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1st prescripiton_최근에 만난 적은 없지만 사진을 줘도 될까요

B님 : 

SNS를 돌다가 우연히 이웃에 살던 동창생을 팔로우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친하진 않았지만 그 아이가 절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긴 했어요. 물론, 딱히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요. 

나이가 들어서 보니 그 아이도 어릴 때의 꼬꼬마가 아니라 성장한 모습이었고, 저는 호기심에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사진을 달라고 합니다. 원래 관심있는 사람한테는 사진을 달라고 하나요. 다음에 주겠다고 말을 돌리긴 했지만, 자꾸 물어봐요. 사진을 주는 게 좋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B님, 엘입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안 친한 사람이든, 누구를 만나더라도 B님의 프라이버시는 소중합니다. 여성인권이 낮은 문화권에서 여성의 사진이 어떤 식으로 소비되는지 모르신다면, 구글에서 '길거리' 로 타이핑 해서 이미지 검색결과를 보세요. 도촬 사진이 흘러넘치죠. '여자' 로 검색하면 온통 살색, '남자'로 검색하면 온통 정장 입은 멋있는 연예인 사진. 정말 이상하죠? 하지만, 놀라지 마세요. B님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존종과 예의와 망각하는 사람들, B님의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테니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블로그에 미니홈피에 각종 SNS에 얼마든지 사진들을 올려놓고 지인들과 즐거워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누구에게나 공개된, 혹은 지인에게만 공개된 내 프라이버시 정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어디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트라우마 생기니까, 간략하게 말씀 드릴게요. 

여성의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공공연하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되고 끝없이 퍼져나갈 수 있어요. 찍힌 여성은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어디로 퍼져나가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보통은 몰라요. 남성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니까요. 상업적으로 제작된 사진이나 동영상만 소비되리라 믿고 싶겠지만, 유통되는 이미지들은 보통 지인이나 가족이나 연인이기 일쑤이고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공공장소에서 몰래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B님의 지인 중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절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첫머리에 썼듯, 내 사진은 아무한테도 주지 마세요.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하는 게 심신이 편해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이미지는 유통될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여성을 공공연하게 성적 대상으로 대하는 일이, 미개하고 무례한 일이라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유포하거나 공유하거나 거기에 모욕적인 덧글을 달면 전부 범죄예요. 관련법으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에 나와 있고요. (누구나 검색 가능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제 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 14조 카메나 등을 이용한 촬영
1)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 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영리를 목적으로 제 1항의 촬영물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 제 1항 제 1조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를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의 행위들은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적발되면 처벌을 받아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공공연히 대하는 행동이 인권침해이고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각에도 찍힌 사람은 모르는 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잔뜩 돌아다녀요. 

누군가가 나를 너무 좋아하고 항상 관심이 있어서 사진을 달라고 할 수도 있죠. 그래도 주지 마세요. 그 친구와 몇 년만에 연락한다고 하셨잖아요. 정말로 알고 싶다면 가능한한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대화 나누세요. 심지어는 여자와 이렇게 카톡했다, 라는 내용도 캡쳐 떠서 돌아다니더라고요. 

사진을 줄까말까 하는 고민에서 갑자기 어려운 얘기가 나와서 놀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빨리 멋진 사랑을 하고 싶어, 라는 막연한 로맨스 코드만 학습하고 자랐어요. 어른이 되어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겪다 보니,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과 남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 자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여성이기 때문에 쉽게 성적대상으로 취급받고, 그것도 공공연히 그렇게 되는데, 학교에서는 나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많지만, 오늘은 "남한테 사진 안 주기"를 배웠다고 생각합시다. 

B님. 

나를 여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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