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0th prescription_프로포즈를 장난처럼 반복할 수도 있나요

K님 : 

우리는 어린 시절의 지인으로 드문드문 연락하는 사이였어요. 그러다 한참 힘들 때 연락이 와서, 한동안 자주 통화하고 지냈습니다. 만나진 않았죠. 그래도, 전 그에게 많이 의지를 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연락없이 살다가 최근에 또 연락이 왔는데 계속 장난처럼 자기한테 시집 오라는 얘기를 합니다. 당연히 웃으면서 넘겼는데 어느날은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진심이냐고 했더니,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며 애매한 대답을 하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아무리 장난이라도 한두번이었어야죠. 날 갖고 노나, 라는 생각까지 들어서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못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사귀는 사이는 아니니까요.  

사실 그는 조건이 너무 좋아서, 결혼을 하게 되면 제 삶의 많은 부분이 편해질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여전히 그저 친구예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귈 수 있을까요.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K님, 엘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K님은 그와 결혼할 수 없습니다. 결혼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는 K님과는 연애도 할 수 없는 사이거든요. 긴 세월동안 다른 사람과는 얼마든지 연애했지만, 유독 K님하고는 연애하지 않았잖아요. K님 역시도 다른 사람은 얼마든지 만나도, 그 친구와는 연애할 수 없었잖아요. 아직까지 친구인데, 친구여도 만족하는데, 왜 굳이 새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 할까요. 

물론, 결혼하자, 시집 와라, 책임질게, 라는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많은 연애인들이 신뢰없는 정치인들의 거짓말 공약처럼, 유사 프로포즈를 남발합니다. 왜냐고요. 헛된 약속의 말만으로도 설레고 두근대며, 자신에게 더욱 친절해지는 순진하고 착한 연애인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K님. 

인생이 힘들고 미래가 불안하면,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사회적 계약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혼자가 아니게 될 때, 혼자일 때보다 덜 무섭고 덜 두려울 것 같죠.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다면, 오늘 덜 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인생이 혼자인 게 디폴트. 누군가와 함께 하는 선택은 옵션입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도, 무섭고 두려운 건 정도의 차이지 똑같아요. 울고불고 하는 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요. 관계는 반드시 일정 정도의 실패와 상처를 포함하니까요. 

득도하려는 수도자들과 우리가 다르다면, 그 분들은 속세의 감정에 덜 흔들린다는 점이죠. 내 삶에 부정적인 것들이 몰려와서 이대로는 땅 속으로 가라앉겠다 싶을 때는, 차라리 혼자여야 제대로 싸울 수 있어요. 혼자여도 둘이어도 셋이어도, 관계가 늘어날 뿐 감당해야 할 인생의 절대값은 변하지 않아요.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당신이 선택하는 관계도 어차피 그만큼의 책임을 더할 뿐입니다.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내 삶이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연애하고 결혼해서 구원받는 서사가 넘쳐나지만, 정말 그럴까 충분히 의심하셔도 좋아요. 관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책임지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연애하고 결혼해도 똑같아요.

K님. 

미련을 버리고 싶다면 빨리 프로포즈하고, 빨리 결론을 내리고, 빨리 정리하세요. 그리고, 속았다, 생각하지 말고, 약속의 말을 쉽게 하는 상대에게 화를 내세요. 다시는 그런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해요. 

내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대로 화낼 수 있어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인줄 알고, 참고 참으면 참나무인 줄 안다니까요. 참내. 

K님. 

내 정답을 스스로 선택하고 나면, 우울한 기분도 확 날아가요. 무서울 게 뭔가요. 어차피 또 선택하고 선택하면서 살아가면 될 일인데요. 괜찮아요, 괜찮아. 잘 살아남고, 또 스스로 내 삶 안에 좋은 것들을 채우면서 살아가봅시다. 행운을 빌게요. 





  





 



덧글

  • 2016/01/31 20: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2/02 18: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highseek 2016/02/04 19:18 #

    계속 장난처럼 자기한테 시집 오라는 얘기를 하는 건 마음이 없으니까 가능한 거죠.
    개인적으로 남녀를 떠나 저런걸로 장난치는 사람 참 싫은데, 여튼 저 남자도 그냥 장난으로 맞받아치길 기대하고 한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여전히 그저 친구예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 자체가 좀 이상하네요. 자기 마음을 남에게 물어보는 듯 하달까요. 남자가 어떤 사람이지를 떠나서 K님은 사귀고 싶은건지 아닌건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걸까요. 그래봐야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조건 보고 혹한 거면서.
  • 2016/02/05 18: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2/05 18: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2/05 21:32 #

    맞아요. 남자나 여자나 주체로 사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요, 우리나라는. ㅠㅠ highseek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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