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4th prescription_답을 달라 너무 다그쳤나 봐요

E님 : 

어렵게 설득해서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연락이 뜸한 사람인 걸 알았지만, 최근에는 바쁘다며 전화도 잘 안 받네요. 너무 걱정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했더니, 사귀다 보면 시들해질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왜 연락이 없냐고 다그치기 보다 적당히 안전거리 유지하며, 천천히 가라고요. 

그런데 저는 불안해져서 자꾸만 묻고 또 물어보았습니다. 

결국 답은 하나였죠.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대답. 그제서야 저는 아차 싶어서, 여유 가지고 하나하나 풀어가자고 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 했는데, 너무 늦었나봐요. 늘 제 문제를 상담해주는 주변에서는 이제 다 끝난 거라며 희망을 버리라고 합니다. 우리는 정말 끝난 걸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E님, 엘입니다. 

연애할 때 해야 할 일은, 24시간 전화며 카톡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닙니다. 좋아하니 안 좋아하니, 보고싶니 안 보고싶니 닥달하는 게 아닙니다. 맨날 보고 아무리 좋아 죽어도, 인간이 하나의 관계에만 내내 매달려 있을 수는 없습니다. 2시간 마다 젖 줘야 하는 갓난아기 엄마도 아이가 잠들면 자기 삶을 살아야 숨을 쉬는 법입니다.

연애할 때 서로의 애착 정도가 다르면, 한 쪽은 숨막히고 한 쪽은 외로워 죽죠. 상대가 얼마나 호응하는지 관찰하면, 우리 사이가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답 없는 카톡, 받지 않는 전화가 쌓이면, 결국 헤어지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귀찮거나 피곤해도, 감당할 만 하면 사람은 상대의 연락에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응답으로도 대해도 지치지 않고 계속 말을 걸면, 결국 나는 무시해도 되는 사람으로 굳어져 갑니다. 대답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당신은 영원히 그 사람만 보고 있죠. 서로가 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양은 물리적으로 빤히 보이는데도, 당신이 그걸 해석하려 하지 않으면 서로의 간격을 줄일 방법은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연락이 없으면 연락을 줄이세요. 답이 없으면 또 묻지 마세요. 상대가 NO라고 거절하는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내가 상대에게 첫번째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나의 다른 관계들을 튼튼히 해야 할 때입니다. 내가 한 사람에게서만 정서적 만족을 얻으려 하면, 상대는 지치게 되어 있습니다. 가장 우선해야 할 자기 관계, 그리고, 삶의 의미,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연애 관계는 부차적으로 생기는 사회적 관계기 때문에, 상황과 타이밍에 맞게 유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을 때는 다 좋습니다. 하지만, 떨어져 있을 때 관계를 지속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할 때는, 상대가 나를 무시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도록 하지 마세요. 매달리면 저항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이미 반쯤 끝나버린 두 사람의 연애를 다 알고 있는 상황이죠. 내 연애를 절대 주변에 도와달라 마세요. 당신이 흔들리고 부정당하고 갈곳없이 연약한 존재라는 게 주변에 알려지면, 누구도 당신을 욕심내지 않습니다. 당신의 연인도 마찬가지에요. 

충분히 기다리고. 다시 대화의 기회가 왔을 때, 여유있는 모습으로 어른스럽게 관계의 의미를 탐색하세요. 좋아하니 마니 묻지 마세요.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안 좋아해도 심심하면 사람 만날 수 있고, 좋아해도 감당할 깜냥이 없으면 못 만나요. 

E님. 

인간관계는 각각 절반씩 책임지는 일입니다. 혼자 결론 내리지 말고, 상대의 처분을 기다리지 말고, 주변의 해석과 개입을 허용치 말고, 스스로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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