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님 :
L님, 엘입니다.
절대로 쉽게 연애를 결정하진 않았습니다. 우린 오랫동안 서로 관심없는 척 하며 지인 사이로 지냈죠. 서로를 몰랐고 친해지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하루를 같이 보냈는데 정말 마법처럼 말이 잘 통했고, 사귀기로 했어요.
그런데, 첫번째 데이트를 하고 난 직후, 그가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다며 다음에 만날 때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그러자고 대답은 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 결정이 잘한 걸까 싶어요. 여행을 가자는 말이 어떤 뜻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가기로 결정했는데, 약속을 번복하긴 애매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게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내가 인간관계에 있어 매우 진지하며 연애 결심 또한 쉽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재의 관계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렵게 선택하는 만큼, 상대 또한 진지하게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건 그저 바람일 뿐이죠.
L님이 지금 생각해야 할 부분은, 사귀기 전의 탐색기간이 전혀 없이 느닷없이 연애를 결정했다는 점입니다. 사귀기 전에 서로가 어떤 사이였는지, 어떤 존재였는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교제를 도모할 만큼은 끌리지 않았다는 게 포인트죠.
예를 들어드릴게요.
1. 동창회에 나갔는데, 술자리가 늦어지다 보니 내가 상대의 첫사랑 상대였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애틋한 하룻밤을 보내고 연애를 하기로 했다. 그는 나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어서, 그동안 어떤 사람을 만나도 진짜 사랑을 못했다고 한다.
2. 소개팅에 나갔는데 그는 내가 이상형이라고 한다. 서로 말이 너무 잘 통해서, 그 날부터 바로 사귀기로 결정했다. 우린 하루종일연락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서로를 다 보여줄 만큼, 진지하다. 다음에는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3. 그는 쉽게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의 고백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다. 하지만, 너무나 조심스러운 그의 태도에 감동했고, 우리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위의 케이스들은 제가 흔히 받는 상담 유형들입니다.
다 다른 얘기들 같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 간의 현실적인 친밀도가 쌓이는 데이트 기간이 없다는 점. 그리고, 교제를 시작하자마자 애정표현이 시작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평범한 데이트 대신 여행이나 서로의 친구 소개 등 이벤트가 먼저 제안된다는 점.
우리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리라 믿고 싶겠지만 말이에요.
만약,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가까워졌고 첫번째 데이트를 마치자마자 오랜 연인인 것처럼 여행을 가서 첫날밤을 보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상대의 의도와 의지는 불을 보듯 명확합니다.
상대가 L님에게 원하는 것은 손쉬운 섹스죠.
설마! 아니라고요? 아니라고 믿는다면 지금이라도 여행을 취소하고 도심에서 짧게 보는 데이트를 하는 쪽으로 약속을 변경해보세요. 그가 기꺼이 당신을 만나러 온다면 섹스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나타나는 겁니다. 만약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면 그는 아쉽게 날라간 공짜 섹스에 대한 기대가 깨져서 그런 거겠죠.
그리고 L님.
사귄다고 해서 당장 섹스를 해야 한다니. 그건 도대체 누가 정하는 겁니까. 자신의 성경험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니, 왜 그래야 하죠.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서 모른다면, 앞으로 누구를 만나 연애하더라도 L님은 섹스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데이트는 좋습니다. 하지만, 좀더 자신의 기준을 갖춘 다음 스킨십 진도를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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