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3rd prescription_시작하고 얼마 못가 오빠동생 사이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T님 : 

우여곡절 끝에 사귀기로 하고 매일 데이트를 했는데, 얼마 못 가 그냥 오빠동생 사이로 돌리고 싶대요. 너무 황당해서 그냥 헤어지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는 어색해서 서로 열심히 피하고 다녀요. 

이유도 있고 사정도 있겠지만, 저에게 고백할 때 절대 변하지 않고 앞으로 더 좋아할 거란 말이 자꾸 생각나서 아쉽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다시 마음을 돌리게 만들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T님, 엘입니다. 

관계는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시작됩니다. 공적인 관계든 사적인 관계든 마찬가지죠. 하지만, 막상 관계가 시작되면 좋은 것만 있을 리 만무합니다. 쵸콜릿 상자 안에는 내가 싫어하는 맛도 들어있어요. 먹어보기 전엔 싫어하는 맛이 몇 개나 들어있을지 알 수 없죠.

우리는 좋은 것을 기대하며 관계를 시작하고, 조금씩 부서지는 기대를 수습하며 관계를 지속하고, 끝이 보일 때는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결국에는 선택해요. 이별의 말이 전해진다면, 또 보자는 약속에 응답이 없을 때는, 매달리지 않도록 해요. 

끝을 암시하거나, 서로의 우선순위가 다르단 걸 눈치채거나, 더이상 서로를 알고 싶지 않다면, 이별이 정답입니다. 서로에게 의미가 없어졌을 때, 상처주기 싫다는 이유로 웃으면서 뒷걸음치기 쉬워요. 그렇게 미적대는 사이 나중에 받게 될 상처가 더 커질지 모르고선. 참다 보면 더 좋아질 거라는 자기최면으로 시간을 낭비하다, 돌아보면 씁쓸한 에피소드만 남게 되어요. 

더 사랑해달란 투정으로, 긴가민가 해서 잠시 현실도피 하려고, 연애 말고 닥친 현실이 버거워서, 이별을 말한다면 무책임하죠. 우리에게는 아직 서로 사랑할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상대가 먼저 결론을 내리면 속상합니다. 

나를 싫어하진 않지만 관계를 지속할 이유를 못 찾아서 헤어졌다면 차라리 마땅해요. 

싫어하지 않아서 만나는 관계만큼 너덜거리는 연애도 없어요. 헤어질 만큼은 아니라서 만나는 관계만큼 맥빠지는 연애도 없어요. 아닌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당장 돌아서야 할 만큼은 아니라서 내버려둬 볼까, 싶은 연애는 결국 스르르 무너지게 되죠. 

T님. 

좋은 예감만으로 낯선 기대에 부풀어 선언하는 온갖 약속들은 그저 흔한 연애의 클리셰예요. 그러니까, 나를 두근대게 했던 그 말들에 크게 의미부여하지 마세요. T님이 가장 최근에 들은 그 말이 진짜예요. 달콤했던 시간은 이미 지났어요. 아무리 기억이 생생해도 지나간 말들이에요. 나를 황당하게 만들면서까지 굳이 헤어지자 합의를 했던 사람이잖아요. 나를 죽도록 사랑했는데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게 아니에요. 이별이 더 나았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한 사이에요. 

이별의 이유는 언제나 하나입니다. 이별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은 헤어져요. T님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고, T님이 뭔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고, 서로를 오해했기 때문이 아니고,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서로 죽도록 싫어해서도 아니에요. 

T님. 

지금 많이 아쉽고 마음이 아플 테지만, 미적대지 않고 헤어졌다면 가장 멋진 이별을 한 셈입니다. 어색해하지 말고 먼저 씩씩하게 인사하고 지나쳐요. T님이 잘못한 건 없으니까 당당한 애티튜드를 연습하세요. 그래야, 고작 얼마 간의 연애가 T님을 망치지 않았다는 걸 상대도 알 수 있으니까요. 돌아보지 않아야 웃을 수 있어요. 털어야지, 각오해야 편해져요. 

T님. 

연애의 99%가 이별로 끝나요. 수많은 이별 중에 시작하자마자 흐지부지 녹아버리는 이별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연애를 막상 시작하면 기대와 다르기 일쑤거든요. 내가 아니기 전에 상대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죠. 상대가 아니라기 전에 내가 아니기도 부지기수일 테고요. 

다음 연애는 더 즐겁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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