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th prescription_뻔한 결말인데 미련을 못 버리겠어요

A님 :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친절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나중에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겨우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도, 그는 제 연락을 정말 반가워했고 우리는 지인 사이로 몇 번 데이트를 했죠. 

한동안 연락이 안 되었지만 오랜만에 만났을 때, 우리는 단둘이 여행을 갔고 사랑을 나누었고 더 가까워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못한다며 미안하대요. 계속 만날 지 말 지 제가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그냥 이용 당하는 거라 말하지만, 저는 오랜만에 찾아온 사랑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A님, 엘입니다. 

삶이 무겁고 힘들 때,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죠. 육신이 지치고 마음이 외로울 때, 사소한 친절이 마치 힘내라는 위로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남들은 쉽게 가지는 평안과 행복이 나에게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장소처럼 느껴질 때, 누군가의 체온이 유일한 동아줄이 됩니다. 

내가 아무 것도 아니고 무엇도 가진 게 없고 어디로도 가지 못할 때. 

A님. 

두려워 마세요. 외로워 마세요. 상처받지도 마세요. 그저 오늘부터 새롭게 살기로 약속해요.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말이죠. 

A님은 과거의 시간으로 정의되지 않아요. A님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에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되어요. A님은 오직 오늘부터 어디로 걸어갈 것인가, 로부터 의미가 생겨요. 과거의 모든 지나온 것들은 A님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A님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어요. A님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면, 그 때부터 A님이 주인공인 삶이에요. 

서툴러도 되어요. 실수해도 되어요. 오늘이 찾아온 것처럼 내일도 올 테니까, 그 때 다시 하면 괜찮아요. 그래요. 딱 한 가지만 기억하도록 해요. 그것은 자신의 존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진실이죠. 

사랑은 당신이 온전히 누릴 때만 사랑이에요.

섹스는 섹스입니다. 섹스는 구원이 아니고, 약속이 아니고, 행복이 아니고, 사랑이 아니에요. 섹스는 그저 섹스예요. 섹스가 사랑이 되려면 서로가 사랑해야만 해요. 행위는 여느 액티비티와 마찬가지로 몸을 활용하는 사회활동이에요.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담을 지는, 상대가 아니라 온전히 A님이 결정할 바입니다. 섹스는 감정의 증명이 아니고 내 여성성을 가치 매기는 일도 아니에요. 섹스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그저 섹스일 뿐입니다.  

이미 수없이 경험하셨겠지만. 

사랑 없이 사랑을 말하고, 목적을 위해 애정을 꾸며내고, 외로움을 이용해 육욕을 채우고, 책임지지 않으려 바깥을 핑계대고, 거짓말로 관계를 얼어무리는 감정사기꾼들은 허다합니다. 그가 여친을 속이는 인격이라면, A님 또한 속이고 남죠. 속이고 속이고 또 속일 겁니다. 

A님이 지금 느끼는 낭패감, 배신감, 절망감, 무력감... 상대가 해결해줄 수 없는 삶의 근원적인 고민들이죠. 

관계는 A님을 구원하지 않습니다. A님을 구원하는 건, 오직 A님 자신입니다. 내가 울고 있거나, 불안해하거나, 상처받아 쓰러지거나, 결핍으로 허덕일 때, 누가 나를 도와주지, 하늘을 올려보지 마세요. 자신이 무엇을 할 때 눈물을 그치는지. 자신에게 무엇을 안겨줄 때 안정감을 느끼는지. 상처를 가장 먼저 낫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빈 곳을 메우는 채움은 어디서 오는지, 스스로 답을 주세요.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면 괜찮아질까 늘 궁리하세요. 

신이 날 구원할까요. 부모가 날 구원했어야 했나요. 남자가 날 구원해줄까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어떤 관계도 완벽하지 않고 어떤 사람도 나를 상처줄 수 있어요. 관계는 언제나 일기일회의 의미이고, 회자정리의 원칙을 따릅니다. 만나는 날이 있으면 헤어지는 날이 있고,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상처를 주고받는 순간도 있어요. 

A님. 

내가 지금 애정이 많이 고프구나 생각하세요. 거짓말하는 인격과 만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관계를 꿈꾸세요. 어디에서도 숨겨진 사람이 되지 마세요. A님이 가진 현재의 관계도 잘 살펴보세요. 누가 진짜 내 사람인지 돌아보세요. 

A님은 언제나 가장 귀하게 대접 받아야 하고, 자신이 납득하는 관계만 누려야 해요. 연락도 잘 안 되는 거짓말쟁이에 마음이 뺏기기보다, 분명히 훨씬 가치있는 일이 있어요. 어제와 다른 선택을 할 수만 있다면, A님은 더 괜찮아져요. 

A님. 

남들이 가진 것들을 부러워마세요.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요. 비우고 비워서 자유함으로 감사하며 사는 사람, 채우고 채워서 만족하며 사는 사람, 만나고 만나서 지지고 볶고 행복한 사람, 놓고 놓으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안심하는 사람이 있어요. 

A님. 자신을 돌보며 사는 일은 평생 연습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새롭게 A님의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며 사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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