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th prescription_이별을 결심했지만 헤어지기 힘드네요

I님 : 

주량이 센 편인데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고, 제가 눈을 떴을 때는 그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밤이 기억이 안 났지만, 상대가 사귀자고 해서 곰곰히 생각한 끝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그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듯,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 탐색하더라고요. 

저는 불안한 관계라 생각했고 우린 많이 싸웠죠. 

그러다 바람 핀 증거를 발견했는데 저는 자존심이 상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헤어지자 마음 먹었습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계속 만났죠. 그런데 제가 이별을 미룰수록 갈수록 인격의 밑바닥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는 여전히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고, 저는 계속 모른 척 하며 관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는 저를 다용도 잉여인력으로 생각합니다. 부탁도 자주 하고, 못 해주면 화를 내고, 제가 다른 의견을 내면 무시하고 짜증 냅니다. 전 어느새 매번 미안하다 사과하는 못난 여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매번 울고불고 해도 그는 제 감정 따위 신경쓰지 않죠. 저 혼자만 헤어져야 하나 계속 만나야 하나 고민합니다. 











(위는 요약내용입니다.)










I님, 엘입니다. 

처음부터 그는 헤픈 남자라는 티가 철철 넘쳐났습니다. 교제를 시작한 후에도 자기관리 못하고 계속 들켰고요. 존중도 없고 예의도 없고 감정관리도 안 되었고요. 무엇보다 화내고 무시하고 짜증내고 한마디로 저렴한 인격이라는 걸 교제 기간 내내 증명해내었죠. 

I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계의존이 되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라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 지 오래였지만, 혼자서도 잘 살아가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내지 못하게 되었죠. 불행한 연애에 중독되어 인생과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요. 살아간다는 건 그렇습니다. 인생은 무겁습니다. 어른이 되는 일은 무섭습니다. 혼자인 건 두렵습니다. 내가 아무 것도 아닐까봐 불안하죠. 누군가가 나를 대신 설명해주었으면 하죠.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증명해주었으면 싶죠. 나의 의지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아무도 나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가르쳐주지 않았죠. 해야 할 일이 넘쳐나고 나는 분명히 바쁘게 사는데, 내 마음 안에 무엇을 채워야 정답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I님은 잘 사회화되었고, 바깥에서 요구하는 성취들을 이루어내었고, 착한 아이로 살아가며, 계속해서 노예의 삶을 살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고 높은 결과를 내고 어른으로 취급받고 훌륭한 연봉을 받는 사회인이죠. 하지만, I님은 아직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그래야 한다고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I님은 계속 기다립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누군가가 자신을 욕망하기를.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하기를. 누군가가 자신을 사용해주기를.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를 기다리죠. 누군가가 자신을 지배하기를, 익숙한 복종에 몸을 맡기기를 원하게 되죠. 

I님. 

이제부터는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보세요. 이 말의 뜻을 잘 모르겠다면, 자신이 오래전에 내린 합리적인 결론을 믿는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여러가지 관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도, 존중과 예의가 사라지면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게 됩니다. 의도치 않게, 혹은 의지를 갖고 인간은 타인을 해칠 수 있습니다. 폭력이 폭력인 줄 모르고, 타인의 존엄과 자유를 해치는 사람들은 많고 많습니다. 왜냐하면, 자유의지와 인간존엄의 권리를 모르고 자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명령에 복종하고 관계에 매달리는 방식으로 '착하게' 살아가도록 사회화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거든요. 

I님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지배 당하거나, 지배하거나. 이왕이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말고, 자신을 지배하며 살도록 하세요. 반대로 하지 마세요. 타인을 지배하거나, 타인에게 복종하지 마세요. 

I님. 

관계가 자신을 죽일 때는,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유와 광명을 되찾을 때까지, 삶에 대한 현명함을 배울 때까지, 연애 따위 꿈도 꾸지 마세요. 좋은 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만나야 하고, 나를 지배하지 않는 사람 만나야 하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나한테 욕설을 내뱉는 쓰레기하고는 만나지 않아야 합니다. 쓰레기통에서 행복을 찾느라 청춘을 낭비하지 마세요. 

누구도 I님의 존엄을 해칠 수 없도록 하세요. 싸우세요. 홀로 서세요. 눈을 뜨세요. 앞으로 걸어가세요. 자신을 믿으세요. 어제와는 다르게 살도록 오늘 하루의 전투를 치루어 승리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딱 봐도 원나잇스탠드를 목적으로 나온 남자하고는 술 마시지 마세요. 무슨 약물을 어떻게 탈 줄 알고 그러세요. 하룻밤 사건사고를 연애로 얼버무리지 맙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든 섹스는 폭력입니다. 잊지마세요.  
















덧글

  • O양 2016/04/18 14:55 #

    지배 당하거나, 지배하거나. 이왕이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말고, 자신을 지배하며 살도록 하세요. 반대로 하지 마세요. 타인을 지배하거나, 타인에게 복종하지 마세요. 이게 문제인거같아요. 나는 바뀌지 않으려하면서 남은 나에게 맞추길 바라는 것...
  • 2016/04/20 21:25 #

    함부로 명령하고 함부로 관여하고 이런 문화가 사라져야 해요. 우리는 좀더 철처하게 개인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할 때 더더욱 두 사람이 각각의 기준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을 때, 연애가 비로소 즐거워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려고 할 때, 그걸 빨리 알아채고 저항해야 하는데, 대부분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줄 때 자신을 지키는 일을 쉽게 망각하게 되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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