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th prescription_좋은 시작은 아니었지만 제가 잘 하면 좋은 연애를 할 수 있겠죠?

C님 :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남친이 입대했어요. 저와 썸을 탈 때도 여전히 구여친과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기분이 좋지 않았죠. 그는 금사빠에 맘에 드는 여자를 쫒아다니기도 하고요. 그런 와중에 그와 사귄 거니, 저 역시 그의 전여친들처럼 얼마 못 갈 것 같기도 하고요. 

너무나 불안합니다. 남친은 매번 여자가 먼저 다가오면서도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자신에게 막 대하다가 결국 찬대요. 주변 사람들이 그의 과거 연애에 대해서 여러가지 증언을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제 지인들은 그와 제가 잘 사귈 거라고 격려를 해줘요. 

어디선가 들었었는데, '남자의 과거는 미래'래요. 제가 이렇게 불안한 건도 당연하죠. 진지한 연애를 한다고 사람이 바뀌는 건지 모르겠고요. 전 제가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와주세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C님, 엘입니다. 

당연한 얘기들을 좀 할게요. 

1. 연애의 주체는 당신입니다. 
2. 나의 연애는 타인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아닙니다. 
3. 좋은 연애는 좋은 사람과 만나야 가능합니다.

1번부터 설명 드릴게요. 

1. 연애의 주체는 당신입니다. 
네, C님. 당신이에요. 당신이 이 연애의 주인공이고 결정권자입니다. 연애를 하고말고 하는 결정권이 상대방에 있는 게 아닙니다. C님은 자신의 선택으로 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이 연애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과 결과를 책임질 수 없다 생각하면, 언제라도 그만둘 권리가 있습니다. 누가 나 좋다 하면 연애를 반드시 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일단 사귀기로 했으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져도 계속 버텨야 하나요? 아닙니다. 연애하면 꼭 행복한가요? 아닙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장 그만두세요. 

2. 나의 연애는 타인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아닙니다. 
요즘 2030 젊은 친구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 이것입니다. 내 연애는 모두의 공공재죠. 내 연애사는 온 세상이 다 알아야 하죠. 내 이별 또한 그렇죠. 내 감정과 소비활동과 무료함과 행복과 불행을 모두 전시해야 속이 시원하죠. 내가 무엇을 먹는지도 다 알려야 하죠. 내 고민과 성찰과 깨달음도 남들이 알아야 해요.    

그런데 말이에요. 

내가 특정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이슈가 있는 게 아니라면. 불특정다수를 향해 던지는 당신의 정보는, 대부분 의미가 없습니다. 빅데이터로 잡혀서 마케팅에나 활용될 뿐이죠. 

특히나 연애사는 사생활입니다. TV에서 라디오에서 잡지에서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갖고 놀아도, 연애는 당신의 기준으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인간관계입니다. 당신이 봐서 알 수 없는 상대라면, 남들이 봐도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잘 아는 듯 조언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연애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3. 좋은 연애는 좋은 사람과 만나야 가능합니다.
C님은 이미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왜 신뢰해야 하죠? 남자의 과거는 미래라면서요. C님은 당연한 불안과 의심을 왜 무시하려고 하나요. 왜 그걸 감수해야 하죠? 남들이 잘 될 거라 덕담해주었기 때문인가요? 덕담이 사실이 될 지, 거짓이 될 지, 왜 실험해야 하죠? 지금 잘 하면 나중에도 잘 하나요? 구여친들이 전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짧은 연애만 했던 건가요. 그가 맺고 끊는 일을 잘 못하는데, 나와 연애를 하면서 갑자기 정리정돈, 교통정리 잘하는 사람으로 변신하나요? 

좋은 연애는 인간관계에 대한 자기기준이 명확한 사람과 만나야 가능해집니다. 또한 C님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상대 또한 그래야 하죠. 

겹치기, 걸치기, 허둥대기가 전공인 사람에게, 제대로 된 연애를 하게 될 거라 예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C님. 

연애를 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의미충만할 거라 기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건, 인간을 긍정하고 인생을 누리고자 하는 좋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지금까지 알아온 삶의 지혜를 무시하면서, 무조건 잘 될 거라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C님은 연애하지 않아도,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의미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연애를 통해서만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면, 그 시도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C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삶의 주체성을 빼앗긴 채 인생을 시작합니다. 어른들은 당신들 또한 그렇게 자라왔듯이, 당연하게 자신의 아이들도 통제하고 지배하고 상호의존하며 살아가요. C님의 삶 위에는 많은 권력장이 작동합니다. 보이지 않게, 들리지 않게 C님에게 끊임없는 명령을 하고 있죠.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명제들이 얼마나 많은지 멈추어 서서 고민해보세요. 누가 왜 그것을 C님에게 세뇌시키는지 말이에요. 

특히나, 유교적 +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베이스로 인간관, 자아관, 세계관을 구축하도록 짜여진 사회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통해서만 자신의 행복과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요.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즐거운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갈등도 생기고 그렇죠. 내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든 상대와 합의할 수만 있다면, 연애해도 되고 친구해도 되고 결혼해도 되고 섹스도 해도 됩니다. 그런데, 연애 안 해도 되고, 친구 안 해도 되고, 결혼 안 해도 되고, 섹스 안 해도 됩니다. 자신의 삶에 무엇을 담을 지 결정하는 건 오직 C님 자신입니다. 

한 세대 위의 삶을 생각해보세요. 부모님의 삶을 ctrl+C, ctrl+V 하며 살아서 행복할 것 같나요. TV 속, 광고 속, 잡지 속의 인생을 따라 살면 만족스러울까요. 참고 인내하고 살면 복이 오나요. 무엇을 참고, 무엇을 인내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살고 싶은 대로 사는데 원하는 게 얻어지지 않으면, 정말로 개인의 탓일까요. 

고민의 해결책도 좋지만 고민의 근원을 탐색해보세요. C님이 자신을 더욱 신뢰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