해서. 

1. 내가 나를 감당한다. 
2. 나는 나쁜 관계를 버리고, 좋은 관계를 선택한다. 

이 두가지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W님이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할 거라 믿고 계속해서 타인에게서 사랑과 인정과 행복을 구하게 된다면, 실망과 좌절과 패배만 맛보게 됩니다. 만약 W님이 나쁜 관계를 버리지 못하고, 좋은 관계를 탐색할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슬픔과 상처가 반복됩니다. 

위의 명제를 마음 속에 새기고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 보아요. 

세상에는 나를 아프게 하는 상처와 폭력들이 참으로 흔하게 널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인권후진국이고, 어디에서도 사람으로 당연히 가져야 할 존중과 예의의 권리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복종과 순응을 미덕이라 강요하고, 남들과 다른 생각과 주장을 핍박하죠. 마이너리티를 위한 존중은 없고, 시스템의 충직한 노예로 평생 쫒겨가며 살 것을 종용합니다. 아이들이 비슷하지 않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이유는, 그들 또한 폭력과 지배/피지배가 작동하는 시스템의 하위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가부장제도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어 있고, 의무와 목표에 시달리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억압합니다. 사랑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관계 안에서는, 존중과 예의가 흔하게 망각되죠. 

어떻게 하면 덜 희생 당하고, 어떻게 하면 타인을 상처주지 않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요. 왜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방법, 삶을 누리는 방법을 성찰할 기회를 박탈 당할까요. 왜 불행이 개인의 탓이 되고, 시스템을 의심하고 고치는 일에는 위험과 고통이 따를까요. 

왜 가족과 학교와 사회가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고, 각자의 섬으로 살아야 할까요. 왜 억울하게 당해야 하고, 왜 내 삶은 저기 먼 곳에 보이는 신기루처럼 어색하기만 할까요. 인간관계가 나를 채우지 못할 때, 왜 나는 좌절하고 울어야 할까요. 

W님. 

개인사에서 반복되어 온 상처와 슬픔의 역사를 반추하는 일은, 내가 현재를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행을 되풀이하는 것만큼 W님에게 익숙한 일은 없죠. W님이 과거를 붙잡을수록, W님은 현실에 펼쳐진 무한한 자유와 책임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처와 불행을 되뇌이고 머릿속에 각인하는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해봅시다. 내가 고민하고 감당하는 삶의 문제들이, 정말로 지금 해결해야 하는 일들인지 점검해봅시다. 나의 바깥을 한번에 바꿀 순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상에 의미부여하는 방식은 분명히 바꿀 수 있는 일들입니다. 

다들 비슷하게 사는 것 같아도, 아닙니다. 

W님은 분명히 자신만의 삶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고, 자신의 현실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자신 안의 불안과 울분과 상처와 외로움에 익숙해질 수 있고, 충분히 다룰 수 있습니다. 내 안의 부정적인 것들을 아주 작게 만들어서 마음 한구석에 치워두고, 내가 껴안아야 할 좋은 것들을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이라는 우주 안에, 무엇을 꽃피우고, 무엇을 삭제할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약하고, 작고, 상처받아서 무엇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의 삶을 감당하겠다, 일단 각오부터 하고 보면 모든 것이 달라보입니다. 누가 나를 공격할 때는 화낼 수 있고, 자신이 스스로를 탓할 때 멈출 수 있습니다. 어떤 감정이 마음 속에서 요동쳐도,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도 분명히 있습니다. 마음에 무엇을 떠올릴 지 W님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죽이는 생각과 자신을 살리는 생각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무엇을 버려야 할 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그것은 어떻게 정하면 될까요. 

W님. 

무섭고 두려울 때는 일단 멈추어서 심호흡을 해보세요. 그리고,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잠시 일시정지를 해도 괜찮다는 걸 확인하세요. 나의 바깥이 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아닙니다. 나쁜 것들은 분명히 지나갔고, W님은 언제라도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아프고 외롭고 불행하다면, 나의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거죠. 

내가 어떤 사람이었나, 스스로를 한정하지 않도록 하세요. 나에게 어떤 불행이 있었나, 돌아보지 마세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고민해보아요. 앞으로 어떤 경험을 도모할 것인가, 상상해보세요. 

현실의 변화가 당장 열리지 않는다고 조바심 내지 마세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겁먹지 말고, 한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면 됩니다. 다들 각자의 속도대로 걷고 있죠. 자신의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그걸 결정하는 건 W님의 생각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로 살고 있을 뿐입니다. 

바꾸어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시면 피드백 주시기 바랍니다. 



 



 

   



 





덧글

  • 2015/07/23 10: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24 03:05 #

    엄빠가 날 보호하고 책임지고 결혼하면 '배우자'나 '가족' 시스템이 날 행복하게 할 거라는 신념을 학습하고 자라잖아요. 그저 또다른 삶의 방식으로 타인과 인생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져볼 뿐인데. 연애나 결혼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관계 자체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삶에 대한 각자의 답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 답을 고민해보지 않으면 계속 어색하고 불편하고 불안하죠. ㅠㅠ
  • 2015/07/23 15: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24 03: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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