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2nd prescription_인형처럼 지냈는데 이젠 무서워졌어요

S님 :

첨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듯 스윗하게만 행동했어요. 저도 가볍게 생각하고 만났다가, 한결같은 그가 좋아서 사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 말고도 여자들이 많았고, 알콜 중독, 섹스 중독인데다, 동물을 학대하고, 여성비하 발언을 수없이 하고, 감정기복도 심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는 제 인간관계를 모두 부정했고, 저는 인형처럼 지냅니다. 제가 마사지 받거나 운동을 다니거나 쇼핑을 하는 건 맘껏 할 수 있어요. 함께 여행도 자주 다니죠. 기분이 좋을 땐, 그도 한없이 여린 사람이고 저에게 고맙다고도 해요.  

그의 안 좋은 점을 고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의 폭력적인 면을 보면 곧 나한테도 닥칠 지 모르죠. 저도 이제는 지쳐서 헤어지는 것만이 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S님, 엘입니다. 

노예의 삶, 인형의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지배하는 학대자에게 연민의 정을 가지게 되기도 하죠. 상대가 나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으니까, 마음의 안테나가 오직 지배자에게만 맞추어진 겁니다. 내가 고통스럽다, 가 아니라 그가 왜 나에게 고통을 줄까. 나는 자유를 원한다, 가 아니라 그가 왜 나를 구속할까. 나는 그가 나를 해칠까봐 두렵다, 가 아니라 그가 저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존중받아야 하는 귀한 존재다, 가 아니라 내가 뭘 거슬러서 그가 길길이 뛰며 화를 낼까. 

그런데 폭력에는 이유가 없어요. 인간에게는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과 파괴하고자 하는 본능이 딱 절반씩 있을 뿐입니다. 어딘가에서 세상과 타인을 해치는 사람을 만났다면, 천리만리 달아나세요. 무엇보다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해요. 폭력을 고친다니. 그런 건 전문가의 손에 맡기세요.  

사람이 사람을 고치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스스로가 폭력적이고, 윤리도덕관이 무너졌고, 타인을 상처주고 있는데, 더이상 이래선 안 되겠다는 자각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가 사는 세상은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고, 자신의 소유물이 된 생명은 마음대로 학대하고 죽일 수 있습니다. 누구도 그의 처벌을 원치 않죠. 그의 말과 행동이 폭력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짐작컨대, 그는 돈만 가진 게 아니라 힘과 권력도 가까울 테죠. 흔히, 둘 다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을 지배하느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종종 망각합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데. 그걸 모르면 생명까지 죽이고 살리는 신이 된 듯, 세상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S님. 

분명히 당신은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누군가의 소유물로 사는 일을 중단하세요. 그리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기록하고 녹취하세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세요.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세요. 그를 설득해서 입양을 보내도 좋고, 병원으로 보내서 동물구조협회에 인계하셔도 됩니다. 여성긴급전화와 상담해서 쉼터를 안내 받으세요. 사랑하기 때문에 참아야 했던 모든 원치 않았던 섹스들이 폭력이라는 걸, 충분히 인식하세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섹스하는 과정의 고통을 참아선 안 돼요. 가해자의 사정을 짐작하고 상상하고 동정하지 마세요. 

자신이 지금 겪는 폭력이, 결코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그는 그저 당신을 지배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사랑에도 상대를 향한 존중과 예의가 필요합니다.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여주었다 해서, 그가 당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S님은 그에게 어떤 것도 거스를 수 없는 인형이었기 때문에, 관계는 지속되었죠. 

감정이 극에 달하면 비슷한 모습이 됩니다. 우리는 울다 미쳐 웃고, 웃다 지쳐 울죠. 가장 행복할 때 불안을 느끼고, 밑바닥까지 간 절망에서 차라리 희망을 봅니다. 사랑 또한 그렇습니다. 애착이 지나치면 집착이 됩니다. 과하면 뒤집힙니다. 선을 넘으면 폭발합니다. 상대를 지배하고 구속하면서, 보호하고 사랑한다고 변명하죠. S님이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존엄은 내가 지킨다."

당신의 존엄을 해치는 말과 행동은 모두 폭력입니다. 합의할 수 없는 행위는 모두 폭력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하고 구속하면 폭력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폭력은 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관계 안에 있기 때문에 하나의 주체로서 나를 존중하지 않고, 가깝기 때문에 예의를 망각하는 사이가 가장 위험하죠. 부부가 그렇고, 부모자식 간이 그렇고, 연인이 그렇고, 선생과 제자 사이가 그래요. 같은 일을 하는 동료라서 그렇고, 친구라는 이름을 가질 때 그래요. 

모든 관계에서 존중과 예의라는 균형이 깨어지면, 폭력이 튀어나와요. 그런데, 막상 피해가해 상황이 되어도, 여전히 부부이고 연인이고 부모자식 간이고 친구이기 때문에 그걸 잘 몰라요. 사랑한다 말한 적 있어서, 미안하다 고맙다 말한 적 있어서, 좋아한다, 믿는다 말한 적 있어서, 폭력인지 몰라요. 그래서 견디게 되고, 오히려 자책하게 되고, 참고 참다 익숙해지게 되죠. 

S님. 

작은 폭력의 조짐이 보일 때 미리 아셔야 해요. 나를 한 인간으로서 의견과 생각과 감정과 호불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려 할 때, 이미 그에게 나는 사람이 아닌 겁니다. 모든 생명이 똑같이 기쁨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도 해칩니다. 내가 아직 희생자가 아니라 해서, 당신이 앞으로도 안전한 건 아닙니다. 

S님. 

이미 정리 중이시라 하니 다행인데, 돌아가겠다거나 고쳐보겠다는 생각은 꼭꼭 접어 우주 밖으로 날려보내세요. 다시는 그런 생각 말고 내 존엄을 지키는 삶을 도모하도록 해요. 











덧글

  • 2015/12/21 15: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2/21 17: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2/22 12: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2/22 14: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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