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8th prescription_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A님 :

저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끔은 무기력해지기도 하죠. 그래도, 기본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내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끔 이렇게 추락하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내가 잘 살고 있긴 한 건가 싶어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A님, 엘입니다. 

내가 이 우주공간 어디쯤에 서 있나 막막해질 때가 있습니다. 신은 있는 건가. 인간은 전쟁을 계속하며 살 건가. 나도 결국은 늙고 초라해져 죽게 될까. 남들처럼 사는 게 정말로 정답일까. 세상은 왜 이렇게 불합리한가.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무엇이 되든 좋습니다. A님이 어떤 화두를 잡고, 그 생각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다면 좋습니다. A님은 분명히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고, 답을 찾는 길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이미 역사적으로도, 전지구적으로도, 다양한 문화권에서 많이많이 있었다는 거죠. 행복하냐 행복하지 않냐, 를 결정하는 건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인식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행복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이 있어야,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요. 내가 아무리 편하고 충만하고 배부르고 등따숩다 해도, 내 행복의 조건 안에 그것이 없다면 진심으로 행복하다 느낄 수 없죠. 반대로, 행복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다른 기준에 충만한 인생을 산다면 그가 행복하지 않다, 감히 타인이 재단할 수 있을까요. 

행복한 상태를 어떻게 정의하나. 행복을 어떻게 누리나.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나. 행복의 속성은 무엇인가. 행복이 과연 삶에 있어서 내가 추구할 수 있는 목적적 가치를 지니는가. 행복하지 않다면 인생은 의미가 없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의 본질은 누가 결정하는가. 나는 행복의 주체가 맞는가.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냐 말할 수 있나. 

내가 어떤 행복을 추구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누군가가 나에게 지금 행복하냐 물었을 때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내가 행복하다 대답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행복하지 않다 대답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Z님.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는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자신과의 대화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죠. 느낌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어요. 어떤 상황에 대해서, 어떤 상대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고 생각할 지, Z님은 무한한 선택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Z님을 역할과 의무로만 소비하려는, 규정하고 지배하려는, 바깥의 세력들은 언제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규정하려 하죠. Z님이 나는 행복하다, 선언하려 해도, 바깥의 목소리들은 당신의 모든 감각기관에 이러한 정보를 전합니다. 

"넌 열등해."
"넌 부족해."
"넌 아직 멀었어."
"넌 더 발버둥쳐야 해."
"넌 더 노력해야 해."
"넌 더 성취해야 해."
"니 인생은 이미 정해져 있어."
"이것을 사. 그나마 나은 기분이 될 거야."
"이런 사람인 척 해. 그나마 남들이 널 낫게 평가할 거야."
"이 힐링을 구입해."
"너의 행복은 저기까지 노력해야 획득할 수 있어."
"니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들은 이렇게나 많아. 하지만 넌 아무 것도 없지."

분명히 오늘도 Z님이 행복해질 수 없도록 하는 바깥의 목소리들은 흔하게 널려있죠. 하지만, Z님. 바깥의 힘이 나를 규정하려 할 때는, "웃기고 있네." 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Z님이 무한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해요. 자신 삶의 주인이라는 걸 생각해야 해요. 세상의 모든 목소리를 의심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요. 자신이 느낀 진짜 느낌을 인정해야 해요. 그동안 잠들어있던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찾아내야 해요. 

행복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면, 당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Z님. 

불안과 분노는 쉽게 전염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조기교육에 시달리고 졸업하면 취업에 전전긍긍하고 연애와 결혼과 출산과 양육 앞에 무너지고 숨쉴 틈 없이 결핍 속에 살다 암 걸려 죽거나 자살하면서 생을 마감하죠. 물론, 정해진 트랙에 따라 살지 않기 위해 다른 삶의 목표와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본주의의 순응적 노예가 아닌 삶은 얼마나 다른 걸까요. 유명해지고 특별해지고 창조적으로 살아야만 다른 삶을 획득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 행복해질까요. 

전 요즘 생각해요. 남성과 여성이 나뉘어 서로를 혐오하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범죄행위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재생산은 중단되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과연 미래는 있나 답답해지죠. 정의가 작동하지 않고, 사랑할 권리는 보장받지 못해요. 앞서 말했듯 불안과 분노는 여기저기서 터지지만 해결책은 없고, 우리는 서로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며 버티죠. 인간다운 삶? 그게 뭐죠? 이게 사는 건가? 내 불행이 내 탓이 아니라면,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죠? 누가 그렇게 했죠? 왜 다른 사람들은 별일없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죠? 

이 답답함은 누가 대신 해결해주지 않고, 정리정돈해주지 않아요.

Z님. 

자신이 이 불합리하고 불완전한 세상의 당당한 주인공이라 생각하세요. 당신을 괴롭히는 감정과 생각을 끝까지 추적해요. 그리고, 생각을 표현하고 가까운 사람과 나누세요. 개인의 기록일지라도 어디에라도 기록하세요. 가끔 읽고 반추하세요. 

그러는 동안 Z님은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해석할 수 있게 되어요. 자신의 삶이 선명해질수록 불행감과 무력감은 감소합니다. 부디 균형 잘 잡으며 하루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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